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간다면 필수 코스가 있죠. 바로 일본의 대형 잡화 브랜드 ‘돈키호테’입니다. 펭귄 마스코트 ‘돈펭’이 반겨주는 미로 같은 매장에서 예상치 못한 신기한 아이템들을 발견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했던 기억, 한 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그런데 돈키호테가 더현대서울에 팝업으로 상륙했습니다. 7월 8일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30분 만에 1,200명이 몰리며 예약 접수가 마감되는 진풍경이 벌어졌죠. 일본 핫템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오픈런에 나선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편의점과 잡화점이라는 얼핏 어색해 보이는 만남, 그 뒤에는 양국 리테일 강자들의 전략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흥미로운 전략 속으로 함께 빠져볼까요?

1️⃣ K-편의점과 J-잡화점의 만남
편의점과 잡화점의 협업, 언뜻 어색해 보이지만 두 브랜드는 흥미로운 접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GS25는 단순히 일상의 편리함만 제공하는 편의점을 넘어서려 했습니다. 무신사와의 협업을 통해 편의점에서 패션 아이템을 만날 수 있게 했고, 넷플릭스와의 컬래버로는 드라마 속 간식을 현실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죠. 이는 ‘필요에 의한 방문’에서 ‘발견의 즐거움을 위한 방문’으로 고객의 편의점 이용 패턴을 바꾸려는 시도였습니다.
반면 돈키호테는 처음부터 ‘압축 진열’과 ‘미로 동선’ 설계를 통해 고객이 목적 상품을 찾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아이템들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습니다. 화장품 옆에 과자가, 생활용품 옆에 캐릭터 굿즈가 배치되어 있어 ‘이런 것도 있었네?’라는 놀라움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죠.
두 브랜드는 모두 ‘계획된 구매’ 너머의 ‘우연한 발견’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철학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상품 진열이 아닌, 고객이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발견형 쇼핑 환경’을 구축하려는 공통된 지향점이 이번 협업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GS25와 돈키호테의 협업은 올해 5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첫 번째 단계로 5월 일본 400개 돈키호테 매장에 GS25 전용 매대가 설치됐고, 한국의 제품, PB상품 등이 현지에서 판매 상위권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번 더현대서울 팝업은 그 두 번째 단계로,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전략을 통해 진정한 윈-윈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죠.

2️⃣ GS25와 돈키호테의 전략은?
이번 협업이 반응을 얻은 배경에는 양사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각자가 추구하는 목표는 다르지만,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윈-윈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GS25의 글로벌 야심
💡해외 네트워크 확보: 돈키호테의 글로벌 매장망을 활용해 ‘K-편의점’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수 있습니다.
💡체험형 매장 실험: 기존 식음료 중심에서 뷰티, 잡화, 글로벌 상품으로 확장해 고객 체류 시간과 구매율을 높이는 새로운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돈키호테의 아시아 전략
💡 리스크 없는 시장 테스트: 대규모 투자 없이 한국 소비자 반응을 파악하고 현지화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 브랜드 선점 효과: 공식 매장 오픈 전 ‘돈키호테=일본 쇼핑의 재미’라는 이미지를 미리 각인시키는 전략입니다.
특히 이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 상품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습니다. 엔저 효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제품들이 ‘가성비 프리미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일본 현지 감성을 한국에서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졌습니다. 여기에 ‘경험 수집’ 문화와 SNS 공유 트렌드까지 맞물리면서, 일본 핫템 구매 자체가 특별한 경험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죠.
이런 상호 보완적 니즈와 소비자 트렌드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천명 이상의 오픈런’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3️⃣ 편의점, 리테일의 미래와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돈키호테 팝업은 편의점 업계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한국 편의점 밀도는 높은 수준이지만 성장 여력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들은 단순한 유통 채널에서 복합 생활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이제, 상품 유통을 넘어 일상을 큐레이션 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목적형 구매를 넘어 경험과 콘텐츠를 통해 잠재된 구매 욕구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발견형 쇼핑’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돈키호테의 ‘보물찾기’ 콘셉트가 한국에서도 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은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문화권 브랜드와의 협업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동시에 팝업스토어는 시장 테스트, 브랜드 체험, 데이터 수집을 동시에 해결하는 전략적 도구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진출의 전략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GS25와 돈키호테 협업은 기존 식음료 중심 편의점에서 벗어나 체험형 매장 모델을 실험해 볼 수 있는 파트너십이었습니다. GS25는 일본의 돈키호테 매장이라는 검증된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었고, 돈키호테 역시 대규모 투자 없이 한국 시장을 테스트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이 돈키호테 브랜드와 상품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상품군이 인기가 높은지, 매장 운영 시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등 향후 정식 매장 오픈을 위한 핵심 데이터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번 돈키호테 상륙은 단순한 일본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아니었습니다. 편의점이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 신호던 것이죠.
앞으로 편의점은 더 이상 ‘필요할 때 들리는 곳’이 아닌, ‘가고 싶어지는 공간’으로 진화하지 않을까요?
오늘의 소마코 콕 📌
✔️ 양방향 협업: 2025년 5월부터 기획된 GS25와 돈키호테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일본 400개 매장 진출과 국내 1,200명 오픈런으로 양사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은 완벽한 윈-윈 사례를 만들어냈습니다.
✔️ 발견형 쇼핑의 승리: “계획된 구매”에서 “우연한 발견”으로의 쇼핑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편의점과 잡화점이라는 이색적 조합이 오히려 최적의 궁합임을 증명했습니다.
✔️ 편의점 진화의 필연성: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 상품 열풍과 경험 수집 문화가 맞물리면서, 편의점이 단순 유통 채널에서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 진화해야 하는 시대적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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