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스타그램, 샤오홍슈

‘작은 빨간색 노트’라는 뜻의 샤오홍슈(小红书)는 2013년 만들어진 중국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짧은 동영상과 사진, 텍스트를 사용해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월간 활성 이용자 1억 명, 그중 70%가 90년대생으로 중국 젊은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죠.
그야말로 ‘중국의 인스타그램’이라고 할 만하죠. 하지만 사실 이 둘은 전혀 다릅니다.
1️⃣ 인스타그램, 틱톡 vs 샤오홍슈: 의도의 차이
샤오홍슈를 인스타그램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사용자의 의도에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주요 사용 목적은 지인들의 소식을 보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는 것이죠. 한편, 틱톡의 사용자는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앱을 켭니다.

그러나 샤오홍슈는 특정 제품이나 정보에 대한 실사용 경험을 ‘검색’하고 ‘검증’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애초에 그 시작이 ‘해외 쇼핑 가이드(小红书出境购物攻略)’였거든요. 사용자들은 샤오홍슈를 통해 해외 쇼핑, 해외 여행, 해외 취업 및 유학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했고, 이것이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 공유 앱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따라서 샤오홍슈가 강력한 사용자 기반의 맞춤형 검색 결과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뭔가 답이 필요하거나 어떤 상품을 구매하기 전 샤오홍슈에서 검색해 댓글인 ‘노트(笔记)’를 찾아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2️⃣ 커머스 플랫폼 전략: 풀을 심어라
샤오홍슈의 영향력을 폭발시킨 것은 ‘풀 심기(种草, 쭝차오)’라는 독특한 문화입니다.

‘풀 심기’는 2010년대부터 중국에서 생긴 신조어로, 뭔가를 사고 싶은 마음을 풀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잡초가 “산불로도 다 태울 수 없고, 봄바람에 다시 자라듯” 구매 욕구도 자꾸자꾸 생긴다고 해서 구매 욕구를 ‘풀’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풀 심기”는 남에게 물건을 추천해 구매 욕구를 유발하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의 ‘손민수’ 트렌드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훨씬 적극적이고 정보 지향적입니다. 손민수가 비주얼로 모방 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인 데 비해 ‘풀 심기’는 검색과 실사용 후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뤄지죠.

샤오홍슈가 무서운 이유는 이 ‘풀 심기’가 완벽한 구매 퍼널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시각적 콘텐츠를 통해 관심 유발 ➡️ 활발한 댓글과 후기로 정보 검증 ➡️ 최종 구매 결정(쇼핑 기능)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앱에서 끊김없이 이루어집니다. 인스타그램+온라인 커뮤니티+쿠팡이 합쳐진 강력한 콘텐츠 커머스 생태계인 셈이죠. 중국에선 뭔가 답이 필요할 때 일단 샤오홍슈를 켠다고 할 정도입니다.
3️⃣ 우리가 샤오홍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샤오홍슈? 중국 애들만 쓰는 거잖아.”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샤오홍슈는 중국 내수 시장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 거대하고 탄탄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트렌드가 유입되고 재창조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먼저 샤오홍슈를 통해 구매력 높은 중국 Z세대가 어떤 K-뷰티 제품에 열광하는지, 어떤 글로벌 니치 브랜드를 스스로 찾아내 유행시키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루이비통, 디올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샤오홍슈에서 신제품을 가장 먼저 공개하고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것은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합니다.
특히 구매력 높은 1선 도시*의 사용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에, 샤오홍슈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중국 핵심 타겟층이 모여있는 플랫폼입니다.
(*1선 도시: 중국의 경제, 정치 문화적으로 중요한 대도시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가리킵니다.)

둘째, 샤오홍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영감이 될 수 있습니다. 정보 공유와 신뢰를 바탕으로 견고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를 커머스로 연결하는 방식은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줍니다. 비대면 시대에 가장 확실한 구매 유도 장치는 결국 ‘진정성 있는 실제 후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결론: 고객의 소비 여정에 대한 ‘작고 빨간 노트’
샤오홍슈는 단순히 다른 나라의 인기 앱이 아닙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일어나는 미래 소비 생태계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 중 하나입니다.
실제 사용자가 공감하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UGC)가 어떻게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고객의 구매 여정을 어떻게 단축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작고 빨간 노트’라고도 할 수 있죠.
오늘의 소마코 콕📌
✔️중국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를 지배하는 샤오홍슈는 단순한 SNS가 아닌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 틱톡이 ‘재미’를, 인스타그램이 ‘트렌드 발견’을 위한 공간이라면, 샤오홍슈는 구매 전 ‘검색과 검증’을 위한 신뢰 기반의 정보 탐색 공간입니다.
✔️ 사용자들은 ‘풀 심기(种草)’ 문화를 통해 진정성 있는 후기를 공유하고, 이는 앱 내에서 ‘관심-검증-구매’로 이어지는 강력한 커머스 생태계를 만듭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