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무신사, 일본에는 조조타운?

조조타운(ZOZOTOWN)은 흔히 ‘일본의 무신사’로 알려진,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플랫폼입니다. 2024년에는 무신사가 조조타운의 안에 ‘무신사 숍’을 차렸다는 뉴스가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무신사는 왜 한국에서처럼 직접 앱을 런칭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플랫폼에 입점한 걸까요? 각국을 대표하는 패션 플랫폼이라는 공통점 외에 무신사와 조조타운은 뭐가 다를까요?
이 의문의 답을 찾아보면서, 조조타운이라는 ‘일본 1위 패션 플랫폼’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조조타운은 어떤 곳일까

조조타운은 2000년대 초, “온라인으로 옷을 산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던 일본 시장에 패션 이커머스를 안착시킨 선구자입니다. 현재는 캐주얼 브랜드부터 하이엔드, 셀렉트숍에 인플루언서숍까지 수천 개의 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대형 플랫폼이죠.

조조타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같은 그룹(ZOZO)이 운영하는 코디네이션 SNS ‘WEAR’입니다. WEAR를 통해서 유저들의 실제 착장과 쇼핑 정보가 바로 앱으로 연결됩니다.
2️⃣ 편집장 무신사 vs. 지배인 조조타운
서로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두 플랫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무신사는 ‘스타일의 방향을 제시하는 편집장’이고 조조타운은 ‘최대한 다양한 취향을 선택할 수 있게 돕는 지배인’이라고 할까요.

무신사에도 다양한 브랜드가 있지만 특히 MZ 스트릿/스포츠, 캐주얼 브랜드에 강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와 같은 강력한 자사 PB 및 매거진, 룩북, 무신사TV 등 고퀄리티 자체 콘텐츠를 통해 “무신사다움”, “무신사가 고르면 힙하다”는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죠.

반면 조조타운은 특정 스타일을 고수하지는 않습니다. 기획전이나 이벤트를 조금만 살펴봐도 소개하는 스타일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타일 카테고리를 무 자르듯 나누지 않고, 랭킹과 메인 화면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한번에 볼 수 있게 만든 것도 특징. 플랫폼은 뒤로 물러나, 유저가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스스로 취향을 발견하는 ‘보물찾기’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3️⃣ “어울리는 옷을 찾아드립니다”

조조타운의 마케팅 핵심은 ‘현실성’과 ‘개인화’입니다. 무신사에 가면 시크하고 힙한 브랜드들의 룩북으로 눈호강을 할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조조타운에서는 일반인들의 (비교적) 현실적인 코디의 비중이 좀 더 큽니다.

마케팅도 “지금 가장 힙한 코디”라기보다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코디를 찾아보세요!”라는 말처럼, 트렌드세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어울리는 조합을 찾는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WEAR에서는 자신과 체형이 비슷하거나 취향이 맞는 유저를 팔로할 수 있는데, 스타일이나 태그 검색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고, 인기 있는 유저는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을 정도.

또 고객들의 고민을 듣고 개인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인 ‘니아우라보(似合うラボ, ‘어울리다(니아우)’와 ‘실험실(Laboratory)’의 합성어)‘를 선보이는 등,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습니다.
4️⃣ 기술로 완성하는 쇼핑
조조타운은 이렇게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 ‘나한테 딱인 것’을 찾기 위한 기술 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발사이즈를 3D 데이터로 계측하는 조조매트(ZOZOMAT)이나 자신의 피부톤과 퍼스널 컬러를 확인할 수 있는 조조글래스(ZOZOGLASS)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둘 다 온라인 쇼핑의 최대 장벽인 ‘사이즈/컬러 실패’에 대한 공포를 데이터로 해소해주는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결론

조조타운의 정체성과 전략을 알고 나면, 무신사의 조조타운 입점 선택이 이해가 갑니다. 이미 ‘거대한 패션 인프라’로서 기능하는 조조타운과 정면 대결하기 보다, 그 트래픽에 올라타 무신사만의 큐레이션 역량을 브랜드로서 증명하는 길을 택한 것이죠.
조조타운 내에 무신사를 비롯해 K-브랜드만을 모은 전용 페이지가 따로 있고, ‘스트릿 계열의 힙한 패션’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구축해 인기를 얻고 있는 걸 보면, 성공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조조타운이 무신사와 다른 결정적인 차이점, 그들의 진정한 마케팅 전략은 ‘플랫폼의 탈 브랜드화’입니다. 스스로 힙한 브랜드가 되기보다 유저의 신체 데이터와 취향 데이터를 장악함으로써,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 고객이든 조조타운을 거치지 않고는 쇼핑할 수 없게 만드는 거죠.
무신사와 조조타운은 각기 다른 경로를 걷고 있지만, 자신들이 가진 핵심 자산과 유저의 니즈(힙한 트렌드 따라가기 /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 찾기)를 가장 정확한 방식으로 연결해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습니다. ‘안목’이라는 감성을 파는 편집장과 ‘데이터’라는 확신을 파는 지배인, 서로 다른 선택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오늘의 소마코 콕 📌
✔️ 무신사가 힙한 스타일의 방향을 제안하는 ‘편집장’이라면, 조조타운은 방대한 인프라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찾아주는 ‘지배인’에 가깝습니다.
✔️ 조조타운은 WEAR(SNS)와 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온라인 쇼핑을 기술적 신뢰로 뒷받침합니다.
✔️ 무신사의 조조타운 입점 전략은 로컬 1위 플랫폼의 트래픽 위에서 브랜드 밸류를 공고히 하려는 선택입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