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 상승에 올인했다” 뤼튼이 직접 밝힌 ‘GD 광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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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튼이 칸예 웨스트의 슈퍼볼 광고를 벤치마킹한 이유

“인지도 상승에 올인했다” 뤼튼이 직접 밝힌 ‘GD 광고’ 전략

지난 6월 공개된 뤼튼의 소위 ‘GD 광고’ 영상(자료=뤼튼 유튜브)

지난 6월 17일, 국내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 기업 뤼튼(뤼튼테크놀로지스)의 유튜브 계정에 짧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15초 남짓한 시간에 가수 GD가 등장해 핸드폰으로 직접 촬영한 듯한 앵글로 “AI 광고야” “루이 아니고 뤼튼”과 같은 말을 전하고 영상은 끝난다.

뤼튼의 광고는 ‘GD 광고’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다. 뤼튼은 대형 디지털옥외광고(DOOH)에도 송출하며 해당 광고를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했고,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6월 3주차 1억3202만회의 광고 노출 횟수를 기록하며 전체 브랜드 광고 노출 순위 3위까지 치솟았다.

마케팅·광고 업계에서 뤼튼의 광고는 논쟁거리가 됐다. “화제가 됐으니 성공한 광고다”라는 의견과 “광고 영상의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GD 광고에 숨은 뤼튼의 전략과 의도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지난 5일, 마케팅 컨퍼런스 MGS(Mordern Growth Stack) 2025에서 뤼튼 관계자 여럿이 나와 GD 광고 제작 스토리를 공개하며 뤼튼의 의도를 명확히 전했다.

뤼튼이 풀고자 한 문제, 인지도 확보

AI 시대에 돌입하며 대부분의 AI 서비스가 성장세를 그렸다. 뤼튼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성장 그래프의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데 있었다. 뤼튼이 정의한 과제는 “사람들이 AI는 알지만 뤼튼은 모른다”는 것이었다. 인지도 확보가 뤼튼의 목표가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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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S 2025에서 공개된 GD 광고의 세부 전략 사항.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내 존재감 극복이 핵심 목표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디지털 인사이트)

양재웅 뤼튼 그로스 마케팅 팀장은 “모든 걸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핵심 지표에 집중하고,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했다”고 말하며 “애매하면 안 하느니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 뤼튼은 고급 영상, 기능 소개, 세련됨 등 기존 광고가 집중하는 형식을 과감히 포기했다.

뤼튼은 인지도 확보라는 핵심 과제 하나에 집중했으며, 가능한 파격적인 방식을 고민했다. 뤼튼의 전략은 두 가지였다. ‘사람들을 후킹할 수 있는 모델을 활용하는 것’과 ‘단순한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 파격적인 크리에이티브 이미지와 높은 주목도를 가진 GD를 섭외하고, 광고의 메시지를 단순화한 이유다.

칸예 웨스트의 슈퍼볼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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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뤼튼 CPO(가장 우측)은 MGS 2025에서 GD 광고 제작에 칸예 웨스트의 슈퍼볼 광고를 벤치마킹 했음을 밝혔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이동재 뤼튼 CPO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뤼튼이 벤치마킹한 건 미국의 래퍼 칸예 웨스트의 2024년 슈퍼볼 광고다. 슈퍼볼 광고는 매년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만큼, 많은 브랜드가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지면이다. 칸예 웨스트 또한 작년 슈퍼볼 지면 구매를 위해 약 700만 달러(약 한화 95억원)를 썼다. 

칸예 웨스트의 2024년 슈퍼볼 광고 영상. GD 광고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자료=page six 유튜브)

약 700만 달러를 썼음에도 칸예 웨스트가 공개한 광고는 일반적인 슈퍼볼 광고와 사뭇 달랐다.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은 듯한 영상에 칸예 웨스트가 등장해 “광고 지면 구매에 마케팅 예산을 다 썼다”며 두서 없이 웹사이트 주소와 신발 등 굿즈를 판다는 정보를 전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해당 광고의 바이럴 효과는 거대했다. 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등 일부 지역 방송에만 송출됐음에도 미국 전역의 신문과 SNS가 칸예 웨스트의 광고로 떠들썩 했다.

뤼튼이 주목한 건 이와 같은 화제성이었다. 양 팀장은 “사람은 하루에 만 개의 광고를 본다. 기존 광고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면 기억될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칸예 웨스트의 광고가 기존 슈퍼볼의 광고와 너무 달라 큰 바이럴 효과를 보였던 점을 동일하게 노린 것이다.

아직까지 광고에 대한 뤼튼의 평가는 긍정적

일각에서는 GD 광고가 제공하는 정보가 적고, 광고의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해당 광고를 비판하기도 한다.   

롯데웰푸드에서 GD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

많은 인플루언서와 기업 채널이 GD 광고를 패러디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자료=롯데웰푸드 유튜브)

그러나 뤼튼은 현재까지 GD 광고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CPO는 “노이즈도 브랜드 인지의 일종”이라며 GD 광고에 대해 찬반 토론이 이뤄지는 현상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양 팀장은 “광고가 밈이 돼 인플루언서가 패러디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뤼튼이 왜 이런 광고를 만들었는지 분석하고 궁금해한다”며 화제성을 입증한 측면에서 인지도 확보라는 핵심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긍정적, 부정적 반응을 떠나 사람들이 뤼튼을 인지하고 뤼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내부 평가로 분석된다.

한 브랜드 마케팅 솔루션 기업의 임원은 “뤼튼의 GD 광고는 치열한 고민을 거친 매우 전략적인 브랜드 마케팅”이라며 “글로벌 AI 서비스와 기술력으로 승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뤼튼은 ‘AI를 전문적으로 쓰지 않는 일반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AI 서비스’로 기억되기 위해 인지도 상승에 목적을 둔 광고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남들과 다른 목표로… 장기적 성과는 지켜봐야

뤼튼은 인지도 확보를 사용자 수 확대로 연결하고자 한다. GD 광고의 종합적인 성과와 이를 통해 확보한 인지도를 향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뤼튼 관계자는 “아직 GD 광고가 온에어(On-Air)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를 분석하거나 세부적인 중장기적 전략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생활형 AI’를 지향하는 뤼튼의 방향성에 이번 캠페인을 통해 확보한 인지도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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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뤼튼의 비전이 ‘생활형 AI’임을 발표한 이세영 뤼튼 CEO(자료=뤼튼)

생활형 AI는 지난 4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뤼튼의 지향점이다. 이세영 CEO는 간담회에서 “생산성에 집중한 타 LLM 서비스와 달리 누구나 일상에서 쉽고 재밌게 사용하는 AI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뤼튼3.0의 서비스 핵심 또한 AI 에이전트를 향해가는 타 LLM과 달리 사용자와의 감정적 교류를 최우선에 뒀다.

이 CPO 또한 “우리와 대기업이 똑같다면, 소비자는 대기업을 선택한다. 그러니 남들이 하지 않는 방향과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GD 광고와 뤼튼 서비스는 그런 방향성의 결과다”라고 설명한다.

실제 GD 광고 이후 AI 업종 내 모바일 앱 신규 설치 건수 순위에서 뤼튼은 기존 4위에서 광고 이후인 6월 4주차 2위로 두 단계 올라섰다. 노이즈 또한 마케팅 효과의 일부로 평가한 도전적인 방식이 효용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신규 사용자가 서비스에 만족하고 정착하는 것은 프로덕트가 주는 만족도에 기반한다. 뤼튼의 프로덕트가 신규 사용자를 락인(Lock-in)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광고 업계 전문가는 “신규 사용자는 뤼튼의 프로덕트 완성도에 만족하지 않으면 빠르게 이탈할 것이다. 노이즈를 감수하면서까지 화제성에 집중한 GD 광고에 부정적인 소비자 여론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인식은 프로덕트에 대한 경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뤼튼은 현재까지 GD 광고에 대해 목표했던 바를 달성한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캠페인 종료 이후 GD 광고가 인지도 확보에서 사용자 수 증대의 선순환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브랜드 인식에 타격을 줘 장기적으로 사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야기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Writer. 이민호
by. 디지털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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