
올해 3월, 한 엄마가 인스타그램에 짧은 영상을 올렸다. 돌을 막 지난 아기가 바나나킥 봉지에서 과자 하나를 꺼내 입으로 가져가려던 순간, 엄마가 “안 되는데” 하고 말한다. 아기는 그대로 얼어붙는다. 손에 든 과자와 봉지를 번갈아 보더니,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고 작게 한숨을 쉰다. 영상은 몇 초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 영상은 조회수 2,580만 회, 좋아요 148만 개, 댓글 1만 2천여 개를 기록했다.
이 영상을 보고 누구나 한 번쯤은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저 과자가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저걸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특히나 한숨을 쉬고 뒤통수를 긁는 장면에서는 내가 저 아기가 된 것처럼 함께 한숨을 쉬게 된다. 이 영상이 그렇게 널리 회자된 이유는 영상 곳곳에 공감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농심 스낵 마케팅팀의 한 실무자가 우연히 이 영상을 발견한 것이다. 보통이라면 이 영상을 회사 채널에 공유한다거나 모델로 쓰자거나 하는 식의 일반적인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농심의 담당자는 ‘특별한 선물’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아이에게 기억될 만한 특별한 선물, 광고주로서가 아니라 아이를 귀여워하는 이모로서, 고모로서, 엄마로서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기 키(80cm)보다 큰 초대형 ‘킥 시리즈’ 봉지다. 바나나킥, 메론킥, 망고킥 세 종류에 아기 얼굴과 ‘바나나킥 베이비’라는 문구를 새겼고, 봉지 안에는 실제 제품이 약 20봉지씩 들어 있었다. 아기 엄마는 과자 한 봉지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렇게 큰 선물이 올 줄은 몰랐다며 고마움을 전했고, 이 선물을 공개한 후속 영상 역시 조회수 239만 회, 좋아요 14만 개를 기록했다. 그 공감의 교환이 다른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고, 그래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만약 이 특별함을 마케팅의 도구로만 생각했다면 이토록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사례를 마케팅 이론의 관점에서 몇 가지 짚어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혹시 우리도 이렇게 해볼 것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한번 함께 살펴보자.
첫 번째,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디어 ‘언드 미디어’
첫 번째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디어 분류에는 ‘언드 미디어(Earned Media)’라는 것이 있다. 마케팅에서는 브랜드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를 돈을 내고 사는 광고(Paid),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Owned), 소비자와 언론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주는 화제(Earned)로 나누는데, 이 중 사람들이 가장 믿는 것이 언드 미디어라고 한다. “이 과자 맛있어요”라는 광고 문구보다, 모르는 집 아기가 과자를 몰래 먹으려다 들키는 장면이 훨씬 진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에 비추어보면, 이 영상에는 제품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기에 바나나킥이라는 이름이 2,580만 번 노출되면서도 누구도 광고라고 느끼지 않은 것이다. 언드 미디어가 정말로 작동한 것이다. 그래서 농심의 응답이 의미가 있다. 언드 미디어는 브랜드가 만들 수는 없지만, 응답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농심이 잘한 것은 바이럴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생긴 바이럴에 제대로 답한 것이다.
두 번째, 기대를 넘는 선물이 부르는 ‘상호성’
두 번째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설득의 심리학에는 ‘상호성의 원칙’이란 게 있다.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그만큼 돌려주고 싶어지며, 이 마음은 호의가 예상보다 크고 받는 사람에게 맞춰져 있을 때 가장 강하게 작동한다고 한다.
이번 사례에 비추어보면, 농심의 선물은 과자 한 봉지라는 기대를 훌쩍 넘었고 아기 얼굴까지 넣어 ‘이 아이만을 위한’ 물건이었기에, 받은 쪽이 기꺼이 선물을 다시 SNS에 공개한 것이다. 상호성의 원칙이 정말로 작동한 것이다. 그래서 239만 회의 두 번째 확산이 의미가 있다. 소비자에게 받은 관심을 선물로 돌려주자, 소비자가 다시 그 선물을 콘텐츠로 돌려준 것이다.
세 번재, ‘팔지 않겠다’는 결정과 ‘관계 마케팅’
세 번째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관계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에는 ‘한 번의 거래보다 오래가는 관계’라는 관점이 있다. 관계 마케팅에서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에서 가치가 나온다고 하고, 소비자 행동 연구자 수전 포니어는 사람들이 브랜드와 마치 친구나 가족처럼 관계를 맺는다고 설명한다. 이번 사례에 비추어보면, 농심은 이 제품을 상시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에 이 선물이 계산된 판촉이 아니라 진심 어린 답장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관계 마케팅이 정말로 작동한 것이다. 그래서 ‘팔지 않겠다’는 이 결정이 의미가 있다. 만약 같은 봉지를 다음 날 한정판으로 출시했다면, 사람들은 그때부터 이 이야기를 ‘마케팅’으로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상업적 이익을 한 발 물러서서 내려놓는 순간, 브랜드는 기업이 아니라 ‘센스 있는 이웃’처럼 보이게 된다.
숨은 주인공
물론 이론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 모든 일은 한 담당자가 영상을 먼저 발견하고, 먼저 제안했기 때문에 시작됐다. 바이럴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열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결재 단계를 몇 번씩 거치는 사이 화제가 식어버리면 같은 선물도 뒷북이 된다. 결국 기회를 잡는 것은 거창한 전략보다 고객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눈, 그리고 그 마음을 빠르게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조직의 분위기다. 아마 이 부분에서 우리 조직이었으면 아마 이런거 불가능했을거야 하며 공감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우리 고객의 입꼬리를 올리는 일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이 영상을 보며 미소 지었던 기억 때문에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간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고객의 일상을 발견하고, 기대 이상으로 응답해서, 고객이 미소 짓게 하는 일. 과연 우리도 고객에게 보낼 특별한 답장이 없나 한번쯤 생각해보자. 우리의 고객도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갈지도 모른다. 당연히 무엇이 특별함인지를 고민하는 시간은 필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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