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마케팅 업계에 ‘효율과 창의성의 혁명’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LG유플러스가 캐럿 AI 도입 후 광고 제작비를 95% 절감하고, 하인즈(Heinz)가 AI에게 케첩을 그려보게 하여 ‘AI도 케첩 하면 하인즈를 떠올린다’는 재치 있는 캠페인을 성공시킨 사례는 AI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주 나쁜 성적표를 받아든 브랜드도 있습니다. 바로 코카콜라입니다. 코카콜라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2년 연속 생성형 AI 광고로 연말 크리스마스 소재를 제작했지만, 결과는 안 좋은 댓글 세례를 받았습니다. (지난 시즌 제비아는 코카콜라를 대놓고 풍자하기도 했었죠)


왜 같은 AI 기술을 썼는데, 누구는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 사례가 되고, 코카콜라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 사례’로 남았을까요? 그 차이는 AI를 ‘목적’으로 두었는지, 아니면 ‘스토리텔링의 수단’으로 두었는지의 근본적인 관점 차이에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사례는 기술적 완벽함보다 브랜드의 진정성(Authenticity)과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1️⃣코카콜라의 치명적 오류: AI를 ‘목적’으로 둔 것
코카콜라의 실패를 분석하려면 그들의 브랜드 정체성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코카콜라는 ‘Open Happiness’, ‘Real Magic’ 등 인간이 느끼는 진정한 감정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습니다. 특히 1995년작 ‘Holidays are Coming’은 눈 내리는 거리, 따뜻한 가족애, 그리고 특유의 빨간 트럭이 주는 설렘을 극대화한, ‘따뜻한 감성’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코카콜라는 이 상징적인 원작을 AI 기술력만을 과시하기 위해 리메이크했습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캐릭터는 표정이 어색하고 동작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기술적 완벽도(트럭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는지 여부 등)를 아무리 개선했더라도, 소비자들이 연말 광고에서 기대하는 따뜻함과 감동은 사라졌습니다.

코카콜라가 올해 역시 AI 광고를 선택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요. 비용 절감, 제작 기간 단축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로지 기술적 효율성에만 몰두하여, 정작 브랜드 가치를 간과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느낄 정서적 괴리감을 놓친 겁니다.
2️⃣성공하는 AI 콘텐츠의 비밀: AI는 ‘목적’이 아닌 ‘스토리텔링의 수단’
코카콜라와 달리, AI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브랜드들은 AI를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한 ‘수단’으로 명확히 정의했습니다. 이들은 ‘AI 없이도 매력적인 기획’을 먼저 완성한 뒤, AI를 효율성과 확장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합니다.
성공 사례들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이들은 “어떤 기술을 쓸까?”를 고민하기 전에, “어떤 감정을 건드려 공감을 얻을까?”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아래 두 가지 예시는 생성형 AI로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는 유명한 광고들인데요.
- 토스(Toss) 청소년 도박 캠페인: 사회적 공감 및 경각심이라는 목적 아래, AI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스토리의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시각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 하인즈(Heinz) 케첩 캠페인: AI에게 케첩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을 때 하인즈 케첩과 유사한 이미지를 제작했습니다. 이를 광고 소재로 제작해 ‘AI도 케첩하면 하인즈를 떠올린다’는 메시지를 재치있게 전달했습니다.
AI는 최종 메시지의 힘을 잃지 않도록 돕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을 더 새롭고 효율적으로 만든 보조 도구였을 뿐입니다. 이 외에도 반응이 좋았던 생성형AI 광고는 소마코에서도 여럿 다뤘었죠.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글을 추천합니다.
– 생성형 AI로 어디까지 가능할까? 최신 AI 마케팅 사례 모음 4
– 이 광고 봤어? 대기업도 쓰기 시작한 생성형 AI 광고
– 생성형 AI 광고 사례2 : 야나두, Z세대의 ‘웃픈’ 공감대를 저격하다
3️⃣마케터가 사수해야 할 본질적 역할 3가지 : AI가 못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
AI가 등장 초기, 마케터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 아닌가 불안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명확해진 사실은, AI가 마케터의 본질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AI가 분석과 실행을 대신해주면서, 마케터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인간의 영역’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마케터의 본질적인 역할 3가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1. 공감자 (Empathizer) 역할: ‘데이터 속 인간’을 읽는 통찰력
- AI의 영역: 방대한 고객 행동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
- 마케터의 영역: 수치화된 데이터 속에서 인간적인 통찰(Human Insight)을 끄집어내고, 아직 발현되지 않은 고객의 잠재적 감정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AI는 ‘무엇’을 팔아야 할지 알려주지만, ‘왜’ 그들이 그것을 원하는지는 마케터의 공감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2. 전략가 (Strategist) 역할: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철학
- AI의 영역: 수많은 마케팅 시나리오 중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를 예측하는 것.
- 마케터의 영역: 브랜드의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어떤 트렌드를 따를지, 어떤 기술을 거부할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코카콜라처럼 유행에 휩쓸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이 전략가의 역할이 필수입니다.
3. 대변인 (Spokesperson) 역할: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 AI의 영역: 확정된 메시지를 개인화된 형태로 빠르게 시각화하고 배포하는 실행력.
- 마케터의 영역: AI가 만든 결과물에 최종적으로 감수성과 진정성(Authenticity)을 입히는 것입니다. 이 ‘인간의 손길’이 콘텐츠에 영혼을 불어넣어, 기술 과시가 아닌 공감 유발 캠페인으로 완성시킵니다.

4️⃣AI는 ‘실행’을, 마케터는 ‘통찰’을 : 흔들리지 않는 마케팅의 본질
AI의 등장은 마케팅의 본질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케터가 정말 해야 하는 일’과 ‘AI가 대신해도 되는 일’을 명확하게 분리해 주었습니다.
코카콜라의 실패는 AI 기술 발전 속도에 압도되어 마케팅의 본질을 잊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기술에 앞서 브랜드의 철학을 묻지 않은 결과는, 막대한 리소스 투입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외면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결국, 마케터는 AI라는 도구가 제공하는 효율성에 감사하되, 그 효율성으로 확보한 시간을 고객의 심층적인 욕구와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를 탐구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AI를 잘 쓰는 법’이 아니라, ‘AI 없이도 매력적인 기획’을 완성하는 것. 이것이 복잡한 AI 딜레마 속에서 마케터가 잃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인간적인 통찰력입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AI는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코카콜라가 기술 과시에 집중해 실패했듯, AI를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두지 않고 기술 자체를 앞세우면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훼손하게 됩니다.
✔️AI 시대에도 마케터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AI가 데이터 분석 및 실행을 담당할 때, 마케터는 공감, 전략, 진정성이라는 세 가지 인간 고유의 영역에 집중하여 통찰력을 키워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의 힘’입니다. AI 활용에 앞서 ‘AI 없이도 매력적인 기획’을 완성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것이 기술적 미숙함까지 유머와 신선함으로 승화시키는 성공적인 AI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EDITOR 짱수안
“소마코 편집장, 다 아는 이야기 한 번 더 정리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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