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로 ‘혁신’의 대명사가 된 다이슨. 근데, 혹시 이거 알고 계셨나요? 청소기, 선풍기, 헤어 드라이어 만드는 이 가전기기 회사가 사실은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농장을 가진 농업 기업이라는 거요.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저도 “엥, 진짜?”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심지어 이 사업을 시작한 지가 2013년부터라고 하니, 벌써 12년이나 됐다고 하네요. 또 작년에는 그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원료로 뷰티 제품을 출시해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겉으로 보기엔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농업과 뷰티, 다이슨은 왜 이 두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걸까요?
어쩌면 다이슨처럼 혁신적인 기업이 가장 오래된 산업인 농업에 뛰어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뜬금없어 보이는 행보 속에 이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닙니다. 오늘은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농업과 뷰티를 아우르는 그들의 큰 그림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1️⃣기술로 농업의 본질을 바꾸다: 지속 가능한 농업 전략

다이슨의 농업 진출은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농촌에서 자라 수확철마다 직접 농사일을 거들었던 그는 기술이 농업의 오랜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믿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영국 농지 매입을 하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공장처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운영된 농장, 혁신적인 기계와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농업”을 추구한다며 여러 미디어와 자신의 글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이슨이 소유한 25,000에이커(약 101㎢) 규모의 농장은 영국 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농장입니다. 다이슨의 농업 진출은 영국 내 식량 자급률 하락과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 대한 해법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밀, 보리, 감자 같은 곡물은 물론, 양파, 딸기, 그리고 소고기와 양고기까지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들의 주력 분야인 딸기 재배의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과채류에 대해 ‘국내에서 더 많이 공급해 수입을 줄이는 것’을 중요한 미션으로 세우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첨단 수직 농장 기술을 활용해 수확량을 전통적인 방식보다 약 2배 가까이 늘리고, 동시에 탄소 배출을 낮추면서 물 소비량 또한 20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국의 겨울 딸기 수입 구조를 혁신한 것은 국민 건강과 식량 안보에도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하네요.

이러한 효율성은 자원 순환 시스템을 통해 더욱 강화됩니다. 농장에서 생산된 농작물 부산물과 소, 양의 분뇨를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혐기성 소화 설비’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이 설비는 자체적으로 농장에 필요한 전력을 100% 공급하며, 연간 150만 파운드(약 25억 원)에 달하는 전기료를 절감합니다. 남은 찌꺼기는 비료로 활용되어 다시 토양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 약 8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영국 내 가장 큰 탄소중립 농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더 나아가 다이슨은 농업을 기존 가전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장으로 활용합니다. 농업 분야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자사 기술(예: 로보틱스, 자동화, IoT 센서)에 적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 출신 인재들이 함께 성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러한 ‘기술-농업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산함과 동시에 효율적인 농장 경영을 실현합니다.
이러한 기술과 시스템을 단순한 농장 운영에 그치지 않고, 미래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농업 기술 솔루션 제공’입니다. 다이슨은 농장을 로보틱스, AI, 정밀 센서 등을 실험하고 고도화하는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며, 이곳에서 검증된 기술들을 다른 농업 기업에 판매하거나 기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2️⃣농장에서 찾은 새로운 영감: ‘팜 투 포뮬레이션(Farm-to-Formulation)’ 뷰티 솔루션
농업과 뷰티 사업으로의 확장은 겉으로는 무관해 보이지만, 사실상 ‘깨끗하고 건강한 원료’라는 공통된 철학을 공유합니다. 다이슨이 직접 농장에서 재배한 해바라기에서 얻은 천연 원료로 뷰티 제품을 출시한 것은 그들의 ‘기술+성분 과학’ 비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실제로 다이슨은 2022년부터 뷰티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5억 파운드(약 8천억 원)를 투자하고 4년 안에 20개의 뷰티 신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계획의 첫 결과물은 ‘오메가 너리싱 케어 라인’ 외에도 ‘키토산 프리 스타일 크림’과 ‘키토산 포스트 스타일 세럼’ 같은 헤어 에센셜 케어 제품들이었습니다. 이 제품들은 버섯 세포벽에서 추출한 키토산 성분을 활용해 모발에 윤기를 더하고 스타일링 지속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다이슨의 뷰티 사업은 단순한 화장품 판매를 넘어, 기존 헤어 기기와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주력합니다. 이들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다양한 모발 유형과 소비 패턴을 분석합니다. 특히 한국 소비자의 경우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자주 머리를 감는다는 데이터에 주목하여, 건조 시간을 단축하는 신제품을 한국에 가장 먼저 출시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다이슨은 비상장 기업이기에 정확한 뷰티 사업 매출은 공개하지 않지만, 헤어케어 기기 시장에서 한국을 선두 시장으로 꼽는 등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처럼 ‘기술이 담긴 제품’과 ‘과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결합하여 헤어 건강을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가로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3️⃣다이슨의 과감한 투자: 압도적인 매출이 만들어낸 ‘무한한 가능성’의 엔진
다이슨이 농업과 뷰티 같은 이질적인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핵심 제품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수익입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무선 청소기와 헤어 드라이어는 전 세계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장악하며 엄청난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연 매출 25억 파운드(약 4조 2천억 원)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무려 44억 파운드(약 7조 4천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수익을 바탕으로, 다이슨은 매년 매출의 상당한 비율을 R&D에 재투자해 왔습니다. 이 막대한 자금은 단순한 제품 개선을 넘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탐색하는 ‘총알’이 되었습니다. 또한, 다이슨은 상장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주들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대표가 구상하는 장기적인 비전과 고위험 투자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다이슨의 혁신은 단순히 기술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성공으로 확보한 재정적 안정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역시, 기본을 잘 하는 게 제일 중요하군요.
4️⃣마케터들을 위한 인사이트: ‘개인적 경험’을 ‘사업적 통찰’로 바꾸는 법
다이슨의 사례는 마케터들에게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바로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은 문제를, 기술과 비즈니스를 결합하여 해결하는 마케팅’이 어떻게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가 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마케터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나’의 불편함에서 출발하는 문제 정의
가장 본질적인 아이디어는 ‘내’가 겪는 불편함이나 ‘내가 속한 사회’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임스 다이슨처럼, 어릴 적 농사일에서 느낀 비효율성이나 영국 식량 문제에 대한 고민이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죠.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불편함을 발견하는 순간, 그 불편함은 곧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나’의 강점을 문제 해결에 접목할 것
다이슨은 기계공학이라는 그들의 핵심 강점을 농업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접목시켰습니다. 마찬가지로, 마케터인 우리도 자신이 가장 잘하는 ‘강점(예: 데이터 분석, 콘텐츠 기획, 커뮤니티 관리)’을 활용하여 발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나는 콘텐츠를 잘 만드니, 이 문제를 해결하는 콘텐츠를 기획해보자’, ‘나는 데이터를 잘 분석하니, 이 문제의 근원을 데이터로 파헤쳐보자’와 같은 접근이 필요합니다. - 개인적 ‘미션’이 곧 강력한 ‘브랜드 철학’이 된다
제임스 다이슨에게 ‘영국 식량 안보’는 단순한 사업 목표가 아니라 일종의 개인적인 미션이었습니다. 이 미션이 비즈니스의 큰 그림이 되고, 이는 곧 고객에게 강력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 철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러분도 개인적인 관심사나 미션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세요.
결국 이 사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진정성 있는 문제 해결’을 통해 브랜드와 고객의 깊은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지금부터라도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여러분의 강점을 활용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마케팅을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추가로 다이슨이 지금까지 어떻게 혁신을 이루었는지, 실패로 쌓아올린 역사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이 기사를 확인해보세요. 분명 흥미로우실 거예요.
오늘의 소마코 콕 📌
✔️다이슨은 기존 사업의 성공을 발판 삼아 농업과 뷰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첨단 기술을 농업과 뷰티에 접목하며 지속 가능성과 문제 해결이라는 철학을 실현합니다.
✔️이 사례는 진정성 있는 브랜드 철학이 가장 강력한 마케팅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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