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브랜드가 성수동에 팝업스토어가 아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이유

올해 초 리테일 프롭테크 및 팝업스토어 전문 기업 ‘스위트스팟(Sweetspot)’에서 개최한 행사와 리포트를 토대로 작년 팝업스토어 시장 동향과 올해 전망에 대해 다뤘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올해 성수동은 대규모 팝업 공간이 밀집된 특성으로 연무장길 전반을 활용한 ‘지역 점령형’ 등 대규모 팝업스토어가 강세를 띨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스위트스팟의 ‘2025년 상반기 팝업스토어 트렌드 총결산’ 리포트의 지표와 실제 성수동 일대를 찾아 여러 브랜드 관계자를 만나 취재한 결과, 의외의 흐름이 도출됐다. 성수동이 향후 팝업스토어를 넘어 ‘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성지로 불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뷰티 브랜드, 왜 성수동에 주목하는가?

올해 상반기 진행된 1488건의 팝업스토어 중 가장 많이 열린 카테고리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패션/잡화’였다. 2위는 ‘IP’, 3위는 작년 동기 대비 1.8% 상승한 ‘뷰티’였다. 특히 뷰티 팝업스토어는 전체 중 절반에 가까운 46.57%가 성수동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뷰티 브랜드가 성수동을 선호하는 이유는 몇 년 사이 자리잡은 성수동의 지역 특성 때문이다. 성수동은 팝업스토어와 특색 있는 F&B 매장, 무신사가 리드하는 복합 쇼핑 공간 등 다양한 핫플이 밀집되며 서울 내에서 트렌디한 20~30대 여성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가 됐다. 더해서 화제성으로 인해 외국 방문객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외국인 관광객 또한 대거 유입됐다.
이러한 특성은 뷰티 브랜드의 타깃 소비자와 크게 부합한다. 트렌디한 20~30대는 대부분 뷰티 브랜드의 코어 타깃층이고, 외국인 관광객은 최근 K-뷰티 열풍으로 공격적인 해외 공략에 나서고 있는 뷰티 브랜드의 주요 공략 대상이기 때문이다.

뷰티 브랜드의 성수동 집중 현상의 대표적인 예시는 작년 11월 문을 연 ‘올리브영N 성수’ 매장이다. 올리브영N 성수 매장은 전국 최대 규모인 1400평 규모에 상주 스태프만 240명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이다. 뷰티 팝업스토어와 이벤트도 계속 열리고 있는데, 1층 트렌드팟 공간은 지금도 뷰티 브랜드 ‘성분에디터’의 팝업스토어가 열려 많은 인파가 모여들고 있다.

무신사 또한 뷰티 팝업 전문 공간인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1’을 운영 중이며, 매년 대규모 체험형 팝업스토어인 ‘무신사 뷰티 페스타’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취재 당시 다양한 뷰티 팝업스토어가 성수동에 자리잡고 있어 뷰티 브랜드의 성수동 집중 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팝업 스토어를 넘어, 뷰티 플래그십 스토어가 모이는 성수

뷰티 브랜드의 성수동에 대한 주목도는 단순히 팝업스토어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최근인 9일에는 젠더뉴트럴(Gender Neutral) 뷰티 브랜드 ‘라카(Laka)’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으며, 지난 달 28일에는 향기 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헤트라스(Hetras)’가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외에도 ‘데이지크(Dasique)’ ‘티르티르(Tirtir)’ 등 여러 뷰티 브랜드가 작년 하반기부터 연달아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올리브영N 성수 또한 이 시기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이처럼 뷰티 브랜드가 연속적으로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이유에 대해 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그동안 성수동이 뷰티 브랜드에게 적합한 공간인가를 실험하는 과정이 됐다”며 “최근 여러 뷰티 브랜드가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건 성수동에 대한 검증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로 라카는 성수동이 브랜드 인지도 확산의 거점이 되기 적합하다는 분석 아래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선 건물에 총 4년의 임대 계약을 채결했다.

김은미 스위트스팟 본부장은 이처럼 성수동에 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보통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위치에 오픈한다. 그들이 성수동을 선택하는 건 성수동이 가진 힙하고 트렌디한 인상을 브랜드 이미지에 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 또한 “특정 몰에 입점한 게 아닌, 성수동 같은 지역에 독립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성수동 통해 글로벌 소비자 공략도 가능해

K-뷰티의 인기로 인한 글로벌 공략 또한 뷰티 브랜드가 성수동에 집중하는 이유다. 성수동은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복수의 뷰티 브랜드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성수동에 위치한 뷰티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의 평균 방문객 중 외국인 비율은 평균 60%에 달하며, 높은 곳은 90%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는 성수동이 뷰티 브랜드가 글로벌 소비자를 타깃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에 최적의 지역으로 꼽히는 이유다. 만약 브랜드가 글로벌 진출을 고려 중인 상황이라면 성수동의 외국인 소비자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의 반응을 테스트할 수 있으며, 이미 글로벌에 진출한 브랜드라면 다양한 국가의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홍보해 인지도 유지 및 확산을 노릴 수도 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티르티르 관계자는 대표 제품군이 이미 글로벌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확보한 인지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음을 밝혔으며, 라카 관계자 또한 “일본에서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아직 알리 익스프레스와 아마존에는 입점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성수동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국내에서의 인지도 확보와 더불어 중국 등 일본 외 국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홍보하고자 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동이 아닌 성수동인 이유는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통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방문 비중이 높은 명동이 아닌 성수동을 뷰티 브랜드가 거점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명동과 성수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특성 차이 때문이다.

명동은 서울역이 가까워 공항철도를 통한 인천공항과의 접근성이 우수한 동시에 숙박 시설이 많아 외국인 관광객의 숙소 예약 선호 지역으로 꼽힌다. 이러한 조건에 따라 명동의 뷰티 브랜드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이미 브랜드를 인지한 상태에서 기념품 등 대량 구매를 목적에 두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매장에서의 체류 시간 또한 짧을 수밖에 없다.
반면 성수동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경험을 목적으로 성수동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하는 일에 우호적이며, 매장에서의 체류 시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실제 헤트라스의 경우 이미 명동에 매장을 보유한 상태지만 플래그십 스토어는 성수동에 오픈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매장 관계자는 “명동은 매출에 집중하는 매장이다. 반면 성수동은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확산시키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헤트라스 플래그십 스토어의 매장 크기 또한 명동 매장과 비교해 거대하며, 공간 대여 문의가 잦을 정도로 내부 공간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이벤트도 자주 진행하며 홍보와 고객 접점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성수동, 뷰티 브랜드의 격전지가 될 것인가

스위트스팟의 리포트에 따르면 상반기 뷰티 브랜드 팝업스토어에서 체험형 콘셉트의 팝업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81%에 달한다. 전체 카테고리 평균인 11.66%보다 약 6%가량 높은 수치다.
해당 지표에서 알 수 있듯 뷰티는 다른 산업에 비해 고객 경험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다. 성수동에 많은 뷰티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넘어 플래그십 스토어를 구축하는 건 결국 현재와 미래 성장을 위한 타깃 모두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으로 정리할 수 있다.

뷰티 브랜드는 현재 다양한 이벤트와 더불어 외국어 가능 직원 배치,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의 안내문 부착 등 타깃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은미 스위트스팟 본부장은 “무신사 메가스토어, 젠틀몬스터 사옥 등 소위 힙한 브랜드는 성수동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더해서 성동구청의 성수타운매니지먼트 출범 등 성수동이 현재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기업과 기관의 힘이 모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적어도 3년은 지금과 비슷한 양상이 유지되거나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향후 몇 년간 성수동이 팝업스토어의 성지를 넘어 뷰티 브랜드의 치열한 격전지로 변모할지, 앞으로의 흐름을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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