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죠스바 매출이 전주 대비 두 자릿수로 뛰었습니다. 신제품을 낸 것도 아니고, 광고를 돌린 것도 아닙니다. 제조사 마케팅팀이 회의를 한 흔적조차 없습니다. 그저 수로에 상어 한 마리가 들어왔을 뿐입니다.

이 문장이 조금 불편하게 읽혔다면, 제대로 읽으신 겁니다. 우리가 몇 주씩 기획하고 A/B 테스트까지 돌린 캠페인은 꿈쩍도 안 하는데,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죠스바는 팔렸습니다. 이번 주 포털에서 ‘부산 상어 부캉이’를 검색한 수만 명이, 검색하는 김에 죠스바와 고래밥을 떠올린 겁니다. 그 격차가 대체 어디서 났는지, 그리고 그 파도를 마케터 관점에서 우리 쪽으로 당겨오는 법을 하나씩 짚어보려고 합니다.
1. 죠스바는 이미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
지난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의 인공 수로에서 몸길이 약 3.5m의 상어가 발견됐습니다. 시민들은 여기에 ‘부캉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평소 이 공원을 찾는 사람은 하루 평균 약 2,000명이었는데, 지난 주말 이틀 동안에만 약 2만명이 몰렸습니다. 이틀에 2만명이니, 하루로 나눠도 평소의 다섯 배입니다.
사람이 몰리자 매출도 따라 움직였습니다. 9월 19~20일, 친수공원 인근 CU의 전체 매출은 전주 대비 48.6% 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두 종류의 매출을 갈라서 봐야 합니다.
첫째는 ‘현장 효과’입니다. 보조배터리가 815.5%, 완구류가 422.7%, 생수가 55.0% 급증한 것은 순전히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어를 오래 구경하려면 배터리가 필요하고, 아이 손을 잡고 왔으니 장난감을 삽니다. 인파가 빠지면 이 숫자도 같이 빠집니다.
둘째가 진짜 흥미로운 ‘연상 효과’입니다. 같은 기간 전국 CU에서 죠스바가 12.5%, 고래밥이 10.5%, 핑크퐁 아기상어 상품이 13.9% 올랐습니다. 부산 동구로 좁혀 보면 숫자는 더 뜁니다. 죠스바 28.4%, 고래밥 21.6%, 아기상어 33.3%. 현장에 오지도 않은 전국의 소비자가, 상어 뉴스를 보다가 스스로 죠스바를 집어든 겁니다. 죠스바의 ‘죠스’는 상어 영화 제목이고, 고래밥은 바다 생물 모양 과자이며, 아기상어는 말 그대로 상어니까요.
핵심은 이겁니다. 이 세 브랜드는 부캉이를 위해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소비자가 이미 존재하던 브랜드를 밈의 재료로 가져다 쓴 것뿐입니다. 파도에 올라탔다기보다는, 파도가 알아서 태워준 쪽에 가깝습니다.
2. 그래서 왜 ‘어떤’ 브랜드만 올라탔나
여기가 마케터가 챙겨갈 지점입니다. 상어 한 마리가 떴을 때, 편의점의 모든 상품이 오른 게 아닙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상어와 곧바로 연결되는 물건만 올랐습니다. 남의 바이럴에 올라타려면 세 가지가 ‘이미’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하나, 설명이 필요 없는 즉각 연상입니다. 죠스바를 상어와 잇는 데는 0.5초면 충분합니다. 반대로 소비자에게 ‘이게 왜 상어랑 관련 있지?’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 이미 늦은 겁니다.
둘, 소비자가 이미 아는 브랜드여야 합니다. 떠올린 즉시 편의점에서 살 수 있어야 연상이 매출로 바뀝니다. 인지도 없는 신제품은 연상 고리가 있어도 살 수 있는 경로가 없습니다.
셋, 붙였을 때 억지스럽지 않아야 합니다. 가령 어느 생수 브랜드가 ‘부캉이도 마시는 물’이라는 카피를 냈다고 해봅시다. 어디까지나 가상의 예입니다. 상어는 바닷물에 살지 생수를 마시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왜?’라고 되묻는 순간, 그 콘텐츠는 실패합니다. 실제로 생수 매출이 55% 오르긴 했지만, 그건 연상 때문이 아니라 현장에 목마른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헷갈리면 다음 캠페인의 방향을 통째로 잘못 잡습니다.
그러니 지금 뜬 이슈 앞에서 던질 질문은 딱 하나입니다. 우리 제품과 이 이슈 사이에, 소비자가 스스로 그릴 수 있는 선이 있는가. 있으면 붙이고, 없으면 손대지 않는 게 맞습니다. 억지 연결은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3. 이 파도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부캉이는 닷새 만에 전국 명물이 됐습니다. 그리고 관계기관은 추석 연휴인 24~27일까지 상어가 스스로 수로를 빠져나가는지 지켜본 뒤, 계속 머물면 외해로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콘텐츠에는 자연 마감시한이 붙어 있습니다. 부캉이가 바다로 돌아가는 순간 이야기는 끝납니다.
뉴스재킹, 즉 남의 이슈에 올라타는 콘텐츠는 결국 신선도 싸움입니다. ‘부산 상어 부캉이’라는 검색어가 폭발하는 창은 길어야 이번 주입니다. 24시간 안에 못 붙이면 남의 밈은 이미 식고, 뒤늦게 올린 콘텐츠는 ‘한물간 걸 이제야 따라 하는 브랜드’로 보입니다.
여기서 발목을 잡는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승인 속도입니다. 카피 한 줄, 이미지 한 장을 올리는 데 팀장·법무·대행사 검토로 사흘이 걸리는 조직은, 이런 파도에 구조적으로 못 탑니다. 좋은 소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갈 통로가 막혀 있어서입니다. 반대로 ‘실시간 이슈 대응은 이 범위 안에서 담당자 재량으로 즉시 게시한다’는 최소한의 권한을 미리 합의해 둔 팀은, 상어가 들어온 그날 저녁에 콘텐츠를 냅니다.
4. 그래서 내일 무엇을 하나
부캉이 사례를 우리 책상 위 실무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첫째, 오늘 ‘연상 자산 목록’을 한 장 만드십시오. 우리 브랜드와 제품이 이미 어떤 단어·이미지·감정·계절과 연결돼 있는지 적는 겁니다. 죠스바에게 그건 ‘상어’였습니다. 목록이 있어야 다음 이슈가 터졌을 때 붙일 재료를 즉석에서 찾습니다. 없으면 매번 처음부터 헤맵니다.
둘째, 실시간 대응 권한을 미리 세팅하십시오. ‘이슈 발생 24시간 내, 이 톤과 이 범위 안에서는 담당자가 바로 게시한다.’ 이 한 문장을 이번 주에 합의해 두는 겁니다. 이건 콘텐츠 실력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문제입니다.
셋째, 붙이기 전에 ‘억지 필터’를 한 번 통과시키십시오. 소재를 본 동료가 ‘이게 왜 그 이슈랑 관련 있어?’라고 되물으면, 그 소재는 버리는 게 낫습니다.
넷째, 성과 리포트에서 ‘현장 효과’와 ‘연상 효과’를 반드시 나눠 쓰십시오. 815% 오른 보조배터리와 12.5% 오른 죠스바는 완전히 다른 사건입니다. 앞은 일회성 인파가 만든 것이고, 뒤는 재현 가능한 브랜드 연상이 만든 것입니다. 이걸 뭉뚱그리면, 다음에도 그저 상어가 오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상어가 나타나면서 북항이 핫플이 됐다. 이건 수조원을 들여도 안 되는 홍보다.
– 출처 : 전재수 부산시장, CBS라디오 인터뷰 (세계일보, 2026)
부캉이가 증명한 건 ‘운 좋은 브랜드가 따로 있다’가 아닙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이미 깔려 있던 연결선을 가진 브랜드가, 그 선이 켜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을 때 매출이 따라온다는 겁니다. 상어는 우리가 못 만듭니다. 하지만 상어가 왔을 때 켜질 연결선을 미리 깔아두고, 그날 저녁에 콘텐츠를 낼 준비를 해두는 것은 바로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에필로그) 편집자도 부캉이 관련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보면서 진짜 나도 한번 가서 보고 싶다는 충동이 마구 생겼습니다. 몸이 멀리 있어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대신 부캉이 관련 글을 구성하기로 마음먹고 고향 내려가기 전에 이 글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소비자의 마음에 깔리는 ‘연결선’이라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 브랜드는 어떤 연결선들을 가지고 있나 꼭 한 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우리가 미리 깔아둔 연결선이 분명 언젠가는 ‘운 좋은 브랜드’인 듯 짠하고 반짝여줄 지도 모르니까요. 모두 모두 행복한 명절 되세요!!!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죠스바·고래밥이 전국에서 오른 건 브랜드가 뭘 해서가 아니라, 소비자 머릿속에 ‘상어=죠스’라는 연상 고리가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남의 바이럴에 올라타는 조건은 세 가지다 — 설명 없이 통하는 즉각 연상, 이미 아는 브랜드, 억지스럽지 않을 것.
이런 파도엔 유통기한이 있다. 24시간 안에 못 붙이면 늦으니, 아이디어보다 ‘즉시 게시할 승인 권한’을 미리 세팅한다.
리포트에선 인파가 만든 ‘현장 효과’와 브랜드가 만든 ‘연상 효과’를 반드시 나눠 써야 다음 전략이 흔들리지 않는다.
참고 자료 3건
- 세계일보 (2026). 부산시장 “상어 ‘부캉이’ 예뻐죽겠다…수조원 들여도 못할 홍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923505666
- 데일리안 (2026). ‘부캉이’ 보러 왔어요” 인파 몰리자 죠스바·고래밥 매출↑. https://www.dailian.co.kr/news/view/1693614/
- 파이낸셜뉴스 (2026). 닷새 만에 전국 명물된 ‘부캉이’…추석 연휴 뒤 외해 유도 검토. https://www.fnnews.com/news/202609221943509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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