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RESEARCH LAB

요거트는 핑계? 사은품에 품절되는 데코 소비

본품보다 '꾸미기 굿즈'에 줄 서요. CU 히퍼·우산 꾸미기 메지루시·다이소 미피로 본 데코 소비 현상과 굿즈로 본품까지 파는 브랜드 공식을 짚었어요.

0

202604080934051511845918
출처 = bgflive.com

편의점에 요거트를 사러 갔는데, 정작 매대에서 사라진 건 요거트가 아니었어요. 그 옆에 딸려 오던, 손가락만 한 인형이었죠. CU가 그릭요거트에 끼워준 ‘히퍼’라는 작은 피규어가 전국 편의점에서 동나면서, “요거트는 있는데 히퍼가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는 후기가 줄줄이 올라왔거든요.

본품은 멀쩡히 진열돼 있는데, 사람들이 줄 선 이유는 거기 따라오는 덤이었던 거예요. ‘꾸미기 굿즈’를 둘러싼 이 장면, 한 번만 벌어진 게 아니랍니다.

“품절대란템” 소리가 나온 CU 히퍼 구매 후기. 출처 = 유튜브

1. 요거트가 아니라, 손가락만 한 인형이 품절났습니다

히퍼부터 짚어볼게요. CU가 프리미엄 그릭요거트 ‘요즘’을 일러스트레이터 핑루와 손잡고 내놓으면서, 블루베리맛을 사면 용기 아래에 ‘감자숭이 히퍼’라는 피규어를 표정 3종 중 하나로 랜덤 증정했어요. 히퍼는 스마트폰 위쪽이나 모니터 가장자리에 붙이는 작은 피규어인데, 키링을 잇는 ‘폰 꾸미기’ 데코템이라고 보면 돼요.

5천 원대 요거트 하나에 따라오는 덤치고는 반응이 셌습니다. 출시 직후 초도 물량이 빠르게 빠지면서 점포 발주를 공급이 못 따라갔고, 예약판매로 전환됐을 정도예요. “재입고 뜨면 무조건 잡으라”는 영상이 돌고, 표정별로 모으겠다며 되사는 후기까지 등장했죠. 검색과 숏폼을 합치면 반응이 수만 건에 달했다는 집계도 있고요.

“입고되자마자 품절”이라는 매대 현장. 출처 = 유튜브

흥미로운 건, 이게 편의점 안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장마가 시작되면서 이번엔 우산이 무대가 됐습니다. ‘메지루시(めじるし)’라고, 원래는 우산이나 가방에 끼워 내 것임을 표시하는 작은 아크릴 참인데, 분실 방지라는 기능은 뒷전이 됐어요. 가방 꾸미기에서 번진 ‘우산 꾸미기’ 유행을 타면서, 우산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라 우산을 예쁘게 만들려고 사는 물건이 된 거죠.

Jun 18 2026 15 26 19
‘메지루시’ 유튜브 검색결과

천 원짜리 매대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고요. 다이소의 미피 미니 피규어는 책상을 꾸미는 ‘데스크테리어’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며 품절 행렬을 만들었어요. “보이면 일단 산다”는 후기가 따라붙었는데, 고물가 속에서도 천 원대라 부담 없이 집는 ‘작은 사치’로 통한 거예요.

손가락만 한 편의점 증정 피규어, 우산에 끼우는 아크릴 참, 천 원짜리 책상 위 인형. 따로 보면 제각각이지만, 한 줄로 묶어 보면 이 ‘꾸미기 굿즈’들의 공통점이 선명해져요. 사람들이 지갑을 연 건 본품의 기능이 아니라 ‘꾸밀 수 있는 작은 굿즈’ 그 자체였다는 거죠.

2. 왜 하필 지금, 본품보다 ‘꾸미기 굿즈’일까

‘귀여워서 소비한다’는 흐름은 갑자기 튀어나온 밈이 아니라, 몇 해째 이어진 ‘꾸미기 소비’의 가장 최근 형태에 가까운데요. 가방에 키링을 주렁주렁 다는 것에서 시작해, 다이어리를 스티커로 채우는 ‘다꾸’, 폰 케이스를 비즈로 덮는 ‘폰꾸’, 그리고 블라인드박스에 담긴 인형을 가방에 매다는 라부부까지. 라부부는 한국에서 재판매가가 원가의 몇 배까지 뛸 만큼 수집 열기가 거셌는데, ‘랜덤으로 뽑아 모으고, 내 물건에 붙여 자랑하는’ 그 공식이 지금 히퍼에서 거의 그대로 반복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다시 터졌을까요. 답은 지갑 사정에 있어요. 경기가 위축되면 큰 소비는 줄지만, 그 대신 몇천 원으로 기분을 바꾸는 ‘작은 사치(스몰 럭셔리)’가 늘어납니다. 명품 가방은 못 사도 천 원짜리 피규어 하나로 책상을 바꾸는 식이죠. 불황이 오히려 이 작은 데코 소비를 키운 셈이에요.

‘작은 사치’가 매대를 바꾼 신호

  • 불황에도 명품 대신 몇천 원짜리로 기분을 사는 ‘작은 사치(스몰 럭셔리)’가 편의점까지 확산
  • 천 원대 다이소 미피, 5천 원대 요거트 굿즈처럼 ‘부담 없는 가격’이 품절템들의 공통점
  • 히퍼 관련 검색·숏폼 반응은 수만 건 규모로 집계

여기에 욕구 세 가지가 겹쳐요. 큰돈 안 들이고 나를 표현하는 저비용 자기표현, 표정 3종·색상 시리즈처럼 뭐가 나올지 모르는 랜덤·수집의 재미, 그리고 손에 넣은 걸 SNS에 올려 자랑하는 인증 욕구. 소비자가 굿즈에서 사는 건 기능이 아니라 정체성과 재미, 자랑인 거예요. 브랜드가 이걸 ‘그냥 사은품 끼워주기’로만 읽으면, 한 번 반짝하는 판촉으로 끝나고 진짜 동력을 놓치게 됩니다.

3. 끼워주던 굿즈로 본품까지 파는 법

그래서 마케터 입장에서 진짜 질문은 이거예요. 덤으로 끼우던 굿즈를, 어떻게 본품까지 팔아주는 장치로 바꿀 수 있을까.

숫자가 먼저 말해줍니다. 캐릿이 정리한 굿즈 레퍼런스를 보면, CU의 차별화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35.7% 늘었고, 세븐일레븐의 헬로키티 협업 기획상품은 신장률이 94%에 달했어요. GS25가 몬치치와 손잡고 낸 상품은 즉시 완판됐고요. 굿즈가 본품 매출을 끌어올린 게 감이 아니라 실적으로 찍힌 거죠. 여기서 공식 세 가지를 뽑아낼 수 있어요.

먼저 증정입니다. 핵심은 굿즈를 본품을 ‘사고 싶게 만드는 이유’로 설계하는 거예요. 본품은 기능을 하고, 굿즈는 구매의 동기가 되는 식이죠. CU처럼 요거트에 인형을 끼우라는 게 아니라, 내 본품을 집어야 할 이유를 작은 굿즈로 만들어 붙인다는 원리로 읽어야 해요.

다음은 랜덤과 수집이에요. 표정 3종, 색상 시리즈처럼 무엇이 나올지 모르게 만들면 한 번 사고 끝나지 않고 다시 사게 됩니다. 라부부의 블라인드박스, 히퍼의 표정 3종이 같은 버튼을 누른 거고요.

마지막은 시리즈로 잇기예요. 시즌마다, 콜라보마다 새 굿즈를 내며 단발이 아니라 ‘컬렉션’으로 만들면, 사람들이 다음 편을 기다리며 다시 매장을 찾습니다. 한 번의 완판이 아니라 반복 방문을 설계하는 거죠.

다만 같은 굿즈가 본품을 살리기도, 갉아먹기도 해요. 굿즈만 쏙 빠지고 본품은 되팔이로 흘러가거나, 잘 팔릴 줄 알고 늘린 물량이 재고로 남으면 역효과가 납니다. 내가 기획한 굿즈가 아래 둘 중 어느 칸에 있는지 점검해 볼 만해요.

잠식하는 굿즈

굿즈가 본품을 갉아먹을 때

  • 굿즈만 빠지고 본품은 되팔이로 흘러감
  • “굿즈만 챙기고 본품은 버린다”는 반응
  • 완판을 기대하다 과생산 재고로 남음
  • 굿즈가 본품 가치를 압도
파는 굿즈

굿즈가 본품을 팔아줄 때

  • 굿즈가 본품을 ‘집을 이유’가 됨
  • 랜덤·시리즈로 재구매·재방문 유도
  • 굿즈 매력이 본품 경험과 묶임
  • 완판이 다음 시즌 기대로 이어짐

별다꾸를 한철 유행으로만 보면 매번 새 사은품을 고민하다 끝나요. 하지만 ‘본품을 사게 만드는 이유’로 굿즈를 설계하는 순간, 같은 덤이 매출 장치로 바뀝니다. 이미 굿즈를 끼워 팔고 있던 브랜드라면, 끼우는 방식만 바꿔도 출발선은 충분한 셈이에요.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불황일수록 소비자는 본품의 기능이 아니라 ‘꾸밀 수 있는 작은 굿즈’로 기분과 자기표현을 삽니다. 데코 소비는 한철 유행이 아니라 키링·별다꾸로 이어진 계보의 최신 형태예요.

굿즈를 ‘끼워주기’가 아니라 본품을 사게 만드는 이유로 설계할 때(증정·랜덤·시리즈) 덤이 본품 판매까지 끌어올립니다.

단, 굿즈만 빠지고 본품이 되팔이·재고로 남으면 역효과예요. ‘꾸미는 재미’를 본품 가치와 묶어내는 설계가 성패를 가릅니다.

0

댓글 0개

댓글 작성

건전한 댓글 문화를 만들어주세요. 입력하신 정보는 댓글 관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EDITOR
다 아는 이야기 한 번 더 정리해 드려요.
짱수안 에디터의 다른 글

인기글HOT

1

요즘 잘 터지는 광고는 ‘광고’처럼 안 생겼다

2

사과도 알고리즘의 일부다, 도그 휘슬이 기업 채널에 탑승한 방식

3

마케터라면 꼭 주목해야 할 구글 I/O 2026 발표 8가지! Gemini 가 구글 검색의 기본 엔진이 되었다

4

이젠 여행까지 팔겠다는 틱톡 근황

5

당근에 올린 채용 공고, 시급 100만원 알바에 4만 명이 몰렸다

최신글

요거트는 핑계? 사은품에 품절되는 데코 소비

연애도 아이돌도 아닌 ‘엄마’가 최애… 브랜드가 ‘엄미새’에 올라타는 법

AI가 오히려 사진을 망쳤다… Z세대가 15년 전 디카를 되살린 이유

당장 업무에 도움되는 AI 정보 인스타 계정 9

인스타그램이 바꾼 규칙: 좋아요 1000개보다 DM 공유 30건이 더 세다

뉴스레터

엄선된 트렌드 인사이트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소소레터 구독하고 다운로드

매주 수요일, 마케팅 인사이트를 메일함으로 보내드립니다.

이메일을 입력하면 구독 여부를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