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로 결제하는 시대, 페이스페이 vs 페이스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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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앞에서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찾느라 당황해 본 경험, 한 번쯤 있으신가요?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결제가 끝나는 세상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토스의 ‘페이스페이’와 네이버의 ‘페이스사인’이 오프라인 매장, 캠퍼스, 오피스 빌딩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안면 인식’ 기술을 결제와 인증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결제의 주체가 손안의 카드에서 얼굴로 이동하는 흐름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신뢰의 단위가 바뀌고 있는 결정적 순간을 보여줍니다. 과거 우리가 카드를 내밀던 행위는 카드사라는 거대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얼굴을 스캔하는 1초 남짓한 순간에, 우리는 기술과 브랜드에 대한 훨씬 더 복합적인 믿음을 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기술 뒤에서, 토스와 네이버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각각 어떤 다른 설계를 하고 있을까요? 두 기업이 벌이는 조용한 신뢰 UX 전쟁, 그 막이 올랐습니다.

한 여성이 태블릿 단말기 앞에서 본인 인증을 진행하는 모습. 카드에서 얼굴로 결제 수단이 바뀌며 '신뢰 UX'가 중요해진 시대를 상징합니다.
출처 = unsplash

1️⃣ 얼굴로 인증 하는 시대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만으로 결제, 송금, 신분 증명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나의 얼굴이 곧 지갑이자 신분증이 되는 ‘바이오 인증’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AI 기반 안면 인식 기술의 발전과 ‘더 간단하게, 더 빠르게’라는 소비자의 끊임없는 요구가 있습니다. 결제 과정의 단계를 하나라도 더 줄이려는 사용자의 니즈가 기업들이 더 과감한 기술을 도입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토스 페이스페이의 안면 인식 결제 단말기 화면과, 3% 캐시백 혜택을 강조하는 토스 앱 화면. '속도와 효율'로 기술적 신뢰를 구축하려는 토스의 전략을 보여줍니다.
출처 = 토스

2️⃣ 속도와 효율의 신뢰 — 토스 ‘페이스페이’

토스의 페이스페이는 기술의 속도입니다. 단말기 앞에 서서 잠시 얼굴을 비추면 결제가 끝납니다. 카드도, 앱도 필요 없습니다. 복잡한 단계를 모두 걷어내고, ‘지연 없는 경험’으로 신뢰를 쌓습니다. 사용자는 이 단순함 속에서 안심을 느낍니다. 불필요한 절차가 사라질수록, 결제의 신뢰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으로 체감됩니다. 이것이 토스가 설계한 기술의 신뢰입니다.

물론,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정교한 기술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결제를 시도할 수 없게 막는 ‘라이브니스(Liveness)’, 쌍둥이도 구분해내는 정밀한 인식 모델, 시간에 따라 변하는 얼굴을 학습하는 ‘에이징(Aging)’ 알고리즘, 그리고 24시간 작동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이 모든 과정이 단 한순간에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얼굴 데이터는 원본 형태로 저장되지 않고 암호화되어 관리되며, 토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유일한 얼굴 결제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토스의 전략은 사용자는 빠름 속에서 ‘안심의 경험’을 얻고, 그 경험이 다시 신뢰로 전환됩니다.

네이버페이의 통합 결제 단말기 '커넥트'의 이미지. QR, 삼성페이, 페이스사인 등 모든 결제 수단을 지원하며 '연결의 신뢰'를 구축하려는 네이버의 전략을 상징합니다.
출처 = 네이버

3️⃣연결의 신뢰 — 네이버페이 ‘페이스사인’

네이버의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페이스사인’은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 그 자체보다, 결제 전후의 경험을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에 더 가깝습니다. 네이버의 통합 단말기 ‘커넥트(CONNECT)’는 현금, 카드, QR, 삼성페이, NFC 등 모든 결제 수단을 지원하며 그 위에 얼굴 인식 기능을 더했습니다.

결제가 끝나는 순간, 네이버 지도와 연동된 매장 정보가 화면에 뜨고, 온라인에서 받은 쿠폰이 자동으로 불러와집니다. 포인트는 즉시 적립되고, 사용자는 따로 앱을 켜지 않아도 리뷰와 멤버십을 바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결제는 끝났지만, 관계는 계속됩니다. 리뷰, 포인트, 쿠폰, 예약으로 이어지는 신뢰의 연속성이 사용자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네이버는 결제를 ‘끝’이 아닌 관계의 시작점으로 정의합니다. 한 번의 결제는 하나의 체험이 되고, 그 체험은 다시 다음 방문으로 이어집니다. 네이버의 전략은 결제 기술이 아니라, ‘관계가 지속되는 경험’입니다. 결제의 속도가 아닌, 결제 이후의 감정이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듭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 인식 아이콘이 떠 있고, 배경에는 카드와 할인 아이콘이 있습니다. 이는 얼굴 결제가 카드와 혜택을 결합하는 새로운 신뢰의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출처 = 토스

4️⃣얼굴로 결제하는 시대, 신뢰의 구조가 바뀝니다

얼굴 결제는 편리함의 완성이 아니라 신뢰의 전환점입니다. 카드 번호나 비밀번호처럼 숨겨진 정보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이는 얼굴로 결제가 이루어집니다.

그만큼 결제의 구조는 폐쇄에서 개방으로, 은폐에서 드러냄의 신뢰로 옮겨갑니다. ‘얼굴을 내민다’는 건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신뢰를 표현하는 태도입니다. 결제의 순간은 이제 거래가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동의의 제스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술보다 먼저 안심의 감정을 설계해야 합니다. 얼굴은 바꿀 수 없고, 노출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느끼는 불안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며, 이 감정을 설계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신뢰를 얻습니다. 결제 단말기는 더 이상 단순한 POS가 아니라 신뢰가 작동하는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네이버페이 '페이스사인'과 토스 '페이스페이'의 안면 인식 결제 화면. 이는 얼굴 결제 시대가 기술 경쟁을 넘어 '브랜드 철학'과 '신뢰의 경험'을 증명하는 경쟁임을 상징합니다.
출처 = 네이버, 토스

앞으로 결제 시스템은 더 빠르고 더 간편해질 것입니다. 토스와 네이버는 길은 달라도 질문은 하나입니다.

“결제의 순간, 얼굴을 맡기시겠습니까?”

결제는 1초면 충분하지만, 그 1초에 얼굴을 내어준다는 행위에 담긴 신뢰의 무게는 깊고 오래갑니다. 우리가 단말기에 비추는 것은 단순한 안면 데이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 브랜드는 내 민감한 정보를 지킨다”는 믿음이자, “이 브랜드는 나에게 더 나은 경험을 준다”는 기대의 표현입니다.

결제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구조를 설계하는 브랜드가 주도할 것입니다.
‘얼굴을 내민다’는 건 결국, 브랜드를 향한 공개된 투표가 아닐까요?

오늘의 소마코 콕📌

✔️ 신뢰의 단위 변화: 결제의 주체가 카드(시스템 신뢰)에서 얼굴(브랜드 신뢰)로 이동하며, ‘신뢰 UX’ 설계가 핵심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 속도 vs 관계: 토스는 ‘기술의 속도’로 신뢰를 증명하고, 네이버는 포인트, 리뷰 등 ‘관계의 지속성’으로 신뢰를 설계합니다.
✔️ 얼굴 결제는 단순 기술 경쟁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을 바탕으로 ‘신뢰의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안심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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