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TVING)이 설계하는 ‘팬덤 생태계’ 전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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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OTT를 ‘혼자’ 보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영상을 방 안에서 조용히 감상하는 콘텐츠는 편리하지만 어딘가 고립된 경험이 되어버렸죠.

그런데 최근 티빙(TVING)이 이 고독한 스크린에 ‘광장’을 열었습니다. ‘같이볼래?’라는 라이브 스트리밍은 ‘혼자 보는’ 미디어라는 공식을 깨고, ‘함께 즐기는’ 경험으로 사용자를 초대합니다. 글로벌 OTT들이 더 많은 오리지널 확보에 몰두하는 사이, 티빙은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닌 ‘어떻게 함께 볼까’를 묻고 있습니다.

티빙, 스트리머 침착맨의 '귀멸의 칼날 같이볼래?' 라이브 이벤트 포스터
출처 = 티빙

1️⃣ 콘텐츠 포화 시대, 경쟁의 축이 이동하다

OTT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콘텐츠의 바다’에서 이용자들은 이제 무엇을 봐야 할지조차 피로함을 느끼죠. 수많은 오리지널이 쏟아지지만, 이제 단순한 ‘양의 경쟁’만으로는 이용자의 시간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OTT의 경쟁 축은 ‘콘텐츠 소유’에서 ‘시간 점유’로, 그리고 다시 ‘커뮤니티 확보’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용자를 머물게 하는 힘은 더 이상 콘텐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이제 그 힘은, 그 콘텐츠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과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2️⃣ 팬덤을 흡수하고, 확장하다

티빙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이미 형성된 팬덤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 안에서 다시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크리에이터 팬덤의 흡수입니다. 대표 사례는 ‘침착맨 × 귀멸의 칼날’ 10시간 정주행 라이브입니다. 이는 단순한 시청이 아니라, ‘침착맨’이라는 거대한 커뮤니티가 티빙이라는 공간으로 흡수 되었습니다. 팬들은 콘텐츠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침착맨과 함께 보기 위해’ OTT에 접속했습니다. 뿐만아니라 티빙은 먹방 크리에이터 입짧은햇님, 공포 콘텐츠 돌비공포라디오 등 인기 크리에이터를 편성에 포함해, 그들의 코어 팬덤을 티빙의 체류 트래픽으로 전환했습니다.

두 번째는 오리지널과 스포츠를 통한 팬덤 확장입니다. 〈환승연애4〉 방영 당시, 이용진·유라가 실시간으로 함께 시청하며 대화하는 라이브 토크를 선보였고, 단순한 오리지널 시청을 넘어 ‘참여형 팬덤’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포츠 예능 〈찐팬구역〉은 KBO 리그 팬덤이라는 거대한 감정 공동체를 정조준했습니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감정 기반의 팬덤 비즈니스입니다.

결국 크리에이터·오리지널·스포츠 팬덤을 ‘같이볼래?’라는 하나의 기능으로 엮어내며, 모두가 머물고 교류하는 올인원 팬덤 플랫폼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티빙 '같이볼래?'의 팬덤 확장 전략을 보여주는 UI: '환승연애4' (오리지널 팬덤)와 '레드불 비씨원 월드 파이널' (스포츠 팬덤) 라이브 예고
출처 = 티빙

3️⃣ 티빙 라이브가 다른 이유

유튜브나 트위치에서도 리액션 스트리밍은 가능하지만, 티빙의 접근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것은 불법 스트리밍의 ‘대체재’가 아니라, 오직 티빙에서만 가능한 ‘프리미엄 공동 시청’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설계한 것입니다.

〈귀멸의 칼날〉 10시간 정주행처럼, ‘정식 판권’을 확보한 플랫폼만이 수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공식 이벤트를 열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 스트리머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자본력과 신뢰의 영역입니다. 또한 채팅의 모더레이션과 신고 시스템은 무질서한 채팅방이 아닌, 안전하게 관리되는 ‘공식 커뮤니티’를 만듭니다. 팬덤이 안심하고 모일 수 있는 디지털 ‘광장’이 바로 여기서 탄생합니다. 크리에이터 중심의 스튜디오 제작은 ‘개인 방송’이 아닌 하나의 완성된 쇼를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시청 경험의 질은 방송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집니다.

유튜브가 ‘개인의 자유로운 시간’을 제공한다면, 티빙은 ‘공식적이고 안전한 공동의 시간’을 설계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글로벌 OTT가 자본으로도 쉽게 복제할 수 없는, 티빙만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티빙의 스포츠 팬덤 확장 전략을 보여주는 '팬덤중계' 포스터. KBO 삼성 라이온즈 경기를 호스트 드림, 허형규가 생중계한다.
출처 = 티빙

4️⃣콘텐츠가 아닌 ‘경험’을 설계하라

티빙의 행보는 OTT 경쟁의 본질이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아닌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내게 하느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 오리지널 수로 맞붙는 것은 막대한 자본 소모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티빙은 ‘함께 보는 경험’, ‘소통하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적 차별화 가치로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K-POP 팬덤이 플랫폼(위버스·버블 등) 안에서 소통하며 결속을 다지는 구조와도 닮아 있습니다. 결국 OTT는 단순한 ‘콘텐츠 보관소’가 아니라,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감정을 공유하는 디지털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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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티빙

티빙은 지금, ‘오리지널 전쟁’의 무대를 벗어나 ‘관계의 무대’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영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모여드는 시간의 경험을 만들고 있습니다. OTT의 경쟁은 이제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경험의 깊이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티빙은 그 공백에 ‘함께 보는 리듬’을 심고 있습니다.

티빙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시간의 연결성’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성이야말로 글로벌 OTT가 흉내 낼 수 없는, 로컬 플랫폼의 힘입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 OTT의 경쟁 축은 ‘콘텐츠의 양’에서 ‘시간 점유’와 ‘공동의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티빙은 ‘같이볼래?’를 통해 크리에이터·오리지널·스포츠 팬덤을 하나의 생태계로 엮고 있습니다.
✔️ 티빙의 경쟁력은 ‘콘텐츠’가 아니라 ‘시간의 연결성’,그리고 그 연결성에서 피어나는 ‘공감의 리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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