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만원짜리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미국 IT 매체들은 출시 전까지 “역대 가장 비싼 스마트폰”이라며 가격을 문제 삼았고, 한 외신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unhinged)”라고까지 표현했어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분위기가 정반대로 흘렀습니다. 판매 시작 5분 만에 전량 매진,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매번이요. 삼성 갤럭시 Z 트라이폴드 이야기입니다.

1️⃣ 425만원짜리 폰이 5분 만에 사라진 팩트

삼성전자는 2025년 12월 2일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공개했습니다. 두 번 접는 3단 폴더블폰이고, 국내 가격은 359만 400원. 12월 12일 국내 첫 판매에서 삼성닷컴은 5분 만에 매진됐고, 오프라인 매장인 삼성 강남에는 전날 오전 11시부터 대기하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신기한 신제품이 잘 팔렸구나” 정도거든요.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2차(12월 17일), 3차(1월 6일) 판매도 5분 이내에 매진. 4차 판매는 약 2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8차 판매까지 단 한 차례도 재고가 남은 적이 없어요. 물량은 회차당 수천 대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30일, 미국 시장에 출시됩니다. 가격은 2,899달러, 약 425만원. 국내보다 66만원이나 비싼데,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미국 삼성 공식 온라인몰에서 5분 만에 품절.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등 오프라인 매장 물량도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중고 시장은 더 극적이었습니다. 정가 359만원인 제품이 당근, 중고나라에서 400만원대에 올라왔고, 일부 매물은 900만~1,000만원을 호가했습니다. 최대 600만원의 웃돈이 붙은 거죠.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 CMO는 이 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지금 가장 화제가 되는 기기”라고 평가했습니다. 핵심은, 삼성은 이 폰을 “많이 팔기 위해” 출시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2️⃣ 왜 먹혔는가 — IT에서 드롭이 통한 3가지 구조
드롭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특정 시간에 한정된 물량만 떨구는(drop) 방식으로, 슈프림이나 나이키 SNKRS가 대표적이에요.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밤새 줄을 서거나, 정해진 시각에 앱을 새로고침하며 추첨 결과를 기다리는 그 문화의 핵심 전략이죠.


근데 이건 패션·스니커즈 업계 이야기였습니다. IT 제품, 그것도 360만원짜리 스마트폰에서 드롭이 통한 건 이례적인 사례거든요. 어떻게 이게 통했을까요?
✔️ 완판 자체가 뉴스가 된다
첫 번째 구조는 단순합니다. “못 사게 만들면 사고 싶어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원리인데, 삼성이 잘한 건 이 원리의 2차 효과를 설계한 거예요.
매 회차 “5분 완판”이라는 팩트가 기사가 됩니다. 기사가 나면 “그게 뭔데?”라는 관심이 생기고, 다음 회차 판매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려요. 완판이 바이럴을 만들고, 바이럴이 다음 완판을 만드는 자가 증식 구조가 작동한 겁니다.
실제로 서울신문은 이걸 두고 “완판 행렬 자체가 바이럴 마케팅이 되기도 한다”고 짚었어요. 삼성이 별도의 광고비를 크게 쓰지 않았는데도, 매 회차 판매마다 수십 건의 기사가 쏟아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대량 생산 없이 수요를 증명하는 법
두 번째는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입니다.
트라이폴드는 삼성 최초의 3단 폴더블폰이에요. 두 번 접히는 인폴딩 구조에 티타늄 힌지, CT 단층 촬영 검사까지 들어가는 복잡한 공정 제품입니다. 원가가 높고 공정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량 생산하는 건 리스크가 큽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웨이가 먼저 시작하고, 애플이 이제야 들어오려는 초기 시장 단계에서 대량 판매부터 시작하기엔 리스크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 입장에서 드롭은 “판매 전략”이면서 동시에 “시장 테스트”인 거죠. 적은 물량으로 수요를 검증하고, 반응이 확인되면 단계적으로 물량을 확대하는 접근법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수적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기술 리더십 이미지.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S26 출시 전까지 브랜드의 혁신 이미지를 강화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어요. 즉, 트라이폴드의 1차 목표는 매출이 아니라 “삼성은 이런 것도 만든다”는 메시지 전달이고, 드롭 방식이 그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포맷이었던 겁니다.
✔️ 가성비가 아니라 욕망의 영역으로
세 번째가 가장 전략적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600달러 이상)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62%, 삼성은 20%예요. 숫자만 보면 압도적인 격차입니다. 삼성이 이 시장에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격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포지셔닝 전환입니다.
트라이폴드는 후자를 선택한 사례예요. “더 싸게”가 아니라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영역에 제품을 놓은 겁니다. IT 매체 폰아레나는 “가치가 있다고 느끼면 소비자들은 삼성 제품도 기꺼이 선택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어요.
이건 슈프림이 후드티 하나에 수십만원을 붙여도 줄 서서 사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입니다. 제품의 기능적 가치가 아니라, “이걸 가진 사람”이라는 정체성의 가치. 중고가가 정가를 넘어서는 순간, 트라이폴드는 전자제품이 아니라 소유 욕망의 대상이 된 거예요.
3️⃣ 우리 브랜드가 드롭 전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트라이폴드 사례에서 마케터가 참고할 수 있는 드롭 전략의 핵심 프레임워크는 3가지입니다.
- “완판 사이클” 설계 — 1회 판매로 끝내지 않고, 회차를 나눠서 매번 “또 매진됐다”는 뉴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자발적 바이럴의 핵심이에요. 물량을 한 번에 푸는 것보다 나눠서 여러 차례 완판시키는 쪽이 미디어 노출 총량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 한정판의 조건은 “진짜 한정” — 슈프림이 리스톡을 잘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정이라 했는데 나중에 또 풀리면” 희소성의 신뢰가 무너지거든요. 삼성은 트라이폴드의 생산 공정 자체가 복잡해서 물리적으로 소량만 생산 가능했고, 이 제약 조건이 오히려 전략의 진정성을 만들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물리적·시간적 제약이 있다면, 그걸 숨기지 말고 드롭의 근거로 활용하는 게 낫습니다.
- 드롭의 진짜 목적은 “매출”이 아니라 “포지셔닝” — 트라이폴드의 판매량 자체는 삼성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하지만 “5분 완판되는 삼성 폰이 있다”는 사실이 삼성의 프리미엄 이미지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드롭 마케팅을 “재고를 빨리 소진하는 방법”이 아니라 “브랜드 인식을 바꾸는 도구”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오늘의 소마코 콕📌
✔️ 삼성 트라이폴드는 국내 8차, 미국 1차 판매 모두 5분 이내 완판된, IT에서 드롭 마케팅이 통한 이례적 사례입니다.
✔️ 핵심 구조는 “완판→뉴스→바이럴→다음 완판”의 자가 증식 사이클. 별도 광고비 없이 매 회차 수십 건의 기사가 만들어졌습니다.
✔️ 드롭의 진짜 목적은 매출이 아니라 포지셔닝 전환입니다. “가성비 삼성”이 아닌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삼성”이라는 인식을 만든 전략입니다.

EDITOR 짱수안
“다 아는 이야기 한 번 더 정리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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