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에 콘텐츠 큐레이션 경험을 더한 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가 지난 해 자사 모바일 앱에 도입했던 모먼트(Moments) 기능의 대대적인 개편·확장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넷플릭스에 ‘모먼트 잘라내기(Moments Clips)’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는데요.
넷플릭스는 이 기능을 활용하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소다팝 장면, <웬즈데이>의 애덤스 댄스 등 유명하고 인기 있는 장면이나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순간들을 저장해 다시 감상하고, 손쉽게 SNS에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넷플릭스의 신규 기능이 단순한 편의성 기능 업데이트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 및 드라마 시청 자체를 확장하려는 넷플릭스의 UX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먼트 잘라내기 기능은 도대체 어떤 모습의 어떤 기능이기에, 단순히 편리한 기능 그 이상이라고 말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선 넷플릭스의 새로운 클립 기능을 중심으로 넷플릭스의 전략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클립으로 확대된 새로운 넷플릭스 모먼트

새로운 모먼트 잘라내기(Moments Clip) 기능은 모바일 앱에서 콘텐츠 시청 중 외부로 공유하고 싶은 구간을 클립으로 제작하고, 외부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사용자는 콘텐츠 감상 도중 플레이어 하단의 ‘잘라내기’ 버튼을 누른 후, 시작과 끝 지점을 지정해 최대 2분 길이의 클립을 생성하고, 이를 SNS 등 외부 채널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링크 형태로 공유된 모먼트를 클릭하면 넷플릭스 공식 PC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으로 연결돼 링크를 클릭한 사용자의 넷플릭스 회원가입·로그인·멤버십 구독 여부에 관계 없이 생성된 클립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이런 기능은 앱이나 웹 서비스에서 사용자를 특정 지점으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UX 기능인 ‘딥 링크(Deep Link)’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딥 링크는 콘텐츠 탐색의 효율성과 외부 공유 능력을 높이는데 자주 사용되는데요. 실제 개편 이전 국내에선 ‘북마크한 장면’이란 명칭으로 제공되던 과거의 넷플릭스 모먼트를 대표적인 딥 링크로 볼 수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새로운 모먼트 잘라내기가 ‘지점’을 ‘구간’으로 확대하고, 사용자에게 편집 주도권을 부여해 자유롭게 제작한 클립을 외부 채널로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점입니다. 이는 기존 북마크로 기능하던 모먼트에 클립을 제작 및 공유하는 큐레이션 경험을 결합한 모습입니다.

UI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들이 많은데요. 모바일 및 터치 조작에 최적화된 클리핑 인터페이스, 녹색과 붉은색으로 표현한 시작·종료 지점, 클립 재생 완료 후 제공되는 ‘모먼트 다시 재생’과 ‘계속 시청’ 이중 버튼 구조는 사용자에게 클립 반복 소비와 전체 콘텐츠로 이동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이는 앱 내 체류 및 재진입을 높이는 전략적인 설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모먼트 잘라내기는 과거 단순 재감상용 북마크로 사용되던 모먼트의 쓰임새를 크게 확장했다 평가받고 있는데요. 외신 테크레이더는 “넷플릭스는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예의주시하며, 이번 기능 출시 시점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종료 지점을 설정하고 클립을 생성할 수 있는 기능 추가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콘텐츠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이제 사용자들은 노래를 북마크하는 대신 일종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다”라며 호평했습니다.

왜 넷플릭스는 모먼트를 확장했을까?

그렇다면 왜 넷플릭스는 딥 링크를 통한 새로운 클립 공유 기능을 마련한 것일까요? 앞서 보았듯 새로운 모먼트 잘라내기는 짧은 호흡의 콘텐츠 소비와 모바일 친화적 트렌드와 일치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트렌드 유행이라고 하더라도 디자인 세계에서 그냥 이유 없이 이뤄지는 것은 없는데요.
특히 전 세계 고객에게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매년 강조하고 있는 넷플릭스인만큼, 다양한 추측과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그중 가장 유력한 분석은 큐레이션 및 공유 경험 확대 전략입니다.
딥 링크 및 클립 생성 기능은 팬덤 및 공유 소비 문화를 가진 오늘날의 콘텐츠들에 최적화된 기능이며, 이번 클립 기능이 사용자의 시청 경험을 넓히고, 큐레이션 및 공유 경험 추가를 통해 경쟁이 심화되는 OTT 및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 속에서 차별화를 이루고자 하는 넷플릭스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었는데요.
실제 외신 CNBC는 “이 기능은 넷플릭스가 홈페이지를 재설계하고 모바일에선 틱톡과 유사한 세로형 영상 피드를 도입하는 등 브랜드 개편 도중에 공개된 것이다”며 “넷플릭스는 2022년 잠시 침체기를 겪은 이후 기능 업데이트부터 저렴한 광고 포함 요금제, 비밀번호 공유 단속과 같은 사업 이니셔티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략적 움직임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번 모먼트 잘라내기 기능이 넷플릭스의 전략적 움직임의 일부라고 분석했습니다.

학술 연구들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 합니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 대학이 2013년 제 21회 국제 학술대회 AMC 멀티미디어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 자료 <How do we deep-link?: leveraging user-contributed time-links for non-linear video access>는 딥 링크 기반 상호작용이 앱 서비스에 비선형적 접근과 재진입을 촉진한다고 말하는데요.
또한 미국 클라크 대학 연구진이 2023년 국제 HCI 학술 대회인 CHI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 <A Literature Review of Video-Sharing Platform Research in HCI> 역시 북마크, 클립 하이라이트와 같은 영상 상호작용 UX 요소들이 플랫폼 몰입도와 커뮤니티적인 소비를 강화한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넷플릭스의 회원 상품 담당 부사장 엘마 누베마이어(Elmar Nubbemeyer)의 발언에 있습니다. 엘마 부사장이 새로운 모먼트 확장을 발표하며 “이 기능의 핵심은 회원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기념하고 공유하며, 자신들만의 특별한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해당 기능의 핵심이 단순 저장에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 큐레이션 및 공유 경험에 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인데요.
여전히 한계도 존재해

물론 새롭게 확장된 모먼트도 완벽한 것은 아니며, 여러 한계가 지적되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자체적인 영상 플레이어가 아닌 ‘링크 기반 공유’라는 형태 구조와 부분 시청 사용자 증가로 인한 사용자들의 앱 체류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작년 모먼트 초기부터 링크 형태로 공유되는 방식은 앱 내부 경험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유튜브·트위치 등 선행 클립 서비스처럼 임베디드(Embedded) 링크, 외부 플레이어 재생을 지원하지 않아 사용자들의 기대와 다른 모습에 자연스러운 확산과 바이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요컨대 클립을 생성해 공유하는 것까진 타 서비스들과 동일하지만, 링크 형태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제작한 클립은 앱 내에서만 재생돼 넷플릭스 모바일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은 사용자들에겐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며, 따라서 앱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서도 구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디자인 비즈니스 전문 외신 FAST COMPANY는 모먼트 첫 발표부터 “모먼트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하려 클릭해 보니 비디오 클립은 나오지 않고, 클립을 볼 수 있는 링크만 있었다”고 전하며 “북마크 기능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궁극적으로 하이라이트 장면보단 사용자들 사이에서 대화를 유도하는 데에 더 중점을 두고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사용자들의 기대와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UX 전문가들은 모먼트 기능이 넷플릭스의 의도와 달리 콘텐츠 전체 시청 사용자 대신 부분 시청 사용자 비율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유튜브, 틱톡과 다르게 넷플릭스의 경우 숏폼 콘텐츠가 아닌 롱폼 콘텐츠를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숏폼 콘텐츠에 최적화된 기능을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콘텐츠 소비 흐름이 상충되며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인데요.
실제 Designwings UI·UX 스쿨의 창립자 푸닛 차울라(Punit Chawla)는 넷플릭스의 신규 기능 도입에 주목하면서도 “이 기능은 사용자가 드라마나 영화의 중요한 장면들만 찾아 바로 해당 장면으로 건너뛸 수 있게 한다”며 “이는 사용자의 플랫폼 이용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에게 있어 매우 위험한 시도다”라며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기능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으로 넷플릭스는

최근 넷플릭스는 모바일 앱의 UI·UX 디자인을 빠르게 개편하고 있습니다. 세로형 숏폼 피드, 마이 넷플릭스 탭 등 모두 사용자의 사용성을 높이고, 콘텐츠 탐색 방식을 다변화하기 위한 시도였는데요. 이는 넷플릭스가 단순 OTT 시청 경험을 넘어 모바일 환경을 중심으로 플랫폼 확장을 시도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실제 누베마이어 부사장은 “이 기능은 모바일 기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더욱 역동적인 새로운 넷플릭스 경험의 시작일 뿐이다”며 “이와 더불어 우리는 지난 5월에 처음 발표한 모바일 전용 사용자들에 대한 또다른 혁신을 테스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동 중에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 클립을 시청할 수 있는 수직형 비디오 피드와 감상 계획을 돕는 AI 기반 검색 기능이 있다”라고 말하며 이번 클립 기능이 향후 기능 및 전략 측면에서 추가 확장을 염두에 둔 출발점이라는 것을 강조했는데요.
향후 넷플릭스가 모바일 앱 서비스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그리고 글로벌 OTT 경쟁 속에서 어떤 차별화된 UX 전략을 이어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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