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아닌 DSP 협업… 넷플릭스와 아마존 광고 파트너십 총정리

지난 10일(현지시간), ‘아마존 광고(Amazon Ads)’와 ‘넷플릭스(Netflix)’의 파트너십 체결이 발표됐다. 올해 4분기부터 시작되는 파트너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1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이라는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양사의 파트너십은 얼핏 OTT 경쟁자 간 협업으로 보여 의문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번 협업은 OTT 경쟁사 간 협업 보다는 광고 사업, 정확히는 ‘DSP 사업 파트너십’으로 봐야 한다.
아마존 DSP란?

양사의 이번 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마존 DSP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아마존 DSP는 2018년 기존 AAP(Amazon Advertising Platform)의 리브랜딩을 통해 시작됐다. 여기서 DSP란 ‘Demand-Side Platform’ 약자로, 광고주의 광고 입찰을 자동화해주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광고주는 아마존 DSP를 이용하면 웹사이트, 앱, 스트리밍 서비스 등 아마존 DSP가 포트폴리오로 가진 다양한 광고 인벤토리에 광고를 송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원하면 타기팅, 송출 빈도 조절, 예산 배분, 성과 측정 및 분석을 모두 자동화할 수 있다. 올인원으로 간단하게 효율 높은 광고를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넷플릭스가 아마존 DSP를 선택한 이유는?

이번 계약이 넷플릭스가 광고 플랫폼과 맺은 첫 번째 계약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2022년 AVOD 등 광고 기반 요금제를 도입하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잰더(Xandr)’와 독점 광고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잰더가 그동안 넷플릭스의 광고 인벤토리 판매, 타기팅 리포팅 등을 전담했으므로 사실상 넷플릭스 광고는 잰더의 DSP에 기반했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넷플릭스는 2024년 잰더와의 계약을 종료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잰더의 광고 기술에 만족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기대한 만큼의 광고 효율이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광고 도입 후 일정 수준의 광고 트래픽을 보장하는 ‘뷰어십 보증(Viewership Guarantees)’을 진행했으나, 잰더의 광고 효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일부 광고주에게 광고 비용 일부에 대한 환불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넷플릭스는 2022년 처음으로 구독자 성장세에서 정체를 기록한 뒤 광고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잰더에서 아마존 광고로 파트너십을 교체한 것은 결국 광고 사업의 성장력을 높이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애드테크(Adtech) 기업 ‘퍼브매틱(Pubmatic)’의 정성호 전(前) 이사는 이에 대해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맺게 되면 아마존이 보유한 퍼스트 파티 데이터(First Party Data) 활용, AI 자동화 등 광고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과 동시에 아마존의 거대한 광고주풀에도 닿을 수 있어 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스트리밍 광고 시장에서 영향력 강화할 것
아마존 광고는 자사의 DSP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서치 미디어 솔루션인 베이시스 테크놀로지스(Basis Technologies)의 로버트 커츠(Robert Kurtz) 그룹 부사장에 따르면 아마존은 작년 한 해 동안 아마존 DSP에 집행한 광고비에 맞먹는 금액을 올해 한 달 만에 한 명의 광고주에서 벌었다. 그만큼 아마존 DSP에 대한 광고주의 관심과 참여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DSP 사업 확장을 위해 아마존은 매력적인 광고 인벤토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고, 스트리밍 기업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은 그 대표적인 예다. 복수 OTT 구독 등 소비자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접점이 크게 늘어난 만큼, 스트리밍 서비스가 기존 TV 광고 시장을 대체할 광고 인벤토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마존 DSP의 포트폴리오에는 이미 ‘CBS 뉴스(CBS News)’ ‘코메디 센트럴(Comedy Central) ‘MTV’ 등의 채널이 속한 ‘파라마운트(Paramount)’ 등 거대 스트리밍 서비스가 여럿 속해 있다.

올해 9월 기준 넷플릭스의 전세계 구독자 수는 3억 명을 넘어섰다. 미국 내 SVOD(구독형 비디오 서비스)시장 점유율은 21%로, 22%로 1위를 기록한 아마존에 이어 2위다. 이를 DSP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건 아마존 입장에서는 미국 내에서 SVOD 시장 내 50% 이상의 점유율의 인벤토리를 DSP 광고주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두 기업의 파트너십이 공개된 당일, 아마존 광고의 경쟁사인 ‘더 트레이드 데스크(The Trade Desk)’의 주가는 10% 이상 급락했다. 이는 애드테크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아마존 광고가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는 시장의 평가다.
애드테크서 SPO 중요성 커질 전망
정리하면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파트너십은 OTT 경쟁사 간 협업이 아닌 DSP 기업과 광고 인벤토리를 가진 기업 간 협업으로 봐야 한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광고 사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고, 아마존은 스트리밍 광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DSP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두 기업이 파트너십을 통해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현재 광고 시장에서 광고주의 광고 구매 여정을 최적화하는 ‘SPO(공급경로최적화, Supply Path Optimization)’가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정 전(前) 이사는 “SPO는 현재 애드테크 시장의 핵심”이라며 “계속해서 넷플릭스 같은 퍼블리셔가 직접적인 프로그래매틱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DSP와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파트너십은 더 높은 ROI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광고주, SPO를 위해 DSP 파이프라인 구축을 목표로 하는 퍼블리셔, 그리고 매력적인 지면으로 떠오른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세 요소가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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