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문을 열었는데, 컵라면 대신 게임 캐릭터 피규어가 반깁니다. 삼각김밥을 집으려다 조선 팰리스 호텔셰프가 만든 프리미엄 샌드위치를 발견합니다. 계산대 앞에는 한정판 립 틴트가 진열되어 있고, 정중앙 매대를 차지한 것은 W컨셉 패션 아이템입니다.
“여기 진짜 편의점 맞아?”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성수동에 등장한 이마트24 트렌드랩은 우리가 알던 편의점의 공식을 완전히 다시 쓰고 있습니다. 30평 매장에 2,500개 상품 중 1,000개가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이고, 3개월마다 브랜드가 바뀌는 팝업존이 매장 중심을 차지합니다.
이마트24 트렌드랩은 왜 ‘편의점 격전지’가 아닌 ‘젠지의 성지’ 성수동을 택했을까요? 그리고 매장 이름에 굳이 ‘실험실(Lab)’을 붙인 이유는 뭘까요?
1️⃣ 이마트24 트렌드랩, ‘구매’의 공간에서 ‘취향’의 공간으로
지난 11월 27일, 이마트24는 서울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트렌드랩 성수점’을 오픈했습니다. ‘All day highlight’라는 슬로건 아래,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10~30대가 총집합하는 성수동을 전략적 요충지로 선택했습니다.
정중앙에는 W컨셉, 어뮤즈와 협업한 ‘브랜드 팝업존’이 자리하고, 입구 왼편 ‘이벤트존’에서는 모바일게임 ‘트릭컬 리바이브’ 콜라보 굿즈 38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안쪽 ‘스타상품존’에는 조선 팰리스 이타닉가든 손종원 셰프와 협업한 프리미엄 샌드위치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K-컬처, 패션, 게임 등 다양한 이종 산업과 결합하여 편의점을 하나의 ‘트렌드 플랫폼’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입니다.
2️⃣ 트렌드랩 성수점, 후발주자의 계산된 선택
트렌드랩 성수점이라는 화려한 실험 뒤에는 냉철한 시장 분석이 있습니다. 이마트24는 편의점 업계 4위로, CU와 GS25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세븐일레븐과 함께 하위권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편의점 성장률은 점점 둔화하고 점포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출점 경쟁’으로 성장하던 시대가 끝난 지금, 경쟁 편의점의 물량 공세가 한계에 부딪힌 순간 ‘규모의 게임’을 버리고 ‘성수동이라는 차별화의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성수동이라는 선택도 전략적입니다. 이곳은 10~30대 밀집도가 전국 최고 수준인 상권일 뿐 아니라,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수집할 수 있는 완벽한 테스트 베드입니다. 게다가 W컨셉, 조선호텔 같은 신세계 계열사와의 협업이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1위는 어렵다면, 가장 영향력 있는 곳에서 가장 선명한 차별화를 보여주자.” 이것이 이마트24가 내린 결론입니다.
3️⃣ 이마트24 트렌드랩이 제시하는 편의점 플랫폼 전략 3가지
이번 행보는 단순한 신규 매장 오픈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정체된 편의점 시장을 돌파하려는 치밀한 전략 세 가지가 숨어 있습니다.
💡 전략 1: 편의점의 플랫폼화, ‘물건 대신 브랜드를 팝니다’
트렌드랩 성수점은 편의점보다 ‘편집숍’에 가깝습니다. 매장 전면 ‘브랜드 팝업존’에서는 K-뷰티 브랜드 ‘어뮤즈’와 신세계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제품을 만날 수 있으며, 3개월마다 새로운 브랜드로 교체됩니다. 이 전략의 진짜 가치는 ‘회전율’입니다. 3개월마다 바뀌는 브랜드는 지속적인 ‘재방문 이유’를 만듭니다. “지난달엔 어뮤즈였는데, 이번엔 뭐지?” 이는 단골 고객이 아니라 ‘구독 고객’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젠지 세대의 소비 패턴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들은 ‘소유’보다 ‘경험 수집’을 선호하죠. 편의점을 ‘매일 가는 편집숍’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심리 전략입니다.
💡 전략 2: 실패를 줄이는 ‘R&D 테스트 베드’
매장 이름에 ‘랩(Lab)’이 들어간 이유는 이곳이 거대한 실험실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출시 예정인 신상품을 먼저 공개하고, 젠지 세대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수집합니다. 비용 절감 효과는 명확합니다.
- 기존 방식: 전국 매장 일괄 입고 → 재고 리스크 증가
- 트렌드랩 방식: 성수 반응 확인 → 검증된 상품만 확대
트렌드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며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전국 매장에 상품을 깔기 전,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성수동에서 시장성을 검증하는 영리한 R&D 전략입니다.
💡 전략 3: 그룹사 시너지로 만드는 ‘독보적 강점’
편의점의 기본인 ‘먹거리’에서도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조선호텔 셰프와의 협업 샌드위치, 신세계L&B가 엄선한 가성비 와인 등 신세계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편의점 음식의 퀄리티를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이것은 다른 편의점이 따라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신세계 계열사(조선호텔, L&B, W컨셉)는 이마트24만 활용 가능한 ‘독점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다른 편의점이 ‘무엇을 파는가’를 고민할 때, 이마트24는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설계했습니다. 플랫폼, 실험실, 독점 자산, 이 세 가지 축이 성수동 30평 매장에서 새로운 편의점의 정의를 만들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이제 ‘필요를 채우는 공간’이 아닌 ‘취향을 발견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트렌드랩은 정체된 편의점 시장에 던진 하나의 질문입니다.
“편의점은 정말 컵라면과 삼각김밥만 팔아야 하는가?” 업계 4위라는 현실을 인정하되, 그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대담한 실험을 선택했습니다.
매장 수로 승부할 수 없다면 매장 하나의 강렬함으로 승부한다. 이것이 성수동에 ‘실험실’을 연 이유입니다. 3개월마다 바뀌는 브랜드 팝업존, 조선호텔 셰프의 샌드위치, 게임 콜라보 굿즈. 이 모든 것은 ‘편의점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선언입니다.
업계 4위가 선택한 30평 성수점의 실험, 그 결과가 편의점의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릅니다. 이마트24는 지금 ‘플랫폼으로서의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수를 두고 있습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이마트24는 ‘규모’을 버리고 성수동 30평 매장 하나로 ‘차별화’를 선택했습니다.
✔️ 3개월마다 바뀌는 브랜드 팝업존, 성수동 R&D 실험실, 신세계 계열사 독점 자산. 세 가지 축이 편의점을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 “편의점은 정말 컵라면과 삼각김밥만 팔아야 하는가?” 트렌드랩은 편의점 업계 전체에 던진 질문이자,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첫 번째 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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