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광고주들은 답답했다. 신문과 잡지에 광고를 실었는데, 그 광고가 물건을 팔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매출이 오르면 광고 덕이라고 믿었고, 안 오르면 운이 나빴다고 넘겼다. 광고는 도박에 가까웠다.

미국의 광고인 클로드 홉킨스(Claude C. Hopkins)는 광고에 오려서 보내는 쿠폰을 넣고, 쿠폰 귀퉁이에 광고마다 다른 작은 표시를 찍었다. 잡지 A에 실린 쿠폰에는 ‘A’, 잡지 B에 실린 쿠폰에는 ‘B’. 돌아온 쿠폰을 세어 보면 어느 잡지, 어느 문구가 더 많은 반응을 끌어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방법은 원래 우편 주문 판매 업체들이 쓰던 것인데, 홉킨스가 일반 상품 광고로 가져와 원칙으로 정리했다. 1923년에 낸 책 『Scientific Advertising(과학적 광고)』이 그 결과물이다.
지금 마케터들이 링크 끝에 붙이는 UTM이 바로 이 표시다. 광고 플랫폼은 몇 명이 봤고, 몇 명이 눌렀고, 몇 명이 샀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홉킨스가 손으로 세던 것을 이제는 기계가 대신 센다.
그렇다면 우리는 홉킨스보다 광고 효과를 더 잘 알고 있을까? 광고 효과 측정 도구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가 던졌던 질문 하나는 오히려 희미해졌다.
1. 전단을 받은 손님과 광고 효과 측정
동네 빵집 앞에서 전단을 나눠준다고 해 보자. 전단을 받은 사람 중 30명이 빵집에 들어와 빵을 샀다. 전단을 나눠준 아르바이트생은 “제 전단으로 30명이 왔습니다”라고 보고한다.
그런데 전단을 받은 사람 중에는 원래 그 빵집에 가려고 문 앞까지 온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전단이 없었어도 빵을 샀을 것이다. 전단이 정말로 데려온 손님은 30명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여기에 질문이 두 개 있다. 첫째, 전단을 받은 사람 중 몇 명이 샀는가. 둘째, 전단 때문에 빵을 산 사람은 몇 명인가. 앞의 질문은 세기 쉽고, 뒤의 질문은 세기 어렵다. 그리고 광고비를 쓸지 말지 정하는 데 필요한 것은 뒤의 질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뒤의 숫자를 증분 효과라고 부른다.
2. 그럴듯한 리포트, 정말 안심해도 될까
지금도 많은 광고주가 마케팅 대행사에 묻는다. 큰돈을 들여 집행하는 이 광고가 정말 효과가 있느냐고. 대행사는 그런 불만이 나오기 전에 그럴듯한 숫자로 채운 광고 성과 리포트를 만들어 보낸다. 광고주는 그제야 우리가 낸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다며 안심한다. 그런데 정말 안심해도 될까? 정말 이 광고 때문에 매출이 늘고 있는 게 맞을까?
그 리포트 안에서는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난다. 쇼핑몰 장바구니에 운동화를 담아 두고 나간 사람에게 그 운동화 광고가 따라다닌다. 며칠 뒤 그 사람이 광고를 누르고 운동화를 산다. 대시보드에는 “광고 클릭 후 구매 1건”이 찍힌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사기로 마음먹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광고는 문 앞에 서 있던 손님에게 전단을 건넨 셈이다.
더 곤란한 점은 이 성적표를 누가 매기느냐다. 리포트에 담기는 성과 숫자는 대부분 광고를 판 플랫폼이 직접 계산해서 보여준 것이다. 숙제를 낸 사람이 직접 채점하는 구조다. 한 고객이 인스타그램 광고도 보고 검색 광고도 눌렀다면, 두 플랫폼이 같은 구매 1건을 각자 자기 성과로 보고하기도 한다. 그래서 플랫폼별 성과를 모두 더하면 실제 매출보다 커지는 일이 생긴다.
숫자가 틀린 것은 아니다. 광고를 본 사람이 산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숫자는 “광고를 본 사람 중 몇 명이 샀나”에 대한 답이지 “광고 때문에 몇 명이 샀나”에 대한 답은 아니다. 우리는 앞의 숫자를 보면서 뒤의 질문에 답했다고 믿는다.
3. 홉킨스가 확인하려 한 것
홉킨스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The only purpose of advertising is to make sales.”
광고의 유일한 목적은 판매다.
그는 광고를 종이 위의 판매원으로 봤다. 판매원은 실제로 얼마나 팔았는지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그는 쿠폰으로 광고끼리 반응을 비교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큰돈을 쓰기 전에 몇몇 도시에서만 광고를 먼저 내 보고, 그 도시에서 실제로 물건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확인했다. 결과가 좋으면 전국으로 넓히고, 나쁘면 작게 실패하고 접었다. 책에는 “거의 모든 질문은 테스트 캠페인으로 싸고, 빠르고,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지금의 UTM과 같은 방식을 100년도 더 전에 종이 쿠폰으로 실험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그가 더 대단했던 점은 반응을 세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팔렸는지를 끝까지 확인하려 했다는 데 있다.
시험을 설계한 사람은 광고주 자신이었다. 어느 도시에서 시험할지, 무엇으로 성공을 판단할지 홉킨스가 정했다. 지금은 그 판단을 광고 플랫폼이 보여주는 숫자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측정 도구는 좋아졌는데, 광고가 정말 판매를 늘렸는지 직접 확인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약해졌다.
4. 우리가 다시 물어야 할 것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전단을 보고 일부러 찾아온 손님인지, 어차피 들어오려다 문 앞에서 전단을 받아 든 손님인지 가려 보는 노력이다.
광고가 도박에서 벗어난 것은 쿠폰이 생겨서가 아니었다. 광고가 정말 팔았는지 확인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그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숫자 가운데 “이 광고가 없었어도 팔렸을까”에 답하는 숫자는 하나도 없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우리 광고를 바꾸자는 말은 아니다. 혹시 우리도 도박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도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방법은 없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두 잡지에 서로 다른 쿠폰을 싣고, 돌아온 쿠폰을 한 장 한 장 직접 세어 본 홉킨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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