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5일, 버번 위스키 브랜드 짐빔이 공개한 광고 영상이 하루만에 백 만회 이상 바이럴 되며 업계에서 꽤 회자됐습니다. 아이더, 타미진스, 어뮤즈, 데싱디바, 케라스타즈, 메디큐브 에이지알, 다이슨, 우리은행, 그리고 짐빔까지 — 장원영이 모델로 하고 있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드 9개가 장원영 하나를 매개로 단 하나의 콘텐츠에 등장한 건데요. 바로 짐빔 광고로 말이죠. 게다가 역사적으로 화제가 됐던(?) 광고 컨셉들이 쉴 새 없이 몰아칩니다. 이프로 부족할 때나 초록매실 같은 카피들 말이에요. 그러니까 단순히 그냥 브랜드를 모은 것 뿐만 아니라 재미까지 잡은 거죠. 덕분에 빠르게 바이럴 되며 “광고계의 유니버스”, “장원영 ETF”라는 표현까지 나왔는데요, 사실 이 캠페인이 흥미로운 건 규모가 아닙니다. 왜 하필 짐빔이 이 캠페인을 주도했는가, 거기에 숨겨진 비하인드를 주목해봤습니다.
1️⃣ 이 캠페인이 만들어진 방식
캠페인 이름은 ‘원영의 꿈’. 기획과 제작은 종합광고대행사 파괴연구소가 맡았습니다. 짐빔의 글로벌 슬로건인 ‘Best Enjoyed Together(함께할 때 가장 즐겁다)’를 출발점으로, 이 ‘함께’의 의미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브랜드 간의 결합으로 확장하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었습니다.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 박가영 차장은 “파괴적으로 모델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짜보고 싶다는 니즈에서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즉, 슬로건의 의미를 형식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기획 의지가 먼저였다는 거죠. 다만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주류 브랜드 입장에서 꽤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파괴적으로 모델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짜보고 싶다는 니즈에서 시작됐다.”
박가영 차장 ·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
2️⃣ 짐빔이 구심점이 된 진짜 이유
주류 광고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TV는 오전 7시~오후 10시 광고 금지, 모델이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도 불가합니다. 지상파 광고로 일반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예요. 반면 SNS와 숏폼 환경의 규제 기준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짐빔이 타겟으로 하는 2030 소비자층이 정확히 이 채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이번 캠페인의 구조가 의미 있어집니다. 단독 주류 광고가 아니라 패션·뷰티·금융·가전과 함께 묶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프레이밍되면서, 짐빔은 주류 광고로서의 직접적인 규제 압력을 피하면서도 핵심 타겟에게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게 됐거든요. ‘함께 즐길 짐빔 됐어?’라는 슬로건이 라이프스타일 맥락 안에서 작동하게 된 거죠.
[활용법] 카테고리 특성상 광고 표현에 제약이 있는 브랜드(주류, 의약품, 금융 등)라면 이 구조를 참고할 수 있어요. 단독 광고보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의 일부로 브랜드를 등장시키는 방식이 규제 환경에서 더 유연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비용 분담 + 팬덤 교차 노출
9개 브랜드가 공동 기획한다는 건 단순히 “같이 찍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제작비와 모델 활용을 나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K-pop 탑티어 모델의 계약 조건을 단독으로 감당하는 것과, 9개 브랜드가 함께 활용하는 것은 비용 구조가 다릅니다.
동시에 콘텐츠는 짐빔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에피소드별 시리즈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9개 브랜드 각각의 SNS 채널 팔로워가 자연스럽게 교차 노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같은 콘텐츠를 두고 아이더 팬과 다이슨 팔로워와 짐빔 팬이 동시에 반응하게 됩니다. 비용은 나누고, 노출 총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방식이에요.







[활용법] 단독 모델 계약이 부담스러운 브랜드라면, 동일 타겟을 공유하는 비경쟁 카테고리 브랜드와의 공동 캠페인을 검토해볼 수 있어요. 관건은 타겟의 일치 여부와 브랜드 이미지의 충돌 여부, 이 두 가지입니다.
4️⃣ 이 캠페인이 가능했던 전제 조건
솔직히 이런 캠페인이 가능하려면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파괴연구소는 2023년 짐빔 하이볼 캔 출시 때부터 빔산토리코리아의 캠페인을 총괄해온 파트너입니다. 2025년 장원영·박정민 출연 캠페인으로는 대한민국광고대상 온라인 영상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9개 브랜드의 복잡한 가이드라인을 조율해내는 것 자체가 상당한 실행력을 요하는 일이었고, 박가영 차장이 직접 “밤낮 주말 구분 없이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입니다.
“2023 년부터 짐빔의 성장을 함께해온 파괴연구소는 브랜드 철학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강력한 실행력을 가진 파트너, 브랜드의 열린 사고를 크리에이티브로 승화시킨 이번 캠페인을 통해 짐빔의 ‘Best Enjoyed Together’ 가치를 한 차원 높게 전달할 수 있었다”
박가영 차장 ·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
파괴연구소 관계자는 “종합광고대행사로서 단순히 광고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 간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짐빔과 함께 고착화된 광고 시장의 틀을 깨는 파괴적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이 캠페인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파격적인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의 신뢰, 그걸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대행사의 조율 능력, 이 두 가지가 3년에 걸쳐 쌓인 결과입니다. 아이디어 자체보다 실행 난이도가 더 높은 캠페인이었다는 거죠.
5️⃣ 이 포맷, 복제 가능한가
남는 질문은 이겁니다. “장원영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지, 이 포맷 자체가 복제 가능한 건지.” 여러 브랜드가 한 모델을 두고 협업하는 사례가 해외에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슈퍼볼 시즌에 일부 브랜드들이 같은 셀럽을 교차 노출시키거나, 패션 위크에서 여러 하우스가 동일 모델을 기용하는 식이죠. 하지만 이번처럼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드 9개가 단일 내러티브 안에서 동시에 등장하는 구조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선례가 없습니다. 단순히 같은 모델을 쓰는 것과, 9개 브랜드가 하나의 콘텐츠를 공동 기획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거든요.
그렇다면 이 포맷이 복제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전제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팬덤이 충분히 집중된 공통 모델, 타겟이 겹치는 비경쟁 카테고리 브랜드, 그리고 여러 브랜드의 이해관계를 실제로 조율할 수 있는 실행력.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재미있는 기획안”에서 멈추게 됩니다.
혁신적인 캠페인은 관계 자본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이게 이 캠페인이 남긴 가장 실용적인 교훈이에요.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짐빔이 장원영을 모델로 한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드 9개를 하나의 광고 콘텐츠로 만들어 ‘장원영 유니버스’를 만들었습니다.
9개 브랜드 각각의 SNS 채널 팔로워가 자연스럽게 교차 노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각 브랜드는 비용은 나누고, 노출 총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를 얻게 됐습니다.
팬덤이 충분히 집중된 공통 모델, 타겟이 겹치는 비경쟁 카테고리 브랜드, 그리고 여러 브랜드의 이해관계를 실제로 조율할 수 있는 실행력이 이번 캠페인의 핵심 성공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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