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요즘 SNS 피드에서 관악산 정상 인증샷을 유난히 자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역술가 박성준이 방송과 유튜브에서 꺼낸 한마디, “운이 안 풀릴 땐 관악산으로 가라”는 말이 SNS를 타고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관악산은 불꽃이 치솟는 형상을 가진 ‘화산(火山)’으로, 정체된 기운을 흔들어 깨우는 에너지가 강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관악산은 ‘등산 명소’에서 ‘개운 성지’로 재탄생했습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주말마다 정상석 앞에 줄이 늘어섰고, 대기 시간이 1시간을 넘기는 날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단순히 산을 찾는 인파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등산복이 품절됐고, 아웃도어 플랫폼의 매출 그래프가 가파르게 올라갔습니다. 단순한 유행처럼 보이지만, 등산의 의미가 바뀌고 있고, 그 변화를 패션 업계가 빠르게 포착하기 시작했습니다.
1️⃣ SNS가 만든 ‘정상 인증’
이번 관악산 열풍이 이전의 등산 붐과 다른 이유는 전파 방식에 있습니다. ‘인생이 잘 안 풀린다’는 감성적 공감에서 출발한 이 트렌드는, 인증샷을 올리고 챌린지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참여형 콘텐츠로 전환됐습니다.
바이럴을 가능하게 한 요소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기운이 트인다’는 강력한 서사. 단순한 운동이 아닌 의미 있는 행위로 재해석되자 참여 동기가 달라졌습니다. 둘째, 서울 근교라는 높은 접근성. 부담 없이 당일치기로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진입 장벽을 낮췄습니다. 셋째, 인증 문화와의 완벽한 궁합. 정상 인증샷이라는 명확한 참여 포맷이 챌린지의 확산 속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 어디에도 브랜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광고 없이, 캠페인 없이 자연 발생적으로 수백만 명의 관심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 관심은 곧 소비로 연결됐습니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대에,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의식’을 찾고 있던 2030 세대에게 관악산 등산은 딱 맞는 답이었던 셈입니다.

2️⃣ 아웃도어 수요 전년 대비 폭증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올해 1~3월 등산화·트레킹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0%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등산용품 135%, 윈드브레이커·티셔츠 등 의류 130%, 선스틱 등 휴대용 뷰티 제품까지 110% 늘었습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한 달간 ‘등산’ 검색량이 57% 증가했고, 아웃도어 상품 거래액은 137% 상승했습니다. 무신사에서도 같은 기간 ‘등산’ 검색량이 64% 올랐고, 중등산화 거래액은 130%나 늘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납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 아웃도어 매출은 15% 증가했는데, 특히 2030 고객 매출이 20% 확대되며 젊은 층 유입이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등산화·트레킹화 매출
아웃도어 거래액
중등산화 거래액
2030 아웃도어 매출
그런데 이 데이터에서 정말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성장을 이끈 품목이 등산 전문 장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프리 레깅스, 바람막이, 기능성 반소매처럼 일상에서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애슬레저 품목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습니다. 등산이 목적인 소비가 아니라, 등산을 핑계로 한 ‘패션 소비’가 폭발한 것입니다.
결국 핵심은 장비 구매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소비입니다. 소비자들은 ‘산을 잘 오르기 위해’ 옷을 산 것이 아니라, ‘이런 걸 하는 내가 되기 위해’ 옷을 샀습니다.

3️⃣ 관악산 열풍과 패션 업계의 3가지 공략법
이 수요를 가장 빠르게 읽은 브랜드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진입했습니다. 가격대와 타겟에 따라 전략이 갈렸고, 그 분화 자체가 시장의 성숙도를 보여줍니다.
① 가성비 진입 — 다이소
‘처음 등산해보는 2030’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건 다이소였습니다. 등산 카테고리에서 기능성 바람막이, 장갑, 경량 용품을 초저가로 출시하며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습니다. 고가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모르더라도, 관악산에 처음 가보려는 사람이라면 다이소에서 간편하게 장비를 갖출 수 있습니다. 가격이 곧 첫 번째 설득이었습니다. 다이소는 이 트렌드의 ‘허들 제거자’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첫 경험을 쉽게 만들어주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면서, 아웃도어 소비의 저변을 가장 빠르게 넓힌 채널이 됐습니다.
진입 장벽 제거
포지셔닝
유일한 논리
② 아이돌 마케팅 — 디스커버리, 네파, 스노우피크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다른 경로로 2030에게 닿았습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2026 S/S 시즌에 에스파의 닝닝을 앰배서더로 발탁하며 ‘액티브 웰니스’라는 키워드로 브랜드를 재정의했습니다. 아이돌 팬덤이 곧 잠재 고객이라는 계산은 정교했습니다.
네파도 유사한 경로를 걸어왔습니다. MZ세대에게 친숙한 아티스트를 모델로 내세우며 ‘등산 브랜드’에서 ‘스타일 브랜드’로의 이미지 전환을 꾀했습니다. 스노우피크는 BTS 뷔를 앰배서더로 발탁하며 글로벌 팬덤을 아웃도어 시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품의 기능보다 ‘이 브랜드를 입는 나’라는 이미지를 팔았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기능과 스펙을 강조할 때, 이 브랜드들은 아이돌과 감성에 주목했습니다. 제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전략으로 2030의 지갑을 열었습니다.
‘액티브 웰니스’ 재정의
글로벌 팬덤 유입
‘이 브랜드를 입는 나’
③ 일상화 — 무신사 스탠다드 ‘시티 레저 컬렉션’
무신사 스탠다드가 2026 S/S에 선보인 ‘시티 레저 컬렉션’은 이 트렌드의 가장 예리한 해석이었습니다. 윈드브레이커를 중심으로 총 16개 스타일 59종으로 구성된 이 라인은, 아웃도어 무드에 기능성을 더하되 ‘도심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설계됐습니다. 이미 전 시즌 경량 패딩은 누적 13만 장 판매를 기록하며 컬렉션의 유효성을 증명했습니다. ‘등산복이지만 일상복처럼’ 이라는 문장이 무신사가 포착한 시장의 본질입니다. 소비자들은 등산만을 위한 옷이 아닌, 산도 가고 카페도 가고 퇴근 후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원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그 수요를 ‘시티 레저’라는 이름으로 정의하고 가장 먼저 제품화했습니다.
2026 S/S 라인업
누적 판매량
무신사의 시장 정의

한때 아웃도어 업계의 공식은 분명했습니다. 더 가볍고, 더 방수가 되고, 더 고어텍스. 스펙과 전문성이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관악산 트렌드는 그 공식이 더 이상 유일한 답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2030은 ‘등산 장비’를 산 게 아닙니다. ‘이런 걸 하는 나’라는 정체성을 샀습니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대에, 산을 오르는 행위에 ‘운이 트인다’는 서사가 더해지자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 됐습니다.
패션 업계가 이 변화를 읽은 방식은 세 갈래였습니다. 진입 장벽을 낮추거나, 아이돌 팬덤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의하거나, 아웃도어를 일상 패션으로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즉 ‘전문가를 위한 옷’에서 ‘나를 위한 옷’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관악산 열풍이 시즌성 트렌드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낸 변화, 즉 아웃도어가 일상 패션으로 편입되는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 관악산 열풍의 본질은 ‘등산 붐’이 아닌, 2030이 불안한 시대에 ‘의식’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뀐 것입니다.
✔️ 패션 업계는 가성비(다이소) · 아이돌 마케팅(디스커버리·네파) · 일상화(무신사)라는 3층위 전략으로 이 수요를 분할 공략했습니다.
✔️ 고관여 아웃도어 시장의 새 공식은 스펙이 아닌 ‘유행과 일상에 얼마나 가까워지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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