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시즌이 되면 브랜드들은 일제히 같은 방향을 향해요. 초콜릿, 커플, 설렘. 그런데 올해 2월, 라면 브랜드 하나가 정반대를 택했습니다. 삼양식품의 불닭은 발렌타인에 ‘이별’을 꺼내 들었거든요. 슬로건은 “전 애인보다 더 핫한(Hotter Than My EX)”. 커플의 설렘 대신 솔로의 자존감을 전면에 내세운 이 캠페인, 단순한 시즌 이벤트가 아니라 불닭이라는 브랜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설계도입니다.
1️⃣ 불닭이 발렌타인에 건넨 것 — HTMX 캠페인 전체 구조
보이넥스트도어가 2월 9일 뜬금없이 ‘Earth, Wind & Fire (Buldak Hotter Than My EX Ver.)’ 음원을 공개했어요. 이들의 히트곡 ‘Earth, Wind & Fire’를 캠페인 버전 ‘Buldak Hotter Than My EX Ver.’로 재해석했는데, 기존 음원에서 가사 한 두마디가 변경되었고 제목에 ‘불닭버전’이라고 명시가 되었다니 기존 케이팝 팬으로서 재미있는 시도라고 느꼈답니다. 후렴구 가사가 ‘Hotter than my EX. 이젠 너보다 더 날 사랑할래’ 로 바뀌었는데, 발렌타인데이 시즌을 배경으로 이별 이후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더 단단해진 자아를 발견하는 순간을 그려냈어요. 로맨스가 아니라 자기확신이 서사의 중심인 거죠. 음원사이트에 정식 발매되긴 했지만 일정 기간 동안에만 공개되는 것도 특이한 포인트예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틱톡에서 ‘Hotter Than My EX 챌린지’를 전개하고,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캠페인 한정판 패키지를 런칭합니다. 그리고 삼양애니가 만든 디지털 캐릭터 ‘페포(PEPPO)’가 불닭 세계관에 본격 합류하는 무대이기도 하죠.

이걸 구조로 정리하면, 각 채널이 명확한 역할을 나눠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보이넥스트도어 캠페인 영상 → 🎵 화제성: K-pop 팬덤이 1차 확산을 만들어요.
- 틱톡 HTMX 챌린지 → 🎯 참여: 팬이 아닌 일반 유저까지 콘텐츠를 만들면서 2차 확산이 일어나요.
- 미국·인도네시아 한정판 → 🛒 구매 전환: 시즌 한정 패키지로 실구매를 유도해요.
- 페포(PEPPO) 캐릭터 → 🌐 세계관: 캠페인이 끝나도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접점이 유지돼요.
화제성 → 참여 → 구매 → 세계관이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는 구조예요. 시즌 이벤트치고는 설계가 꽤 촘촘한 거죠.

2️⃣ 이 캠페인이 먹히는 3가지 이유
① 시즌의 ‘감정 프레임’을 뒤집었다
발렌타인 마케팅의 기본 공식은 “커플의 설렘”이죠. 근데 이 공식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타겟이 커플로 좁아지거든요. 비커플 — 솔로이거나, 이별을 경험했거나, 연애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자동으로 빠지는 구조예요.
불닭은 이 빈자리를 정확히 노렸어요. “전 애인보다 내가 더 핫하다”는 메시지는 이별 후의 상실감이 아니라, 이별 후의 자존감에 방점을 찍은 거죠. 커플이 아닌 쪽이 오히려 다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전환은 타겟 풀을 넓히는 아주 실리적인 판단이에요.
기존 발렌타인 마케팅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는 메시지로 커플이라는 소수를 타겟하고, 브랜드를 ‘선물’로 포지셔닝했다면, 불닭 HTMX는 “나는 충분히 핫하다”로 비커플을 포함한 다수에게 말을 걸면서 브랜드를 ‘태도의 상징’으로 올려놓은 거예요.
핵심은 ‘반대로 했다’가 아니라 ‘다수의 감정을 내 편으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시즌 마케팅에서 감정 프레임을 뒤집는 건, 단순히 튀려는 게 아니라 더 큰 시장을 잡는 전략이거든요.
② 제품 속성을 ‘감정 코드’로 전환했다
불닭의 핵심 속성은 매운맛이에요. 이번 캠페인은 이 매운맛을 “당당함”,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이라는 감정으로 치환했어요. 라면의 맛이 아니라, 라면을 먹는 사람의 태도를 파는 구조인 거죠.
이게 가능한 배경이 있어요. 삼양식품은 2025년 매출 2.3조를 찍었고, 해외 비중이 80%나 차지해요. 1조에서 2조까지 2년밖에 안 걸렸습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 = 매운 라면”이라는 인식이 충분히 깔려 있으니까, 제품 설명 대신 태도와 감정을 앞세울 수 있는 거예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이 전략을 쓰면 안 먹힌다고 봅니다. 불닭이니까 되는 구조인 거죠.
③ 채널을 나눈 게 아니라, 역할을 나눴다
이 캠페인에서 눈여겨볼 건 채널을 많이 쓴 게 아니라, 각 채널에 명확한 역할을 붙였다는 거예요.
보이넥스트도어는 ‘화제성’을 담당해요. K-pop 팬덤이 캠페인 영상을 1차로 확산시키는 구조죠. 틱톡 챌린지는 ‘참여’를 맡았습니다. 팬이 아닌 일반 유저도 콘텐츠를 만들게 하면서 브랜드 메시지를 2차 확산시켜요. 미국·인도네시아 한정판은 ‘구매 전환’을 담당하고요.
그리고 이 페포(PEPPO)라는 캐릭터, 삼양애니가 만든 빨간 병아리 캐릭터인데, 유튜브 구독자 106만에 누적 조회수 2.3억 회를 기록중입니다. 구독자의 99%가 해외 시청자예요. 페포는 이번 캠페인에서 ‘세계관 확장’을 담당하는데, 캠페인이 끝나도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접점이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3️⃣ 내 브랜드에 적용하는 법
불닭 규모가 아니어도 이 캠페인에서 가져올 수 있는 건 ‘시즌 프레임 전복’ 기법이에요.
사실 이 기법으로 성공한 가장 극적인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타오바오의 광군제(Singles’ Day)인데요. 원래 광군제는 1993년 난징대 학생들이 발렌타인에 대항해 만든 ‘솔로들의 날’이었는데, 타오바오가 2009년에 이걸 쇼핑 축제로 재정의했죠. “솔로라서 외롭다”가 아니라 “솔로니까 나를 위해 쓴다”로 감정을 뒤집은 거예요. 결과는 2025년 기준 연간 매출 1,500억 달러.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예요. 불닭의 HTMX와 정확히 같은 구조 — 시즌의 소외된 감정을 뒤집어서 더 큰 시장을 만든 케이스죠.
시즌 마케팅을 기획할 때, 제일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거예요.
“이 시즌에서 소외되는 감정은 뭐지?”
발렌타인이면 솔로의 자존감, 크리스마스면 혼자만의 리추얼, 여름 휴가 시즌이면 일하는 사람의 보상심리. 시즌의 ‘주류 감정’에서 빠진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구체적으로는 3단계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 시즌의 디폴트 감정을 정의해요. 발렌타인이라면 “커플의 설렘”이 되겠죠.
둘째, 그 감정에서 소외되는 다수를 찾아요. 솔로, 이별 경험자, 연애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에요.
셋째, 자사 제품의 속성을 그 감정에 연결해요. 불닭은 매운맛을 당당함과 자존감에 연결했죠. 이 세 단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시즌의 소수 브랜드가 아니라 시즌의 대항마가 될 수 있어요.
시즌 마케팅에서 진짜 경쟁 상대는 같은 시즌을 노리는 다른 브랜드가 아니라, 그 시즌이 전제하고 있는 ‘감정의 디폴트값’이에요. 발렌타인의 디폴트가 설렘이라면, 그 설렘 바깥에 서 있는 다수에게 말을 거는 브랜드가 시즌을 가져갈 수 있거든요.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점점 더 잘하는 불닭, 이번 판은 또 글로벌 젠지에게 어떻게 먹힐까요? 우선 저는 글을 계속 쓰다보니 불닭이 땡겨서요, 오늘 저녁은 불닭 먹겠습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불닭 HTMX 캠페인은 발렌타인의 ‘커플 설렘’ 프레임을 ‘솔로의 자존감’으로 전복시켜, 더 넓은 타겟을 확보한 설계예요.
✔️ 매운맛이라는 제품 속성을 ‘당당한 태도’로 전환한 건, 매출 2.3조·해외 비중 80%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된 전략이에요.
✔️ 시즌 마케팅의 핵심 질문: “이 시즌에서 소외되는 감정은 뭐지?” — 광군제도, 불닭도 이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EDITOR 짱수안
“다 아는 이야기 한 번 더 정리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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