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줄 서요” 브랜드는 왜 미디어 파사드 마케팅에 진심일까?

0

영하 10도의 강추위.  다들 주머니에 손 넣고 걷기 바쁜 추운 날씨에도 기어코 사람들을 멈춰 세우는 곳들이 있습니다. 

바로 건물 외벽을 화려한 영상으로 뒤덮는 미디어 파사드 현장입니다. 단순히 ‘예쁘다’에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마케팅 전략을 알아봤어요.

왜 브랜드와 지자체는 미디어 파사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걸까요?

1️⃣신세계 백화점: 압도적인 크기와 스토리텔링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신세계백화점 본점입니다. 명동 길거리 한복판에 사람들을 대규모로 줄세우면서, 매년 이슈가 되고 있죠. 이제는 연말 시즌이 되면 기다려지는 연례행사가 됐습니다.

올해의 테마는 ‘Wonder all the day’. 커튼이 열리면서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여행이 시작되죠. 영상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아나몰픽(Anamorphic) 기술을 활용해 특정 각도에서 보면 화면에서 튀어나올 듯 입체적으로 보이는 일종의 착시 기술이에요. 스마트폰처럼 작은 화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시야를 꽉 채우는 대형 스크린은 비일상적인 풍경이자 동시에 압도적인 몰입감을 남깁니다. “이건 직접 가서 봐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되고요.

거대한 스크린 설치 비용에 매년 제작하는 블록버스터급 영상 제작까지. 신세계는 왜 이런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할까요? 같은 기간 백화점에선 일종의 ‘분수 효과’를 톡톡히 누립니다. 미디어 파사드라는 강력한 볼거리가 1층과 지하로 고객을 먼저 유입시키고요. 밖에서 떨며 영상을 본 사람들은 몸을 녹이려 매장 안으로 들어오고, 커피를 마시고, 자연스럽게 위층으로 이동하며 지갑을 열게 되죠. 온라인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현장 경험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아, 아래에서 위로 매출을 쏘아 올리는 매출 상승 전략이 되는 셈입니다.

2️⃣광화문 윈터페스타: 도심 브랜딩의 정석

서울 광화문으로 가볼까요? 서울시가 주최하는 2025 서울 윈터페스티벌입니다. 밤이 되면 광화문을 배경으로 말이 힘차게 달리고, 세종대왕이 그 위에서 인사를 건넵니다. 굴곡진 외벽에 맞춰 빛을 투사해 영상을 구현하죠. 쉽게 말해, 건물에 별도로 스크린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건물 자체를 스크린처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광화문 현판이나 성문에 못 하나 박지 않고도 영상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야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죠.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광화문을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되고,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서울을 즐거운 도시로 만들게 됩니다. 

3️⃣경주 대릉원 & 수원 화성: 문화재의 새로운 활용

“추워도 줄 서요” 브랜드는 왜 미디어 파사드 마케팅에 진심일까?
2025 국가유산미디어아트 경주대릉원 웹페이지

미디어 파사드 열풍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로컬 마케팅의 대표 수단으로도 인기예요. 특히 경주 대릉원 사례가 인상적인데요. 황남대총 · 천마총 등 대릉원 전체 영역에 왕릉(고분)을 스크린으로 활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죠. 둥근 곡선의 고분 위에 빛을 쏘아서 생동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올해 진행된 주제는 ‘대릉원 몽화(夢華·꿈에서 노닐던 즐거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를 보는 동안 그간 엄숙하게 느껴지던 유적지는 몽환적인 야간 명소로 바뀌어요. 수원 화성 역시 웅장한 성곽을 따라 영상이 송출되고, 매해 진주에서도 국가유산인 진주성을 활용해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집니다.

지역에서 왜 이렇게 미디어파사드에 진심일까? 이는 곧 야간 관광(Night Economy)으로 이어지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해가 지면 떠나던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아 밤 늦은 시간까지 머물게 만들고, 산책하러 나온 김에 주변 식당, 카페, 술집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집니다. 야간에도 볼거리를 만드는 일에 지자체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죠. 더군다나 미디어 파사드는 다른 방식에 비해 유적지 훼손이 상대적으로 적고,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요.

4️⃣백화점은 왜 벽면에 수십 억을 쓸까?

한 마디로 하면,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세계 본점은 매년 파사드 제작에 수십억 원을 투입한다고 알려져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거둡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 이유가 있어요.

첫째, 모객력으로 인한 매출상승입니다. 사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시대에 굳이 백화점까지 갈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파사드 영상을 보기 위해서라면?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옵니다. 신세계 본점의 경우, 점등 기간 동안 저녁 시간대 유동 인구가 평소보다 약 60% 늘어나죠.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단순히 영상만 보고 떠나는 게 아니라,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백화점 안으로 들어와 식사하고 쇼핑을 합니다. 파사드를 보고 유입된 관람객들이 전층을 오가면서 지갑을 여는 일이 펼쳐져요.

둘째, 자발적인 바이럴 효과입니다. 방문객이 직접 찍어 올리는 릴스와 쇼츠, 인스타그램 콘텐츠는 쏠쏠한 홍보효과를 보여줍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줄을 서서 촬영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며 확산시키죠.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보다 효율적인 광고 방식은 드문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파사드 경쟁이 해를 갈수록 치열해지고, 더욱 다양하고 눈을 사로잡는 영상이 등장하고 있어요.

오늘의 소마코 콕📌

✔️ 분수효과(Fountain Effect): 미디어 파사드로 1층에 모인 인파가 위층으로 이동하며 매출을 견인하는 현상을 노려요. 파사드를 보기 위해 모인 인파가 매장으로 유입되며 F&B와 쇼핑 매출을 이끌어요.
✔️ 야간경제(Night Economy): 경주와 수원처럼, 밤 시간대 볼거리를 제공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상권을 살리는 효과를 유도해요.

✔️바이럴 효과 : 방문객이 직접 찍어 올리는 사진, 영상 콘텐츠는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와 함께 브랜드를 호감으로 만들어요.

죠죠 푸터

EDITOR 죠죠
“장점을 찾는 게 장점인 사람. 낮에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밤이면 글을 써요.”

By. 소마코

광고문의

소소레터 구독버튼
스크린샷 2025 12 01 오후 11.39.50

함께 읽으면 좋은 콘텐츠

댓글 0개

댓글 작성

건전한 댓글 문화를 만들어주세요. 입력하신 정보는 댓글 관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인기글HOT

1

젠틀몬스터 신사옥, ‘하우스 노웨어 서울’이 보여주는 리테일의 미래

2

나이키 슬로건, 40년 만에 바뀌었다? JUST DO IT에서 ‘WHY DO IT?’ 으로

3

[뉴스콕] 카톡이 인스타처럼? 프로필 공개 개편에 엇갈린 반응 (8월 4주차)

4

MZ세대는 왜 겪어본 적도 없는 레트로를 그리워할까? : 아네모이아 현상

5

러쉬는 왜 락페에 왔을까? – 화장실에서 만난 러쉬 대표님

최신글

“추워도 줄 서요” 브랜드는 왜 미디어 파사드 마케팅에 진심일까?

마케터를 위한 나노 바나나 프로 꿀팁 5가지

역대급 라인업! 구글 제미나이 X 돌고래 유괴단 연말 캠페인

이마트24가 성수동에 ‘실험실’을 차린 진짜 이유

2025 컬리 푸드 페스타, 차별화된 고객 경험 위주의 방문기

[뉴스콕] ‘흑백요리사2’ 열풍에 다시 시작된 미식 경쟁, 셰프와 손잡고 ‘미식 스토리’ 확장 (12월 4주차)

매장을 넘어 ‘패션 테마파크’로, 무신사 메가스토어 용산 방문기

2026년 UI·UX 실무자가 챙겨야 할 글로벌 컨퍼런스 총정리

10년 대장정의 진심을 담은 <기묘한 이야기> 콜라보 모음

2025 팝업스토어 총결산, 2026년에 어떻게 활용할까?

뉴스레터

엄선된 트렌드 인사이트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