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날드가 다음 달부터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고객 서비스 개선에 나선다고 합니다. 200만 명이 넘는 직원을 재교육하고, 가맹점 평가에 고객 서비스 비중을 높이기로 했죠. 지난 10여 년간 키오스크와 모바일 주문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으며 무인화를 밀어붙였던 바로 그 회사가요. 버거킹도 매장 카운터에 직원을 다시 배치하고, 신규 매장에서는 키오스크를 옆으로 밀어냈습니다. 효율을 위해 걷어냈던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는 거예요.
이런 변화는 단순한 노스탤지어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무엇을 파는지’를 착각한 데 진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필름 카메라와 LP가 다시 팔리는 흐름,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이 사람을 다시 세우는 이 흐름은, 사실 마케터에게 꽤 구체적인 신호 하나를 보내고 있거든요.
1. ‘디자인 유행’이 아니라, 소비 심리가 바뀐 거예요

먼저 이게 잠깐 스치는 유행인지, 진짜 시장인지부터 짚을게요. 인스타그램에서 누적 게시물 기준으로 #필름카메라 해시태그는 305만 개, #필카는 103만 개예요. 레트로 감성을 언급하는 양도 지난 2년 사이에 44.6% 늘었고요(KPR 인사이트연구소, 2026).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만큼 좋아진 시대에, 한 롤에 딱 36장뿐이고 찍고 나서 바로 확인도 못 하는 필름을 굳이 사서 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마케터가 놓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어요. 사람들이 사는 건 ‘옛날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AI가 모든 콘텐츠를 빠르게 생성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알고리즘이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본질’에 더 열광한다.
– 출처 : KB의 생각, 「픽셀 대신 낭만을 인화하다, 다시 ‘필름 카메라’에 빠진 이유」, 2026
한 번 찍으면 고칠 수 없고, 똑같이 복제하기도 어렵다는 것. 알고리즘이 통제할 수 없다는 그 결핍 자체가 상품인 거예요. 그래서 매끈하게 다듬을수록 오히려 죽어 버리는 상품이죠.
2. ‘아네모이아’를 아시나요?

트렌드 코리아 2026이 꼽은 키워드 ‘근본이즘’도 결국 같은 이야기예요. “빠를수록 진짜를 원한다”는 거죠. 이 흐름을 설명할 때 자주 함께 등장하는 말이 아네모이아, Y2K, 싸이월드 감성이에요(오픈애즈, 2025).
아네모이아는 미국 작가 존 쾨닉이 2012년 만든 말로, 내가 직접 겪은 적도 없는 시대나 장소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가리켜요. 2000년대를 살아 본 적 없는 2005년생이 싸이월드 감성에 설레고, 필름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가 필름 특유의 빛샘과 노이즈에 빠져드는 것. 그게 바로 아네모이아예요.
이게 왜 실무에서 중요할까요? 아네모이아 뜻이 ‘겪어 보지 않은 시대에 대한 향수’라는 걸 받아들이면, 결론이 하나 나와요. 우리 소재가 굳이 ‘고증’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소비자는 진짜 2000년을 기억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때쯤 있었을 법한 불완전함’이라는 정서를 기억하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팔 것은 정확한 복원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질감이에요.
3. 그래서 A/B로 다듬을수록 ‘가짜’가 돼요
바로 여기서 우리 실무 습관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됩니다. 우리는 소재를 늘 CTR 잘 나오는 썸네일 톤으로 통일하고, 카피는 A/B로 돌려서 반응 좋은 문장만 남기고, 색보정으로 화면을 균일하게 맞추죠. 그런데 아날로그 소비가 파는 ‘통제 불가능함’을, 바로 이 최적화가 슥 지워 버려요.
예를 들어 볼게요(실제 사례가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예예요). 어떤 리빙 브랜드가 필름 감성 캠페인을 두 갈래로 나눠 돌린다고 해 봐요.
- A안: 스튜디오에서 찍고 필름 그레인 필터를 입혀 색과 밝기를 균일하게 맞춘 ‘완성형’ 컷. 카피도 A/B로 골라낸 최적의 문장이에요.
- B안: 실제 필름 카메라로 찍어서 빛샘, 초점 나감, 노출 실수가 그대로 남은 컷. “이 롤은 36장으로 끝, 재촬영 없음”이라는 한정 문구를 달았고요.
A안은 저장수는 잘 나오는데 “광고 같다”는 댓글이 붙어요. 반대로 B안은 저장수는 낮아도 “이거 어디서 사요”라는 구매 의향 댓글이 붙는 식이죠. 실제로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가 평소 A안을 ‘더 잘 만든 소재’라고 골라 온 그 판단 기준부터 흔들어야 하는 거예요.
실무에서 손을 움직이는 방법은 이래요. 진행 중인 레트로 소재를 쭉 펼쳐 놓고, 가장 매끈하게 다듬은 부분을 딱 하나만 고르세요. 그리고 일부러 거칠게 되돌려 보는 거예요.
- 보정 다 뺀 무보정 컷 한 장을 섞어 보기
- 편집 안 한 원테이크 영상 한 편을 그대로 올리기
- “이번 회차만, 재입고 없음”처럼 복제 불가능성을 카피에 박아 넣기
- 필름 특유의 실수(빛샘, 흔들림)를 지우지 말고 그대로 남기기
그런 다음, 이걸 기존 ‘완성형’ 소재와 나란히 A/B로 붙여 보세요. 이때 저장수가 아니라 저장 대비 구매 의향, 문의, 저장에서 클릭으로 넘어가는 전환으로 읽는 게 핵심이에요. 보는 지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다음 소재의 방향이 보일 거예요.
4. 정리하면
필름 카메라와 LP가 다시 팔리는 건 복고 디자인이 유행이라서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알고리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불완전함과 결핍을 사고 싶어 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아네모이아 세대를 겨냥한 소재라면, 고증과 완성도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함을 팔아야 해요. 그러려면 우리가 늘 해 온 ‘매끈하게 다듬기’부터 오히려 의심해 보면 어떨까요?
[에필로그] 이 글을 편집하면서 우리는 너무 눈에 보이는 가치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고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도 가치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오늘은 과연 우리가 팔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아날로그 소비가 파는 건 옛날 스타일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통제 못 하는 불완전함’이다.
아네모이아 세대는 정확한 고증이 아니라 ‘있었을 법한 결핍감’에 반응하므로, 소재는 복원보다 질감을 노려야 한다.
A/B 최적화로 매끈하게 다듬는 습관이 레트로 소재의 ‘진짜 느낌’을 지워 버릴 수 있다.
무보정·원테이크·한정수량처럼 복제 불가능한 요소를 일부러 남기고, 저장수 대신 구매 의향으로 성과를 읽어라.
참고 자료 4건
- KB금융지주 (2026). 픽셀 대신 낭만을 인화하다, 다시 ‘필름 카메라’에 빠진 이유. https://kbthink.com/life/leisure/film-camera-trend-guide.html
- 오픈애즈 (2025).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찾은 마케팅 트렌드와 역량. https://openads.co.kr/content/contentDetail?contsId=17692
- KPR 인사이트연구소 (2026). ‘재발견 소비’ 트렌드 빅데이터 분석. https://www.mad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060
- John Koenig (2012). anemoia. The Dictionary of Obscure Sorrows. https://www.dictionaryofobscuresorrows.com/post/105778238455/anemoia-n-nostalgia-for-a-time-youve-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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