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에서 카피가 하나 도착합니다. 그런데 원고를 읽기도 전에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이거 GPT로 쓴 거 아니야?’는 아닌가요? 상세페이지 초안이 와도, 뉴스레터 원고가 와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수 회의에서는 “이 문장 좀 AI 같지 않아요?”라는 한마디가 통과와 반려를 가르는 기준처럼 오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누가 썼나’를 가려내는 데 쓰는 시간, 사실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질문의 방향이 처음부터 어긋나 있기 때문입니다.
1. ‘이거 AI가 쓴 거 아니야?’는 이미 답이 정해진 질문입니다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퓨리서치센터가 영어 웹페이지 약 49만 건을 뜯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전체의 10%에서 AI가 손댄 뚜렷한 흔적이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싶습니다.
그런데 챗GPT가 세상에 나온 2022년 11월 이후에 발행된 페이지만 따로 추려 보니, 이 비율이 35%까지 뛰었습니다. 산술적으로 말하면 세 장 중 한 장꼴입니다.
챗GPT를 비롯한 AI 모델이 이제 새 웹의 상당 부분을 쓰고 편집하고 있다.
“ChatGPT and other AI models are now authoring and editing much of the new web.”
– 출처 : TechCrunch, 2026
마케터에게 이 숫자가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이 원고 AI가 썼어?”라고 물으면, 확률만 놓고 봐도 답은 이미 “네, 거의 어디서나요”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판별 도구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퓨리서치도 이 점을 못 박아 두었습니다. AI 탐지 모델은 사람이 쓴 글을 AI로 잘못 판정하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다고요. 다시 말해 사람이 정성껏 쓴 좋은 원고를 ‘AI 같다’는 이유로 반려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판별에 매달릴수록 검수는 오히려 더 부정확해집니다.
2. 사람들은 이미 ‘AI가 쓴 글 구별법’을 압니다
재미있는 건, 이 연구가 짚어낸 AI의 흔적이 이제 일반 독자에게도 상식이 되어 간다는 점입니다. 검색창에 ‘AI가 쓴 글 구별법’을 한번 쳐 보세요. 거기서 나오는 단서들이 연구가 잡아낸 신호와 상당 부분 겹칩니다.
연구가 2023년과 비교해 부쩍 늘었다고 밝힌 신호는 이렇습니다.
- 대시(—)가 약 두 배 더 자주 등장
- 옥스퍼드 콤마 사용이 63% 증가
- ‘delve’, ‘interplay’, ‘testament’처럼 AI가 즐겨 쓰는 어휘가 두 배 넘게 증가
- “it’s not X, it’s Y”(그건 X가 아니라 Y다) 식의 부정 대구 구조가 세 배 가까이 증가
이 중 어휘 이야기는 영어 웹 기준이라 우리 카피에 그대로 옮기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문장 구조에서 나오는 신호 — 대시 남발, 지나치게 반듯한 3단 나열, ‘그건 ~가 아니라 ~입니다’ 같은 부정 대구 — 는 한국어 카피에도 똑같이 묻어납니다. 우리가 보기엔 여기에 몇 가지가 더 붙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를 반복하는 버릇, “뿐만 아니라”로 문장을 계속 이어 붙이는 습관, 그리고 “정리하자면”으로 여는 마무리 문단 정도가 한국어판 단서입니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대목이 있습니다. 독자도 이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입니다. ‘구별법’이 상식이 됐다는 건, 당신의 카피에 이런 신호가 잔뜩 붙어 나가는 순간 독자가 무의식적으로 ‘성의 없이 찍어낸 글’로 깎아 읽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글을 AI가 썼든 사람이 썼든 상관없이 말이죠.
3. 그래서 걸러야 할 기준은 ‘누가 썼는가’가 아닙니다
이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세 장 중 한 장이 AI인 세상에서 ‘누가 썼는가’는 가려내기도 어렵고, 가려낸다 한들 소용도 없습니다. 검수에서 진짜로 걸러야 할 것은 원고의 출처가 아닙니다. 독자가 읽는 순간 신뢰를 깎아먹는 신호가 붙어 있는가, 바로 이것입니다.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의 부제 ‘걸러낼 건 출처가 아니라 신호다’와 방금 그 소제목(‘누가 썼는가’가 아닙니다)부터가 방금 말한 그 부정 대구, 즉 전형적인 AI 신호입니다. 신호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한 번 쓰면 문장에 힘이 실립니다. 문제는 이게 카피 곳곳에서 반복되는 순간입니다. 그때부터 글 전체가 기계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판별 도구를 남의 원고에 들이대는 대신, 그 ‘구별법’을 뒤집어 내 원고를 다듬는 체크리스트로 쓰는 편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4. 내일 당장: 구별법을 ‘자기 검열’ 체크리스트로 뒤집기
방법은 단순합니다. ‘AI가 쓴 글 구별법’으로 남을 판별하지 말고, 세상에 내보내기 직전의 내 카피에 그대로 대 보는 것입니다. 가상의 텀블러 광고 카피로 해 보겠습니다.
먼저 신호가 잔뜩 붙은 초안입니다.
“이건 단순한 텀블러가 아닙니다 — 당신의 하루를 바꾸는 습관입니다. 보온, 보냉, 그리고 디자인까지.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생각한 선택입니다.”
한 문장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부정 대구(‘~가 아니라 ~다’), 대시, 반듯한 3단 나열(‘보온, 보냉, 디자인’), 그리고 ‘뿐만 아니라’까지요. 이제 이걸 이렇게 다듬어 봅니다.
“500ml, 6시간 보온. 아침에 타 둔 커피가 점심까지 따뜻합니다.”
거창한 주장을 빼고 검증할 수 있는 사실 하나로 바꿨더니, 신호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구체적인 그림이 들어왔습니다. 덤으로 카피도 훨씬 뾰족해졌습니다.
검수 때 볼 것은 딱 네 가지입니다.
① ‘~가 아니라 ~다’ 부정 대구가 두 번 넘게 나오면, 한 번만 남깁니다. ② 대시가 문단마다 보이면, 마침표나 쉼표로 바꿉니다. ③ 형용사 세 개를 나란히 세운 자리는, 수치나 사실 하나로 대체합니다. ④ “~할 수 있습니다”가 연달아 나오면, 단정하는 문장으로 바꿉니다.
판별에 쓰던 시간을 이 네 줄 점검에 옮겨 쓰면, 그 원고가 AI가 썼든 사람이 썼든 상관없이 독자에게 가닿는 글로 나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걸러야 할 것은 원고의 출신이 아니라 원고에 붙은 신호입니다. ‘AI가 쓴 글 구별법’은 남을 심문하는 잣대가 아니라, 내 카피를 마지막에 한 번 훑는 빗이라고 여기는 편이 실무에는 훨씬 이롭습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챗GPT 이후 발행된 웹페이지의 35%가 AI 작성 흔적을 보인다. ‘이거 AI가 썼나’는 이제 답이 정해진 질문이다.
탐지 도구는 사람 글을 AI로 오분류하기도 한다. 출처로 통과·반려를 가르면 좋은 원고를 놓친다.
걸러야 할 기준은 ‘누가 썼는가’가 아니라 ‘독자의 신뢰를 깎는 AI 신호가 붙었는가’다.
‘AI가 쓴 글 구별법’은 남을 심문하는 잣대가 아니라 내 카피를 마지막에 훑는 체크리스트로 쓴다 — 부정 대구·대시·3단 나열·’~할 수 있습니다’ 반복 네 가지만 봐도 충분하다.
참고 자료 2건
- Pew Research Center (2026). How Much of the Internet Is Written With AI?. https://www.pewresearch.org/data-labs/2026/08/20/how-much-of-the-internet-is-written-with-ai/
- TechCrunch (2026). A third of webpages published since ChatGPT’s launch show signs of AI authorship, study finds. https://techcrunch.com/2026/08/20/a-third-of-webpages-published-since-chatgpts-launch-show-signs-of-ai-authorship-study-fi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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