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베트남 하노이 전시센터(VEC)에 낯선 조합이 등장했습니다. e스포츠 경기장 한켠에 오뚜기 부스가 들어선 거죠. 이 자리는 LCK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린 공식 팀 로드쇼 현장이었습니다. 오뚜기는 왜 e스포츠 경기장에 있었을까요. 더 정확하게는, 오뚜기는 왜 베트남까지 갔을까요.
1️⃣ LCK 팬덤이 먼저 베트남을 택했다

LCK는 올해 처음으로 해외에서 팀 단위 공식 로드쇼를 열었습니다. 장소는 베트남 하노이였어요.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2026 KRX Homefront LCK’ 행사에는 DRX, 젠지(Gen.G), 한화생명e스포츠가 참가했습니다. LCK 팀이 해외 현장에서 단독으로 팬 행사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인 일이었어요.
베트남을 첫 장소로 택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 e스포츠 팬덤 밀도가 높은 시장입니다. 인터넷 보급률 상승과 함께 롤(League of Legends) 팬층이 빠르게 형성된 곳이기도 하고요. DRX 소속 원거리 딜러 ‘레이지필’ 쩐바오민이 베트남 출신이라는 점도 현지 관심을 끌어올리는 요소였습니다. 하노이 경기장에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응원봉과 팀 유니폼을 갖춰 입은 팬들이 일찍부터 몰렸습니다.
2️⃣ 오뚜기가 베트남에서 원하는 것

오뚜기에게 베트남은 단순한 행사 장소가 아닙니다. 오뚜기는 이미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고, 베트남을 해외사업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어요.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정체가 있습니다. 국내 라면 시장은 양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고,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경쟁사 대비 낮은 편입니다. 인구 약 1억 명의 베트남 내수시장에서 성공 경험을 쌓아 동남아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게 오뚜기의 구상이거든요.
문제는 방법입니다. 해외에서 브랜드를 처음 알리는 방식으로 광고나 유통 확장을 택하는 건 일반적인 경로입니다. 비용이 크고, 현지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구조이기도 하죠. 오뚜기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현지 소비자들이 이미 몰입해 있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이었어요.
3️⃣ 두 흐름이 만난 지점
오뚜기는 올해 4월 9일 젠지(Gen.G Esport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베트남 로드쇼는 그 첫 번째 공식 협업 프로젝트였고요. 행사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게임을 즐기는 모든 순간에 맛있는 오뚜기가 함께합니다(Everyday TASTE, Everyday PLAY)’였습니다. 온라인 사전 이벤트부터 현장 체험, 팬미팅까지 세 단계로 설계된 구조였어요.

STEP 1 · 사전 온라인
베트남 법인 SNS 럭키드로우
STEP 2 · 현장 체험부스
GEN.G X OTOKI 팬부스 + 제품 5종 연계
STEP 3 · 팬미팅 + SNS 확산
S석 400명 대상 팬미팅 + 자발적 콘텐츠 생성
먼저 행사 전부터 베트남 법인 SNS 채널(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에서 VIP 티켓 럭키드로우 이벤트를 진행해 현지 팬들의 사전 기대감을 끌어올렸습니다. 현장에서는 피클볼 던지기, 숨은 오뚜기와 젠랑이 찾기, 랜덤 뽑기 게임, 포토존, SNS 해시태그 이벤트를 마련했어요. 베트남 법인의 주요 전략 제품인 진라면 순한맛·매운맛, 북경짜장, 열라면, 오빠라면 치즈볶음면 5종을 선수 콘셉트와 연계하고, 제품별 레시피 포토카드도 제공했습니다. 젠지 선수단도 직접 부스를 방문해 팬들과 함께 게임을 즐겼고요.
메인 경기 종료 후에는 S석 티켓 구매자 400명을 대상으로 팬미팅을 열었습니다. 선수단이 직접 라면 이름 맞추기 퀴즈, 미니게임, 럭키드로우, 하이터치를 진행했어요. LCK 팬덤이 베트남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놓은 시점에, 오뚜기는 젠지를 통해 그 에너지 안으로 들어간 셈입니다. 베트남 현지 팬들 입장에서 오뚜기는 광고 속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함께한 브랜드로 처음 인식됩니다. 제품 인지 활동 자체를 팬 경험의 일부로 녹여낸 거죠.
“젠지와 함께 베트남 e스포츠 팬덤 속으로 깊이 들어가 오뚜기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한 뜻깊은 순간이었다.”
— ㈜오뚜기 관계자
4️⃣ 광고로 찾아가는 것과 팬덤 안에 있는 것
이 방식의 핵심은 순서에 있습니다. 광고는 브랜드가 먼저 다가가 소비자의 주의를 빼앗는 구조입니다. 오뚜기가 베트남에서 선택한 방식은 반대였어요. 소비자들이 이미 몰입해 있는 공간에서, 그들이 이미 좋아하는 팀의 이름 옆에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것이었거든요.
INSIGHT
팬덤 마케팅에서 브랜드를 ‘보게 하는 것’과 ‘경험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 오뚜기가 단순 로고 부착이 아닌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팬미팅에서 라면 이름 맞추기 퀴즈를 진행한 것은 제품 인지 활동을 팬 경험의 일부로 녹여내는 설계였다.
e스포츠 팬덤은 이 방식이 잘 작동하는 환경입니다. 팬들은 경기에 몰입해 있고, 선수와 팀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고조된 상태입니다. 그 공간에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존재하면서 선수들이 직접 제품을 언급하고 함께 즐기는 장면이 만들어지면, 그 이미지는 팬들의 SNS로 자발적으로 퍼져나갑니다. ‘선수 따라 오뚜기 라면 끓이기’ 콘텐츠가 노린 것도 그 흐름이었어요.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현지에 이미 어느 정도 사업 기반이 갖춰졌을 때 더 의미가 생깁니다. 팬 접점을 만들어도 현지에서 제품을 살 수 있는 유통 채널이 없다면 브랜드 인식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거든요. 오뚜기가 베트남 법인을 갖춘 상태에서 이 접점을 만든 것은 그런 점에서 순서가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오뚜기의 베트남 e스포츠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 팬덤이 이미 만들어놓은 에너지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팬덤 마케팅의 핵심은 로고 노출이 아니라 제품 인지 활동을 팬 경험의 일부로 녹여내는 설계에 있다.
K콘텐츠 팬덤을 해외 마케팅 접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현지 유통 기반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구매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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