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이면 늘 퍼널 리포트부터 엽니다. 노출에서 클릭으로, 클릭에서 장바구니로, 장바구니에서 구매로. 위에서 아래로 숫자가 차곡차곡 줄어드는 깔때기 모양이죠. 우리는 이 그림을 보며 “어디가 새는지”를 짚고, 그걸 이번 주 개선안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듭니다. 이 깔때기, 정말 사람들이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내려간 결과일까요?
AIDA라는 말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합니다. 주의(Attention), 관심(Interest), 욕구(Desire), 행동(Action). 마케팅 퍼널의 원형이자 업계의 기본 문법이죠. 하도 익숙해서 우리는 이 순서를 거의 자연법칙처럼 다룹니다. 하지만 이 네 단계가 처음 정리된 자리로 돌아가 보면, 왜 이 모델이 오늘의 구매 행동을 자주 헛짚는지가 보입니다.
1. 이 모델은 ‘영업사원 한 명 앞의 고객 한 명’ 자리에서 태어났습니다

루이스는 1898년 ‘주의를 끌고, 관심을 유지하고, 욕구를 만든다’는 슬로건을 정리했고, 나중에 네 번째 항목인 ‘행동을 이끈다’를 덧붙였다.
“Lewis formulated the slogan attract attention, maintain interest, create desire in 1898, adding later the fourth term get action.”
– 출처 : E. St. Elmo Lewis, Wikipedia
엘모 루이스가 이 슬로건을 정리한 건 1898년입니다. 광고와 영업의 현장에서였죠.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단어가 아니라 그가 떠올린 장면입니다. 영업사원 한 명이 고객 한 명 앞에 마주 앉아 있습니다. 대화의 순서를 쥔 쪽은 파는 사람입니다. 먼저 주의를 끌고, 그다음 관심을 붙들고, 이어 욕구를 지피고, 마지막에 계약서를 내밉니다.
루이스 본인의 문장이 이 순서 논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독자의 주의를 얻지 못하면 그를 흥미롭게 하거나 설득하는 일은 명백히 불가능하다”고 그는 썼습니다. 앞 단계가 없으면 뒤 단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 이것이 AIDA의 핵심 전제입니다.
이 전제가 통했던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 방에서는 영업사원이 대화의 순서를 통제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갑자기 계약서로 건너뛸 수 없습니다. 파는 사람이 짜 놓은 흐름을 순서대로 따라갈 뿐이죠. AIDA는 바로 이 통제된 방을 설명하는 모델이었습니다.
2. 온라인에서는 순서를 고객이 쥐고 있습니다
문제는 오늘의 고객이 그 방에 앉아 있지 않다는 겁니다. 검색을 하고, 리뷰를 뒤지고, 탭을 여러 개 열어 가격을 비교하고, 그러다 나갔다가 2주 뒤에 슬쩍 돌아옵니다. 이제 순서를 쥔 쪽은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는 사람입니다.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리타게팅 광고를 클릭해 3분 만에 구매한 사람이 있습니다. 퍼널 리포트에는 그가 오늘 Attention 단계를 밟은 것으로 잡힙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그는 2주 전에 이미 제품을 봤고, 리뷰를 읽었고, 가격까지 비교해 뒀습니다. 오늘은 욕구가 꽉 찬 상태로 들어와 결제만 누른 겁니다. AIDA 순서로 보면 그는 A를 건너뛰고 D에서 출발한 사람입니다.
반대 경우도 흔합니다. 일반 검색으로 상세페이지에 들어와 3분을 머문 사람은 체류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관심 높음’으로 집계됩니다. 그런데 정작 살 마음은 없이 스펙 정보만 챙기고 나가기도 하죠. 겉으로 드러난 관심 신호와 실제 구매 의도가 어긋나 있는 겁니다.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깔때기는 이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둘 다 그냥 ‘중간 어딘가를 지나간 트래픽’으로 뭉뚱그려질 뿐입니다.
3. 그래서 ‘중간이 샌다’는 진단은 자주 틀립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값비싼 착시가 생깁니다. 퍼널 중간 전환율이 낮게 나오면 우리는 흔히 이렇게 결론짓습니다. “관심에서 욕구로 넘어가는 구간이 약하다. 여기 소재를 바꾸자.” 그러고는 상세페이지 카피와 배너를 갈아엎습니다.
하지만 그 낮은 숫자는 단계의 문제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유입의 성격이 뒤섞인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죠. 욕구를 이미 채워 온 트래픽(브랜드 검색·리타게팅·추천)과 이제 막 발견한 차가운 트래픽(일반 검색·디스플레이·콜드 소셜)을 한 깔때기에 함께 부어 놓으면, 중간 전환율은 두 집단의 평균으로 뭉개집니다.
가상의 수치로 보겠습니다. 어떤 D2C 브랜드의 상세페이지→장바구니 전환율이 전체 평균 4%라고 해 봅시다. 그런데 유입별로 쪼개 보니 리타게팅은 12%, 콜드 디스플레이는 1.5%였습니다. 평균 4%만 보고 “상세페이지가 약하다”며 카피를 바꾸는 건, 실은 콜드 트래픽 비중이 커졌을 뿐인 상황을 엉뚱한 곳에서 손보는 셈입니다. 산술적으로 말하면, 문제는 페이지가 아니라 유입 믹스에 있었던 거죠.
4. 내일 할 일 — 단계가 아니라 ‘들어온 의도’로 쪼갭니다
그러니 내일 리포트를 열 때는, 깔때기를 위에서 아래로 읽기 전에 옆으로 먼저 쪼개 보시길 권합니다.
- 먼저 유입을 진입 의도에 따라 두 갈래로 나눕니다. 이미 욕구를 들고 온 쪽(브랜드 검색·리타게팅·추천·재방문)과 이제 막 발견한 쪽(일반 검색·디스플레이·콜드 소셜)입니다.
- 두 갈래의 퍼널을 따로 그립니다. 하나로 뭉친 평균 전환율은 잠시 잊습니다.
- ‘차가운 발견’ 퍼널에서는 주의·관심 지표를 봅니다. ‘뜨거운 재방문’ 퍼널에서는 결제·배송·쿠폰 같은 행동 단계의 마찰만 봅니다.
- 소재를 바꿀 땐 “어느 단계가 약한가”가 아니라 “어느 의도 집단이 안 넘어가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AIDA 모델은 지금도 쓸모가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한 사람이 순서를 통제하던 방’의 언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우리는 리포트의 숫자를 훨씬 정확히 읽게 됩니다. 깔때기는 트래픽이 실제로 걸어간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편하게 보려고 세워 둔 틀일 뿐이죠.
퍼널을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퍼널을 단계 순서가 아니라 진입 의도로 먼저 나눠 읽자는 이야기입니다. 그 한 번의 분리만으로도, 매주 반복하던 “중간이 샌다”는 진단의 절반쯤은 자리를 옮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AIDA는 1898년, 영업사원 한 명이 고객 한 명 앞에서 대화 순서를 통제하던 장면을 설명한 모델이다.
온라인에서는 순서를 고객이 쥐기 때문에, 욕구를 이미 채워 온 사람과 이제 막 발견한 사람이 한 깔때기에 섞인다.
퍼널 중간 전환율이 낮다는 진단은 단계가 아니라 유입 믹스의 문제일 때가 많다.
내일은 깔때기를 위아래로 읽기 전에, 진입 의도(뜨거운 재방문 vs 차가운 발견)로 옆으로 먼저 쪼갠다.
참고 자료 1건
- E. St. Elmo Lewis, “E. St. Elmo Lewis”,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E._St._Elmo_Lewis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