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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소개팅, 여기어때 유튜브 채널 ‘때때때’의 새로운 브랜딩 문법

브랜드가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에서 출발하는 것 — 그것이 이 전략의 진짜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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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때 72시간 소개팅
출처 = 때때때 공식 유튜브

후쿠오카의 좁은 골목,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나란히 걷습니다. 어색함을 깨려고 던진 말 한마디, 카페 창가에서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망설임, 저녁을 먹다 조금 진지해지는 대화. 대만이나 일본의 청춘 영화를 연상케 하는 영상 톤, 현실적인 고민을 가진 출연자들, 도파민을 좇지 않는 섬세한 연출. 유튜브 채널 ‘때때때TTT’의 ’72시간 소개팅’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때때때 72시간 소개팅 특별상영 버전
출처 = the_edit.co.kr | 인스타그램

오프라인 상영 이벤트는 전석이 1초 만에 매진됐고, “웬만한 연애 프로그램 중에 제일 재밌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 채널의 운영 주체는 숙박 앱 ‘여기어때’입니다. 그런데 콘텐츠 어디에도 앱 홍보는 없습니다. 왜 여기어때는 이 콘텐츠를 시작했을까요?

1️⃣ 롱폼을 선택한 이유

때때때 72시간 소개팅 재생목록
출처 = 때때때 공식 유튜브

먼저 영상의 구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72시간 소개팅’의 영상 길이는 편당 1시간 내외입니다. 숏폼이 지배하는 시대에서는 드물게 긴 포맷이죠. 기획자 유규선은 출연자의 감정선을 충분히 담아내기 위해 이 길이를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숏폼이 장악한 유튜브 환경에서 역설적으로 틈새가 됐습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들 사이에서, 천천히 쌓이는 감정을 가진 영상이 오히려 희귀해진 것입니다.

72시간 소개팅
출처 = 때때때 공식 유튜브

연출 방식도 기존 연애 프로그램과 다릅니다. 방송용 미션, 제3자의 개입, 자극적인 대사나 경쟁 구도도 없습니다. 오직 두 사람의 72시간만을 담습니다. 자극적인 요소를 걷어낸 자리를 걷고 먹고 잠깐 멈춰 서는 장면들이 채우는데, 그 여백이 감정을 오히려 선명하게 만듭니다. 노이즈 낀 화면과 서정적인 음악까지 더해지면, 시청자는 예능을 보는 게 아니라 일본이나 대만의 청춘 영화, 혹은 누군가의 여행 일기를 함께 넘기는 기분을 갖게 됩니다. 그 몰입이 재시청과 저장, 공유를 만들어냅니다.

때때때 플레이리스트
출처 = 때때때 공식 유튜브

특히 영상에 삽입되어 감성을 풀어내는데 큰 영향을 준 삽입곡들을 따로 모아 플레이리스트로 공개한 것도 이 채널이 콘텐츠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리고 시청자들의 수요와 스스로의 강점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2️⃣ 여행지에서만 피어나는 감정을 콘텐츠로 옮기다

때때때 72시간 소개팅 방콕편
출처 = 때때때 공식 유튜브

이 프로그램이 다루는 감정은 연애가 아니라 여행입니다. 낯선 나라에서는 사소한 말 한마디도 크게 들리고, 처음 보는 골목에서는 나란히 걷는 것만으로도 가까워지는 기분이 납니다. ’72시간 소개팅’은 그 감각을 포착합니다. 때때때의 또 다른 시리즈 ‘어떡행’도 같은 방향입니다. 여행지에서 겪는 크고 작은 선택들을 소재 삼아, 여행이 가진 설렘과 일탈의 감각을 풀어내죠.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감성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기어때가 팔고 싶은 것과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죠. 여행 플랫폼이 여행의 감정을 콘텐츠로 다룬다는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에 브랜드는 각인되면서도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3️⃣ 이름을 감출수록 더 오래 기억되는 역설

그렇게 감정이 충분히 쌓인 뒤에야 브랜드가 등장합니다. 사실 그냥 콘텐츠를 즐기기만 하면 ‘여기어때’의 채널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브랜드의 정체를 나중에 알았을 때, “광고였어?”라는 배신감 대신 “여기어때가 이런 것도 하네?”라는 호감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72시간 소개팅’은 정말로 광고가 아니니까요.

컬리 채널 일일칠 냉터뷰
출처 = 일일칠 공식 유튜브

컬리의 ‘일일칠’, KT의 ‘킅킅킅’, 토스의 ‘머니그라피’도 같은 문법입니다. 채널 안에서 브랜드를 드러내는 대신, 시청자가 먼저 콘텐츠의 팬이 되도록 설계합니다. 브랜드가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에서 출발하는 것 — 그것이 이 전략의 진짜 출발점입니다.

때때때 72시간 소개팅
출처 = 때때때 공식 유튜브

물론 이 전략이 모든 브랜드의 정답은 아닙니다. 콘텐츠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인식에서 구매 전환까지의 긴 호흡, 소재와 브랜드 정체성이 맞아야 한다는 조건 — 이 셋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하면 ‘재밌는 채널’로만 기억되다 끝날 수 있습니다. ‘때때때’의 성공이 여기어때에게 가능했던 건, ‘여행’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이 콘텐츠 소재와 자연스럽게 겹쳤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결론: 설득 대신 발견으로

여기어때 때때때 채널 72시간 소개팅
출처= traveler__ttt  | 인스타그램

이 시대의 브랜딩은 얼마나 크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말하지 않고도 오래 남는 감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때때때’가 보여준 건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닙니다. 브랜드 이름을 숨기고, 롱폼을 택하고, 감정의 속도에 맞춰 서사를 쌓는 이 일련의 선택들은 하나의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소비자는 이제 설득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 대신 스스로 발견하고 싶어 한다는 것.

때때때 72시간 소개팅
출처 = 때때때 공식 유튜브

그 전제를 받아들인 브랜드는 콘텐츠를 만들 때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우리를 알릴까”가 아니라, “어떻게 끝까지 보게 만들까”로. 이 질문의 전환이 ‘때때때’를 단순한 브랜드 채널이 아니라 하나의 미디어로 만들었고, 팬덤을 광고비가 아니라 콘텐츠로 쌓는 방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여기어때의 유튜브 채널 ‘때때때’는 편당 1시간짜리 롱폼 연애 다큐로, 자극과 경쟁 대신 두 사람의 여행 감정을 담백하게 담아 오히려 강한 몰입을 만들어냈습니다.

콘텐츠가 다루는 감정(여행의 설렘)이 브랜드의 본질(여행 플랫폼)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브랜드를 앞세우지 않을수록 더 오래 기억되는 역설 — 이것이 컬리, 토스, KT 등 여러 브랜드가 공유하는 새로운 온드미디어 문법입니다.

EDITOR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반짝이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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