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골목에서 올리브영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형광등 불빛 아래 원단 더미와 빈대떡 냄새가 가득한 그 골목에, 1960년대 상점을 재현한 ‘K-뷰티 공간’ ‘올영양행(洋行)’이 들어섰습니다. 양행은 본래 외국 상품을 팔던 가게인데, 이제는 외국인들이 한국 것을 사러 오는 공간이 됐습니다. 그 반전을 네이밍 하나에 담은 것, 단순한 복고 감성이 아닙니다.
올리브영이 명동도, 성수도 아닌 광장시장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련된 쇼핑몰 대신 날것의 시장 골목을 선택한 브랜드의 전략, 그리고 상인들과 맺은 상생 협약이 사실은 마케팅이었다는 이야기. 공간 하나가 브랜드의 언어가 되는 시대, 올리브영은 가장 한국적인 곳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1️⃣ ‘올영양행’은 어떻게 생겼나
CJ올리브영이 광장시장 주단부 2층에 문을 연 ‘올영양행’은 약 244평 규모의 매장 전체가 1960년대 상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하나의 세계관으로 설계됐습니다. 1960년대라는 시간을 공간에 이식한 것, 시대의 전환을 포착한 언어적 선택으로 읽힙니다.
공간 구성도 촘촘합니다. 한복과 두루마기를 활용한 레트로 포토존부터 청귤·자작나무·당근·쑥 등 실제 원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원물 탐색존, 전통 원단이 비치된 퍼스널컬러 진단 공간까지 이어집니다. 클렌징부터 스킨케어, 마스크팩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K-뷰티를 단계적으로 경험하도록 설계됐고, 영어·중국어·일본어 지원이 가능한 뷰티케어 서비스도 갖춰져 있습니다. 쇼핑하러 들어갔다가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통과하고 나오는 구조입니다.

2️⃣ 왜 광장시장인가
대부분의 브랜드가 관광형 매장을 기획할 때 명동이나 홍대, 성수를 먼저 떠올릴 때, 올리브영은 광장시장을 택했습니다. 이 선택의 배경에는 ‘K-데일리케이션(K-Dailycation)’이라는 트렌드가 있습니다. 한국의 일상 문화 자체를 여행처럼 소비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흐름인데, 이들이 원하는 건 세련되게 포장된 한국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한국입니다. 빈대떡을 먹고, 원단 골목을 걷고, 오래된 시장 냄새를 기억에 담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광장시장은 이미 그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있었습니다.
기존 관광형 매장과의 차이도 여기서 갈립니다. 명동 올리브영이 ‘한국에 왔으니까 들르는 곳’이라면, 올영양행은 ‘한국 일상 안으로 들어가는 곳’입니다. 같은 브랜드지만 공간이 전달하는 맥락이 전혀 다릅니다. 관광객 입장에서 명동 매장은 익숙한 쇼핑 경험의 연장에 가깝지만, 광장시장 매장은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됩니다. SNS에 올릴 장면이 되고,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됩니다. 올리브영은 동선이 아니라 맥락을 설계한 것입니다.

3️⃣ ‘상생 협약’이 마케팅인 이유
올리브영은 광장시장 상인총연합회, 광장주식회사와 상생 협약을 맺었습니다. 언뜻 보면 대기업의 전통시장 상생 프로그램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구조가 다릅니다.
올리브영은 광장시장 대표 먹거리인 김부각, 건과일 등 스낵류를 매장에서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같은 공간 안에 들어오면서도 상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먼저 보여준 것입니다. 선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 커뮤니티의 신뢰를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공동 마케팅 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리브영은 광장마켓점 수익금 일부를 활용해 명절 성수기 마케팅을 함께 기획하는 등 광장시장과 실질적인 협력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광장시장을 찾은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올영양행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올영양행에서 시장 골목으로 연결되는 흐름은 양측 모두에게 트래픽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이 모델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올리브영은 비수도권 지역에 1,238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지역별 특색을 담은 K-뷰티 랜드마크를 전국적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광장시장점은 그 첫 번째 시범 케이스입니다. ESG처럼 보이는 상생이 실제로는 전국 확장 공식을 검증하는 전략이기도 한 것입니다.
올리브영은 가장 세련된 곳이 아닌 가장 한국다운 곳을 택했습니다. 관광객의 동선을 따라가는 대신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경험의 한복판으로 먼저 들어간 선택이 이 매장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었습니다.
올리브영은 한국다움을 팔기 위해, 가장 한국적인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공간의 맥락이 브랜드의 언어가 되는 시대입니다.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가 무엇을 파느냐만큼 중요해졌고, 브랜드가 선택한 공간은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됩니다. 올영양행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전통시장에 들어간 올리브영’이 아니라, 공간에 역사와 맥락을 입혀 브랜드 경험을 설계했다는 데 있습니다. 쇼핑몰 안에 매장을 내는 것과 수십 년의 세월이 축적된 골목 안에 자리를 잡는 것은 차원이 다른 맥락을 만들어냅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이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됐지만, 올영양행은 반대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것, 즉 장소가 가진 고유한 감각과 분위기를 브랜드 경험에 이식하는 방식입니다. 수십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시장 골목이 이제는 브랜드에게 가장 강력한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K-뷰티의 다음 무대는 이미 골목과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올영양행’의 핵심은 복고 감성이 아닙니다. ‘양행’이라는 네이밍 자체에 시대의 반전이 담겨 있습니다.
광장시장 입지 선택은 K-데일리케이션 트렌드를 정확히 읽은 결과입니다. 올리브영은 관광객의 동선이 아닌 맥락을 설계했습니다.
상생 협약은 선의가 아니라 전략입니다. 전국 K-뷰티 랜드마크 확장을 위한 공식을 검증하는 첫 단계로 읽힙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