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결합한 캠페인으로 시너지 극대화

지난주 옥외광고 시장에 주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대표 미디어렙 3사(나스미디어, 인크로스, CJ메조미디어)와 디지털 옥외광고(DOOH)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밝힌 건데요.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개발한 DOOH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을 미디어렙사의 광고 플랫폼과 실시간 연동합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광고에서나 가능했던 자동 입찰(프로그래매틱) 환경을 DOOH에도 구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모빌리티 기업이 웬 옥외광고?’ 싶으실 수도 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몇 년 간 DOOH 영역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카카오택시 뒷좌석 스크린부터 서울역 초대형 미디어까지 4만여 개의 옥외매체를 직접 운영 중으로, 이번 제휴를 통해 방대한 광고주 네트워크와 세일즈 역량을 보유한 미디어렙사와 손을 잡고 국내 DOOH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의도입니다.
DOOH 시장에 주목하는 건 카카오모빌리티뿐이 아닙니다. 불과 몇 주 전 네이버도 비슷한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옥외광고 플랫폼 ‘애드부스트 스크린’을 출시하며 DOOH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것이죠.
사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미디어렙사가 같은 회사와 제휴를 맺고 한날 한시에 보도자료를 내는 건 흔한 일이 아니고요. 때문에 일각에선 네이버의 옥외광고 플랫폼 출시 소식에 위기감을 느낀 카카오모빌리티가 미디어렙사와의 협력 보도자료를 서둘러 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처럼 국내 DOOH 시장이 광고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 디지털 광고 업계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격 참전한 것은 물론이고, 미디어렙사들도 별도의 DOOH 사업 조직을 신설, 온오프라인 연계 광고 상품을 개발 중인 상황입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충분히 성숙한 가운데, 4조 원 규모의 옥외광고 시장은 디지털 광고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DOOH 시장에 진출한 이유가 단순한 시장 규모 때문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프라인 매체를 활용해 온라인 광고 캠페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데요.
국내 DOOH 시장의 현주소와 빅테크 및 미디어렙사의 DOOH 시장 전략을 정리했고요. 나아가 디지털 광고 기업 진출에 대한 기존 옥외광고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도 들어봤습니다.
규제 완화로 ‘디지털 전환’ 성공한 옥외광고
네이버와 카카오, 미디어렙사 등 디지털 광고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최근 DOOH 시장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하게도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발간한 ‘2025 옥외광고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옥외광고 시장 규모는 4조6241억 원으로 전년도(4조3190억 원) 대비 7.1% 성장했습니다. 특히 DOOH 매출액(1조6634억 원)이 10.4% 증가하며 옥외광고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 중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같은 기간 전체 광고 시장의 성장률(2.8%)은 물론, 온라인 광고 시장(5.1% ↑)과 방송 광고 시장(10.8% ↓)의 흐름과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관련해 차병준 한국옥외광고센터장은 “최근 디지털 옥외광고의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대기업과 글로벌 광고주가 옥외광고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옥외광고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차병준 센터장의 말처럼 옥외 매체는 광고주 입장에서 더욱 매력적인 지면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광고 지면이 매력적이라는 건 ‘많은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매체’라는 의미일 텐데요.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배경은 정부의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 시행 이후 옥외 매체가 ‘초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삼성동 코엑스와 명동, 광화문,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가 자유표시구역으로,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캠페인으로 주목 받은 명동 신세계백화점이나 최근 오픈한 광화문 KT스퀘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동시에 전광판에서 송출되는 콘텐츠도 화려해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매체로는 구현할 수 없었던 아나몰픽 기법의 3D 영상이나 SNS 연동을 통한 인터랙티브 기법을 접목, 더 창의적인 형태의 광고 캠페인을 송출할 수 있게 됐고요. 이에 따라 옥외 매체는 ‘안 보고는 못 배길’ 지면으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요컨대, 규제 완화와 기술 발전이 DOOH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인데요. 당연히 광고주들도 반응하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미디어렙사 영업 담당자는 “최근 TV 광고 예산을 옥외광고로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지난해만 해도 전체 광고 예산의 60%를 방송광고, 10%를 옥외광고로 운영하던 한 광고주는 올해 들어 이 비율을 각각 50%, 20%로 재편했다”고 전했습니다.
‘정점을 찍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미디어렙사가 빠르게 성장 중인 DOOH 시장을 새 먹거리로 선택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옥외광고 업계는 아날로그 옥외 매체 대부분이 디지털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때 DOOH 시장 규모는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DOOH 전략
전통적으로 옥외광고 시장에는 몇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우선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광고주와 개별 매체사와 직접 소통해야 할 만큼 집행 과정이 복잡한 편이며, 매체 단가도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또 아날로그 매체 특성상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도 안고 있죠.
광고주들은 이런 문제에 항상 갈증을 느껴왔고요. 이 가운데 최근 옥외 매체가 ‘디지털화’되면서 온라인 광고와 같은 타기팅과 최적화, 성과 지표를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미디어렙사가 주목한 포인트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디지털 광고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발휘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죠. 관련해 한 옥외광고 솔루션 기업의 임원 A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현재 광고 시장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프로그래매틱입니다. 광고를 사고 파는 과정을 자동화해 타깃 맞춤 광고 송출을 돕는 기술이죠. 국내에서 프로그래매틱 광고를 가장 잘하는 회사가 네이버와 카카오인데요. 이들은 디스플레이 광고(DA광고)와 옥외광고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온라인 광고 알고리즘 기술을 DOOH 시장에 이식해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옥외광고 솔루션 기업 관계자 A씨
이달 초 출시된 네이버의 옥외광고 플랫폼이나 카카오모빌리티와 미디어렙사의 제휴 소식에서도 이러한 의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애드부스트 스크린은 옥외광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집행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구현했고요. 자체 영상 AI 기술을 활용해 영상 소재를 매체 규격에 맞춰 최적화하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온라인 광고 플랫폼과 유사하죠. 이를 통해 중소형 광고주도 손쉽게 DOOH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미디어렙사도 프로그래매틱 거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휴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CMS를 미디어렙사 광고 플랫폼과 실시간 연동한다는 구상이고요. 미디어렙사는 기존에 커버하지 못했던 이동형 옥외매체를 광고주에 제안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DOOH 상품을 공동 개발하고 표준화된 성과 측정 방법을 도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광고주들이 DOOH에 온라인 광고 같은 성과 지표를 요구하고 있어요. 저희 렙사가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에는 광고주에 유동인구 자료 정도만 제공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CMS 기술을 활용하면 더 세부적인 자료를 줄 수 있거든요. 예컨대, 택시 뒷좌석 광고를 누가 얼마나 봤는지는 카카오T 앱 이용 내역과 카카오페이 결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시청자 수뿐 아니라 성별과 연령까지도 알 수 있겠죠.”
미디어렙사 관계자 B씨
더 큰 기회, 온·오프라인 결합이 내는 시너지
그런데 말이죠. 사실 디지털 광고 업계가 DOOH 시장에 진출한 게 시장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더 큰 기회를 발견했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온·오프라인 매체를 하나로 연결, 광고 캠페인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합니다.
쉽게 설명해보면요. 제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 간다고 쳤을 때요. 집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한 뒤 KTX를 탈 거 아닙니까. 이때 모든 이동 접점에서 동일한 광고를 마주한다면 어떨까요. 예컨대 카카오T 앱 화면부터 카카오택시 뒷좌석 스크린, 중간에 들른 편의점 사이니지, 서울역 내 초대형 전광판에서 같은 브랜드 캠페인이 송출되는 것이죠. 저는 아마 해당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하게 될 겁니다.

👉 연관 콘텐츠: 서울역 품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옥외광고 시장에서 꾀하는 것
이를 크로스 미디어(다양한 매체를 결합한 광고 방식) 캠페인이라고 부릅니다. 위의 콘텐츠에서 한 번 다뤘듯 카카오모빌리티는 크로스 미디어 전략에 진심입니다. 모바일 앱부터 대중교통, 주차장, 편의점, 서울역 등 이동 접점에 위치한 매체를 촘촘하게 늘려가며 자신들의 비전을 실험 중이고요.
이 와중에 이뤄진 미디어렙사와의 제휴는 자사 옥외 매체와 미디어렙사의 방대한 온라인 매체를 연결해 더 큰 규모의 크로스 미디어 전략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마침 미디어렙사도 옥외광고 영역에 갈증을 느끼고 있어 ‘윈윈’이라고 하는군요.
네이버의 경우 크로스 미디어에 대한 비전을 전면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요. 국내 대표 지도 앱인 네이버지도를 통해 방대한 이동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번 플랫폼 출시를 계기로 카카오모빌리티와 비슷한 전략을 가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내용이 디지털 광고 업계가 오프라인 매체에서 발견한 새로운 기회 요인입니다. 단순히 DOOH 지면 몇 개를 보유하는 것을 넘어,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체를 넘나드는 광고 캠페인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전략 과연 통할까?
빅테크와 미디어렙사의 DOOH 시장 진출에 대한 기존 옥외광고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기대감입니다. 기술을 통해 옥외광고 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광고주의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크로스 미디어 캠페인에 대한 비전에도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죠.
우려의 목소리는 “플랫폼 방식의 접근이 과연 통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네이버가 옥외광고 플랫폼을 출시하며 내세운 가치를 요약하면 ‘광고비를 더 쉽게 쓰게 해주겠다’인데요. 이게 광고주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광고주들이 옥외광고를 꺼리는 근본적인 이유가 접근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보다 쉽게 집행할 수 있고, 단가 구조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고 해서 광고주들이 옥외광고 예산을 늘릴까요? 보통 옥외광고를 꺼리는 광고주는 성과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 그래서 이 캠페인이 매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는 점을 문제로 삼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집행 여건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광고비를 제대로 쓰게 해주겠다’는 접근을 취해야 비로소 광고주를 설득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네이버는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플랫폼의 논리로 이 시장에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탓일까요. 매체 단가를 너무 낮게 잡아 매체 원청사의 불만을 사기도 했고요. 때문에 인기 있는 옥외 매체들은 현재 네이버 플랫폼의 입점 필요성을 못 느끼는 상황입니다.”
옥외광고 매체사 임원 C씨
DOOH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미디어렙사의 진출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죠. 다만 업계의 우려처럼 옥외광고 시장에는 온라인 광고와 다른 특수한 문제가 존재합니다. 플랫폼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아가 광고주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광고 성과를 어떻게 표준화할지가 앞으로의 경쟁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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