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로그로 보는 MZ 소통법 : B급 바이브로 A급 브랜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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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의 킁킁로그, MZ와 통하다

“너 정말 으심되.”

“시험인데 이러면 어떡하라고, 어떻하라고, 어떡콰라고, 우뜩하라고…”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 위에 그려진 말풍선에 일부러 맞춤법 틀린 인터넷 밈이 박힌 썸네일.

공공기관의 제작물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적인 이 영상은 관세청 유튜브의 ‘킁킁로그’ 시리즈로, 공개되자마자 수십만 회의 재생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채널의 기존 영상들이 수백에서 수천 회, 많아야 1만 회 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는 압도적인 성과죠.

킁킁로그 썸네일
출처 =.관세청 킁킁로그 공식 유튜브

견고한 클리셰가 지배하던 공공기관 필드에서 ‘킁킁로그’는 기존의 공식을 파괴하며 등장한, 주목할 만한 현상입니다. 이는 하나의 브랜드가 대중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룰이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 성공 공식의 핵심 요소를 짚어보겠습니다.

1️⃣ 거부할 수 없는 감성으로 접근하라

흔히들 광고의 ‘3B 치트키’를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이라 합니다. 뻔하긴 하지만, 이들이 등장하는 광고는 감성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관세청 킁킁로그 썸네일
출처 = 관세청 킁킁로그 공식 유튜브

‘킁킁로그’는 관세청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마케팅 자산인 마약 탐지견들을 활용합니다. 시청자는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무장 해제되고, 이 긍정적인 감정은 채널과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됩니다.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전략이죠.

하지만 킁킁로그의 성공을 단순히 ‘귀여운 동물’이라는 흥행 공식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관세청의 마약 탐지견들은 이미 인스타그램의 SNS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고, 각종 방송에도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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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만 봐도 킁킁로그와 약간의 차이가 느껴지는 ‘태어나보니 마약 탐지견’ 시리즈 /. 출처 =. 관세청 공식 유튜브

관세청 유튜브에서 마약 탐지견을 다룬 것도 킁킁로그가 처음이 아닙니다. 1년 전부터 업로드된 ‘태어나 보니 마약 탐지견’ 시리즈 역시 탐지견 7남매의 성장을 다루며 소소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킁킁로그와 같은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했죠. 왜 그럴까요?

태어나 보니 마약 탐지견 시리즈는 보다 정제된 톤으로 훈련 과정을 구체적으로 전달합니다. 말하자면 <동물농장>에 가깝다고 할까요. 과장된 밈이나 웃긴 장면보다는 정보 전달과 이미지 홍보에 충실합니다.

이렇게 전형적인 유형의 콘텐츠는 분명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로 너무 완결성이 있다 보니 일회적인 경험으로 완결되어 버립니다. 흥미진진하게 에피소드를 지켜보는 일방적인 감상에 머무를 뿐, 시청자가 개입해 함께 서사를 만들어갈 ‘틈’은 별로 없는 겁니다.

2️⃣ MZ처럼 말하라

한편, 킁킁로그는 기관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지웁니다. 심지어 ‘킁킁로그’라는 이름에도 관세청이나 마약탐지견에 대한 단서가 없습니다. 정제된 스토리라인이나 정보 제공은 최소화하고, 대신 요란한 편집과 밈이 꽉 차 있습니다. 썸네일부터 맞춤법 파괴는 기본이고, 영상에 삽입된 영어 음성은 “돈까스 먹으러 가자”를 “don’t gas going eat”이라는 파괴적인 번역으로 전달합니다.

킁킁로그 썸네일, 맞춤법을 파괴한 B급 감성
출처 = 관세청 킁킁로그 공식 유튜브

이렇게 날것의 감각이 살아있는 ‘B급 바이브’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장치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는 권위적인 화자에서 친밀한 대화 상대로 포지션을 재설정하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킁킁로그’의 타깃은 관세청 정보를 찾는 사람이 아닌, 귀여운 동물에 열광하고 인터넷 밈으로 소통하는 MZ세대임이 명확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네이티브 마케팅’을 통해, 정제된 메시지로는 불가능했던 강력한 유대감과 팬덤을 구축하는 거죠.

킁킁로그의 B급 밈 활용
출처 = 관세청 킁킁로그 공식 유튜브

킁킁로그에서는 마약 탐지견이 테스트에 실패하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미숙한 모습까지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는 ‘완벽한 공무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서툴러서 더 마음이 가는 인간적(아니, 강아지적인) 매력으로 오히려 더욱 강력한 끌림을 만들어냅니다.

3️⃣ 브랜드보다 세계관을 제공하라

이것이 킁킁로그가 보여준 가장 진화한 형태의 브랜딩 전략입니다. 영상 어디에도 “마약 밀수는 나쁘다” 혹은 “관세청은 이렇게 열심히 일합니다”같은 직접적인 슬로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마약 탐지견을 꿈꾸는 강아지들의 성장 서사라는, 몰입도 높은 하나의 ‘세계관’이 존재할 뿐입니다.

시청자는 브랜드가 설계한 세계관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캐릭터의 서사를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내재화합니다. 자신을 광고하는 대신,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브랜드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를 넘어, 문화의 생산자이자 놀이터의 주인이 됩니다.

킁킁로그 유튜브 댓글
잘 만들어진 ‘놀이판’에는 유튜브 코리아도 놀러 옵니다. / 출처 = 관세청 킁킁로그 유튜브 댓글

그리고 이 세계관은 ‘댓글’이라는 소통의 창을 통해 완성됩니다. 특히 유튜브 영상의 댓글란에서 탐지견들의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자, 탈락한 강아지를 위로하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팬들이 남긴 재치 있는 반응은 다시 다음 영상에서 소개되어 캐릭터성을 강화합니다. 팬들의 반응이 콘텐츠의 일부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 영리한 설계 안에서 ‘마약의 위험성’과 ‘관세청 업무의 중요성’이라는 다소 무거운 메시지는 “열심히 일해달라”, “마약 청정국을 만들어달라”는 긍정적인 팬심과 응원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발현됩니다.

4️⃣결론

결국 ‘킁킁로그’의 사례는 좋은 브랜딩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어떤 ‘놀이터’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일방적인 메시지 발신이 아닌, 고객이 기꺼이 시간을 보내고 의미를 발견하는 경험의 설계.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시대 마케터들에게 주어진 가장 흥미롭고 강력한 기회일 것입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관세청의 ‘킁킁로그’는 귀여운 마약 탐지견을 주인공으로 B급 밈을 적극 활용하여, 기존 공공기관의 틀을 깬 파격적인 소통 방식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 시청자들이 댓글과 밈으로 직접 참여하는 ‘세계관’을 설계하여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습니다.
✔️ 킁킁로그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직접 주입하는 대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는 ‘놀이터’를 제공하는 마케팅 공식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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