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이어트 음료가 인기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도 마찬가지여서, 제로 콜라를 고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나는 탄산음료를 마실 때면 오리지널 콜라를 고른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마시고 싶은 걸 참고 절제하다가 마침내 마시는 그 콜라의 맛이, 제로에서는 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성분표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런 선택은 콜라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케팅 실패 사례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1985년 코카콜라의 뉴코크 사건이다.
1985년 4월 23일, 코카콜라는 99년 만에 처음으로 제조법을 바꾼 콜라를 내놓았다. 사람들은 이 제품을 뉴코크라고 불렀다. 근거는 탄탄해 보였다. 출시 전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맛 테스트를 했고, 새 제조법이 기존 콜라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콜라 시장 전반의 관심은 줄고 있었고, 경쟁사 펩시는 블라인드 시음 캠페인 ‘펩시 챌린지’로 맛에서 이긴다는 메시지를 밀어붙이던 때였다.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전국의 코카콜라 사무실로 항의 전화가 쏟아졌고, 기존 콜라를 다시는 못 마실까 봐 지하실에 상자째 쌓아두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코카콜라는 7월 11일, 기존 제조법을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미국 주요 방송사 두 곳의 뉴스 첫 꼭지로 다뤄졌고, 발표 후 이틀 동안 회사 핫라인에는 3만 1,600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코카콜라는 훗날 공식 웹사이트에 이 사건을 정리하며 테스트가 놓친 것을 이렇게 적었다. 아래는 원문 일부와 전체 문장의 번역이다.
물론 이 테스트들이 보여주지 못한 것은, 소비자가 자신의 코카콜라에 느끼는 유대감이었다 — 코카콜라 회사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손대길 원치 않았던 바로 그것.
What these tests didn’t show, of course, was the bond consumers felt with their Coca‑Cola — something they didn’t want anyone, including The Coca‑Cola Company, tampering with.
– 출처 : The Coca-Cola Company, “New Coke: The Most Memorable Marketing Blunder Ever?”
1. 나라도 그 보고서를 올렸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정확한 근거를 요구한다. 조직에서 의사결정 권한이 큰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보고하는 쪽은 가장 믿을 만한 데이터 위주로 주장을 포장한다.
99년 된 제조법을 바꾸는 일처럼 중대한 변화라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설문을 돌리고, 고객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 확신을 얻으려 했을 것이다. 그 결과 대다수가 새 제품을 더 좋아한다는 명확한 답이 나왔다면, 나라도 그 자료를 당당하게 들이밀며 보고했을 것이다. 20만 명이라는 숫자 앞에서 반대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이런 보고 문화에서 데이터는 결정을 돕기보다 결정을 방어하는 역할을 맡기 쉽다. 숫자가 크고 표본이 많을수록 보고서는 단단해지고, 그 숫자가 무엇을 재지 않았는지 묻는 사람은 줄어든다. 회의실에서 “그래도 뭔가 걸린다”는 말은 근거 없는 감으로 취급받는다.
그런데 이렇게 공을 들인 조사로도 측정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소비자 조사의 한계다. 측정 대상이 틀리면 결과도 틀린다.
코카콜라가 고객에게 물은 것은 “두 잔 중 어느 쪽이 더 맛있습니까?”였다. 출시 후 시장이 고객에게 던진 질문은 “당신이 마시던 코카콜라가 사라지고 이것으로 바뀝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였다. 앞의 질문에서 고객은 평가자였고, 뒤의 질문에서는 무언가를 잃는 당사자였다. 한두 모금만 마시는 시음 조건에서는 더 단 쪽이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람들은 콜라를 한 캔 다 마시고, 식사와 함께 마시고, 몇 년에 걸쳐 반복해서 마신다. 테스트 환경이 실제 소비와 다르면 결과가 정확해도 결론은 빗나간다.
선호와 선택도 같은 말이 아니다. 조사에서 “B가 더 좋다”고 답한 사람이 실제로 B를 사러 간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A를 조금 덜 좋아한다고 답한 사람이 A를 잃었을 때 가장 크게 화를 낼 수도 있다. 선호도 점수는 순위를 알려줄 뿐, 그 순위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강도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2. 블라인드 테스트가 잘못 짚은 문제
이건 문제를 해결할 때와 같은 이치다. 진짜 문제를 찾지 못했다면 해결안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문제를 제대로 푼 것이 아니다.

뉴코크는 ‘맛 경쟁에서 펩시에 밀린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훌륭한 해결안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사는 이유는 맛의 순위에 있지 않았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라벨을 가려 브랜드의 영향을 걸러낸다. 코카콜라를 사는 사람에게 그 라벨은 걸러낼 잡음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 가족 모임, 늘 같은 자리에 있던 익숙함이 그 병 안에 함께 들어 있었다. 테스트는 가치의 가장 큰 몫을 지운 채 나머지를 쟀다.
코카콜라의 설명에는 “회사를 포함해 누구도”라는 대목이 있다. 고객은 코카콜라를 회사의 상품이면서 동시에 자기 것으로 여겼다. 자기 것이 동의 없이 바뀌면 사람은 품질을 따지기 전에 먼저 불쾌해진다. 게다가 코카콜라는 새 맛을 더하지 않고 기존 맛을 없앴다. 사람은 새로 얻는 것보다 이미 가진 것을 잃을 때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 회피라고 부른다. 맛이 조금 나아진 이득은 작게, 익숙한 것을 빼앗긴 손실은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뉴코크가 기존 콜라 옆에 새 선택지로 나왔다면 반응은 꽤 달랐을지 모른다.
제로 콜라 대신 오리지널을 고르는 이유도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잡히지 않는다. 그 선택에서 내가 사는 것은 맛의 차이보다 참았다가 비로소 허락하는 순간에 가깝다.
3. 사실 우리도 그러고 있다
이 구조는 콜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앱 화면의 전면 개편, 오래 쓰던 패키지 디자인의 교체, 스테디셀러 메뉴의 레시피 변경이 모두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사용성 테스트에서는 새 화면이 더 편하다는 결과가 나오는데, 출시 직후 기존 사용자의 리뷰 점수가 떨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테스트 참가자는 새 화면을 처음 본 사람이었고, 불만을 쏟아낸 사람은 옛 화면에 손이 익은 사람이었다. 측정한 사람과 영향을 받은 사람이 달랐던 셈이다.
이럴 때는 기존 고객을 따로 떼어 조사하고,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먼저 알리고, 가능하다면 한동안 두 버전을 함께 두는 편이 반발을 줄인다. 새 버전이 얼마나 좋은지 묻는 조사와, 기존 버전이 사라질 때 고객이 무엇을 잃는지 묻는 조사는 처음부터 따로 설계해야 한다.
그러니 테스트 결과를 받아 들면 숫자보다 설계를 먼저 볼 일이다. 이 테스트가 답한 질문이 우리가 내리려는 결정과 같은지, 테스트 환경이 실제 사용과 얼마나 닮았는지, 고객이 계속 쓰는 이유 가운데 측정 항목에 없는 것은 무엇인지. 마지막 질문의 답이 길어질수록 결과에 거는 무게는 줄여야 한다.
코카콜라는 79일 만에 방향을 돌렸고, 클래식과 뉴코크를 한동안 나란히 팔았다. 회사 스스로도 1985년의 일로 소비자들이 코카콜라에 대한 애정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정리한다. 운이 따랐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이런 역전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4. 브랜드 충성도, 고객이 사는 것
그렇다고 데이터를 믿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가 되살아난 것도 결국 고객의 목소리를 빠르게 듣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숫자가 답해준 질문과 우리가 정말 알고 싶었던 질문이 같은지는 늘 따로 확인해야 한다. 그 둘이 어긋난 자리에 뉴코크가 있었다.
뉴코크 사례는 고객이 왜 우리 브랜드를, 우리 제품을 사는지 제대로 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고객이 사는 것은 제품만이 아니다. 그 제품에 기대하는 자기만의 가치가 있어서 산다.
그게 무엇인지 우리는 늘 진솔하게 알아봐야 한다. 설사 잘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정말 우리 고객들이 사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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