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의 햇살로 만든 브랜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눈부신 햇살 속에서 만들어진 럭셔리 브랜드 ‘자크뮈스 (Jacquemus)’.

라벤더 향이 나는 들판, 과일을 팔던 길가, 해가 오래 머무는 프로방스의 오후 – 자크뮈스의 감각은 창립자인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자크뮈스’라는 브랜드명도 시몽의 어머니 성(姓)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자크뮈스의 대표 가방인 ‘발레리(Valérie)’는 다름 아닌,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어머니의 이름이기도 하죠. 가족과 함께 시작된 자크뮈스는 오늘날 파리, 뉴욕, 런던, LA 등 7개 직영 부티크를 운영하는 독립 패션 하우스로 성장했습니다.
브랜드 최초의 공식 앰버서더
2026년 1월 24일, 자크뮈스는 브랜드 최초의 공식 앰버서더를 발표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창립자의 친할머니, 릴린 자크뮈스(Liline Jacquemus).


패션 업계의 앰버서더는 셀럽 또는 탑 인플루언서들에게 돌아갑니다. 브랜드를 온몸에 두르고, 그 세계관과 가치를 직접 드러내 보이는 역할이죠. 자크뮈스 역시 제니, 켄달 제너, 배드 버니 같은 스타들을 캠페인에 기용해왔습니다. 그런데 브랜드 사상 ‘최초’의 공식 앰버서더 자리에 79세 할머니를 모신 겁니다.

1946년생인 릴린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알랭에서 농가의 딸로 자랐습니다. 자크뮈스 브랜드의 근간에 깔려있는 무드의 원형이 바로 그녀의 삶입니다. 또한 시몽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에게 의지하며 자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릴린의 앰버서더 취임을 알리는 브랜드의 공식 성명은 이렇습니다.
“브랜드가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그녀는 이미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그녀의 강인함, 우아함, 진정성이 시몽의 비전을 형성해왔고, 지금도 자크뮈스의 정신을 정의합니다.”
— 브랜드 공식 성명 중

앰버서더 발표와 함께 공개된 ‘앰버서더 수칙’ 또한 화제가 되었는데요. 풀 룩 착용 의무, 다른 브랜드 이름 언급 금지, ‘브랜드’라는 단어 대신 반드시 ‘패밀리’라고 말할 것 — 그리고 마지막 항목은 “항상 웃을 것. 우리 모두 그래야 하듯이 :)”
이 안에는 자크뮈스라는 브랜드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할머니 앰버서더 전략’의 비밀
자, 그럼 이제 이 앰버서더 전략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죠. 리린 할머니가 자크뮈스의 앰버서더가 된 것은 단순한 인맥(?)의 결과 혹은 감동적이기만 한 가족 이야기가 아닙니다.

1️⃣ ‘기원’을 앞세우다
자크뮈스는 차가운 도시에서 사업 계획서로부터 태어난 브랜드가 아닙니다. 프로방스, 햇살, 소박한 일상을 시로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할머니가 자란 프로방스의 감각으로 컬렉션을 채워온 시몽이 이제 그 근원을 공식화한 것이죠. 릴린의 앰버서더 임명을 통해 자크뮈스는 유산과 계승의 상징, 그리고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하우스의 독자성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2️⃣ ‘서프라이즈’를 무기로 쓰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빅스타’를 예상했습니다. 그 예측을 비틀었을 때, 이야기가 더 널리 퍼집니다. 앰버서더 발표 직후 패션계는 물론 일반 대중까지 반응이 들끓었습니다. “할머니가 어떤 스타보다 쿨하다”는 반응들이 쏟아졌죠. 돈으로 살 수 없는 유형의 바이럴이었습니다.
3️⃣ AI 시대에 ‘인간적임’을 내밀다

지금 콘텐츠 시장은 AI가 만들어낸 완벽한 이미지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한 점의 흠도 없는 매끄러운 피부와 완벽한 비율을 가진 모델들. 그 흐름 속에서 역설적으로 ‘결함 없이 완벽하지 않은 것’, ‘설계된 느낌이 없는 것’이 더 깊이 와닿습니다. 자크뮈스는 유명인을 기용한다는 전통적인 앰버서더 공식을 버리고, 진정성과 감성을 택했습니다. 릴린 할머니가 그저 그녀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브랜드의 ‘진짜’를 찾는 법
그렇다면 이 전략은 자크뮈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까요, 아니면 어느 브랜드든 배울 수 있는 무언가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할머니를 앰버서더로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시몽이 창업 첫날부터 단 한 번도 브랜드의 뿌리를 숨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로방스, 어머니, 농가의 기억 — 그것을 15년 동안 쌓아온 덕에 이 발표는 ‘뜬금없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당연한 귀결’처럼 읽혔습니다. 릴린이 자크뮈스와 이렇게나 어울리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맥락 없이 갑자기 할머니를 꺼냈다면,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을 겁니다.
‘인간적임’은 캠페인으로 장착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가 태어날 때부터 무엇을 이야기해왔는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만드는가가 쌓여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카드입니다.
브랜드들이 점점 화려하고 커다란 스펙타클에 사로잡히고 있을 때 자크뮈스가 말하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입니다. 때로 최고의 아이콘이란 ‘우리가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사람이라고.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자크뮈스는 브랜드 최초의 앰버서더로 브랜드 창립자인 시몽의 친할머니, 79세의 릴린 자크뮈스를 소개했습니다.
여기에는 15년간 이어온 ‘브랜드의 기원’ 서사의 완성, 예상을 비튼 바이럴, 그리고 AI 시대에 꾸미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강하게 닿는다는 역설이라는 3가지 전략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자크뮈스는 고향인 프로방스의 분위기와 가족의 서사를 브랜드의 자산으로 삼으며 강력한 브랜딩 효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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