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 원조가 돌아왔다, 점찍고 돌아온 냉부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요?
프로그램의 우승 셰프?
섬세하고 젠틀한 파인다이닝 셰프 이미지로 인스타 팔로워 50만 명을 달성한 손종원 셰프?
여전한 카리스마를 발휘한 안성재 셰프?
‘흑백요리사 출연’이라는 딱지를 얻은 식당들?

물론 저마다 큰 화제성을 얻었지만, 전혀 다른 방송국의 전혀 다른 프로프램,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입은 수혜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2010년대 쿡방 열풍의 시조였던 <냉장고를 부탁해>는 <흑백요리사> 이후 다시 부활해, <흑백요리사>에 등장했던 셰프들을 출연시키기 시작하면서 화제를 모으며 귀환했습니다.

이 컴백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새로운 유행에 올라탄, 치밀하게 계산된 레거시 IP의 재활용 전략이죠.
화제는 <흑백요리사>가 끌어놓고 <냉장고를 부탁해>가 그 수혜를 만끽하는 비법, 같이 살펴볼까요?
1️⃣ 트렌드 메이커가 아닌 최대 수혜자 전략
과거의 <냉부해>가 15분 레시피와 셰프테이너라는 문화를 창조한 ‘트렌드 메이커’였다면, 2024년의 <냉부해>는 이미 달궈진 시장에 올라타는 ‘팔로워’ 전략을 취합니다. 이는 매우 효율적인 선택입니다.

실제로 <흑백요리사>로 인해 요리 예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최고조에 달했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과거 쿡방 클립을 끊임없이 재소환하고 있습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신규 기획 대신, 이미 포맷 검증이 끝난 IP를 꺼내 듦으로써 제작 비용과 마케팅 리소스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스타 셰프들이 출연해 요리한다’는 포맷의 특성상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을 데리고 오면서 그 화제성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쉽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재방송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거대한 트래픽의 파도 위에 가장 안전한 배를 띄우는 고도의 레버리지 전략인 것입니다.
2️⃣ 추억과 새로움을 잇는 포맷의 미세 조정
지금의 냉부해는 포맷은 거의 예전 그대로지만, 실제로 보면 예전과는 뭔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과거 냉부해의 매력 포인트는 예상할 수 없는 게스트의 냉장고 속 사정, 15분 안에 이뤄지는 스피디한 대결, 스타셰프들이 평범한 재료를 가지고 선보이는 놀라운 요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연예인들의 냉장고에 일반적이지 않은 고급 식재료가 꽉 차 있어 시청자들이 점차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비슷비슷한 구도와 변하지 않는 캐릭터들의 매너리즘 문제도 있었죠.
또한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예전보다 훨씬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환경, 직접 요리하기보다는 배달과 밀키트가 확장된 트렌드, 유튜브로 고퀄의 쿡방과 레시피를 끝도 없이 찾을 수 있는 트렌드의 변화는 냉부해에게 불리한 시대의 흐름입니다.
지금의 냉부해는 게스트보다 셰프에, 레시피보다 대결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같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같은 포맷과 컨셉의 중점을 서로 다른 곳에 두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이 초점의 변화는 가장 큰 타깃층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입니다.

신생 냉부해의 타깃층은 예전 냉부해처럼 직접 요리를 즐기고 쿡방 자체의 매력을 좋아하는 시청자보다는 <흑백요리사>로 셰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예능시청자와 잘파세대입니다.
신생 냉부해는 초반에 “<흑백요리사>의 아류냐”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흑백요리사>를 강하게 의식했는데, 그 점을 계속 우직하게 밀고나가 이제는 ‘<흑백요리사> 다음에 출연할 방송’이라는 인식이 될 정도로, 명백하게 후속 예능의 포지션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트렌드를 수집하며 계속 방송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도 부지런하게 노젓는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셰프들의 캐릭터화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지금의 냉부해는 거의 모든 셰프들을 적극적으로 캐릭터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최현석, 이연복 셰프와 김풍 작가 등 인상이 강렬한 셰프들이 있었지만 이러한 캐릭터성은 각자가 타고난 예능성에 기대거나, 방송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정도였습니다. 원래 카메라에 서는 게 익숙하지 않은 셰프들은 그렇게 예능적 컨셉이 강렬하지는 않았죠.

그러나 신생 냉부해에서는, 이미 <흑백요리사>로 특정한 컨셉이 강화된 셰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카메라에 비교적 익숙하고 또 어느 정도 스타성이 검증된 셰프들을 말이죠. (이 역시 <흑백요리사>가 재주를 넘고 <냉부해>가 콩고물을 줍줍하는 광경) 그리고 제작진은 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밈과 캐릭터성을 더욱 강조하고, 여기에 냉부해의 서사를 덧붙입니다.


흑백요리사에서는 아무도 자신에게 춤을 시키지 않았다며 시무룩해하던 정호영 셰프나, 잘풀린 도라이 컨셉으로 캐릭터를 굳힌 박은영 셰프도 흑백요리사가 쏘아올리고 냉부로 날개를 달았죠.

특히 ‘왕자님 같은’ 손종원 셰프와 ‘말괄량이 여주’ 같은(?) 김풍 작가의 캐릭터를 굳히고 관계성을 적극적으로 말아주는 것처럼, 유튜브에서 셰프들의 캐릭터 모음집으로 2차 유입과 화제성을 가져가는 것도 신생 냉부해의 특징입니다.
4️⃣결론: 메가 트렌드 옆에서 ‘세컨드 무버’가 되는 법
<냉부해>의 컴백은 모든 브랜드와 마케터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반드시 내가 트렌드의 발원지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을 뒤흔드는 메가 트렌드가 등장했을 때, 굳이 그 정중앙에서 경쟁하기보다 그 옆에서 쏟아지는 낙수 효과를 챙기는 ‘세컨드 무버’ 전략이 때로는 더 강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론, 거기엔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트렌드를 잘 읽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기들을 챙겨서 잘 준비해두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이 들어올 때, 가장 빨리 노를 저을 수 있는 배는 급하게 만든 뗏목이 아니라 이미 모터를 달고 있는 튼튼한 배일테니까요.
오늘의 소마코 콕📌
✔️ 돌아온 <냉부해>는 단순한 추억 팔이가 아니라 <흑백요리사>가 만든 트래픽 파도 위에 검증된 IP를 태운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 기존 포맷은 유지하되 초점을 게스트(냉장고)에서 셰프(캐릭터/관계성)로 이동시켜,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했습니다.
✔️ 트렌드의 창시자가 아니다로, 메가 트렌드가 왔을 때 즉시 꺼내 쓸 수 있는 ‘준비된 레거시 자산’이 있다면 이를 능숙하게 활용해 물들어 올 때 누구보다 멀리 노를 저어 갈 수 있습니다.

EDITOR 원더제비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반짝이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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