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엔드 법칙: 고르게 잘한 캠페인이 통째로 잊히는 이유 | 자원은 ‘피크’와 ‘엔드’ 두 지점에 몰아라

피크엔드 법칙은 경험을 평균이 아니라 가장 강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원은 그 두 지점에만 몰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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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의 모든 접점을 고르게 잘 만들면, 그 정성의 대부분은 어차피 기억되지 않는 곳에 버려집니다. 사람은 경험을 총합으로 기억하지 않고 가장 강했던 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 딱 두 지점으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피크엔드 법칙이고, 그래서 자원은 4주에 고르게 깔 게 아니라 ‘피크’와 ‘엔드’ 두 곳에만 몰아넣어야 합니다. 티저도 완벽하게, 본편도 완벽하게, 클로징도 완벽하게 — 콘텐츠 12편에 힘을 똑같이 나눠 주는 순간, 정작 기억에 남을 두 지점이 평범해집니다.

대니얼 카너먼의 찬물 실험에서, 60초만 담근 시행보다 60초 뒤 미지근한 물에 30초를 더 담가 더 길고 아팠던 시행을 참가자 약 69%가 '다시 하겠다'며 택했다. 마지막이 덜 아팠다는 이유 하나로 경험 전체의 기억이 뒤집힌다 — 사람은 총량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기억한다는 피크엔드 법칙의 근거다.
찬물 실험이 뒤집은 기억

우리는 리포트를 열 때도 온통 ‘평균’만 봅니다. 평균 조회수, 평균 체류시간, 평균 전환율. 그런데 소비자의 머릿속은 평균으로 기억하지 않아요. 근거가 되는 유명한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대니얼 카너먼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고통을 겪게 했어요. 한 번은 14도 찬물에 손을 60초 담그게 했습니다. 다른 한 번은 같은 14도에 60초를 담근 뒤, 물을 살짝 데워 15도에서 30초를 더 담그게 했고요. 객관적인 고통의 총량은 두 번째가 더 큽니다. 어쨌든 30초를 더 참았으니까요.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참가자의 약 69%가 ‘다시 하라면 두 번째를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마지막이 조금 덜 아팠다는 이유 하나로, 경험 전체에 대한 기억이 통째로 뒤집힌 거예요.

강렬한 긍정·부정의 순간들, 즉 ‘피크’와 경험의 ‘마지막’ 순간이 우리의 머릿속 계산에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Intense positive or negative moments (the “peaks”) and the final moments of an experience (the “end”) are heavily weighted in our mental calculus.

– 출처 : Nielsen Norman Group, 「The Peak–End Rule: How Impressions Become Memories」 (2018)

강렬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이 머릿속 계산을 지배한다는 것 — 이 두 지점의 평균으로 경험을 기억하는 현상이 바로 피크엔드 법칙입니다. 그러니 마케터가 캠페인 전 구간에 힘을 고르게 깔면, 그 힘의 대부분은 기억되지 않는 구간에 그냥 흘러가 버립니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딱 하나예요. 모든 접점을 잘 만들려는 순간, 정작 기억될 두 지점이 평범해집니다. 자원을 몰아야 할 곳은 따로 있습니다.

1. 이케아는 왜 출구에서 핫도그를 파는가 — ‘엔드’에 몰아넣기

이케아 매장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미로 같은 동선, 사고 싶지 않았던 물건까지 카트에 담게 되는 압박, 계산대의 긴 줄, 그리고 무거운 짐. 냉정하게 따져 보면 쇼핑 경험의 상당 부분은 사실 피로와 스트레스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케아를 ‘기분 좋은 곳’으로 기억해요. 이유는 출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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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핫도그입니다. 스웨덴 이케아 기준 5크로나, 우리 돈으로 500원 남짓, 미국 매장에서도 오랫동안 1달러가 안 되던 그 핫도그 말이에요. (검색해보니 우리 나라는 대부분 1,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가격은 1995년부터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손님은 지치고 짜증 난 상태로 계산대를 겨우 통과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우스울 만큼 싼 핫도그 하나를 물고 매장을 나서죠. 경험의 ‘마지막 순간’이 ‘싸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것으로 덮이는 겁니다. 앞의 두 시간이 아니라 이 마지막 3분이 기억을 결정합니다.

이케아 핫도그는 5크로나(약 500원)로 1995년 이후 27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았고, 2022년 7크로나 인상 발표는 여론 반발로 철회됐다. 지치고 짜증 난 쇼핑의 마지막 3분을 싸고 따뜻한 인상으로 덮는 '엔드' 장치이기 때문이다.
27년째 5크로나, 이케아의 엔드

이 가격이 이케아에 얼마나 전략적인지는 2022년에 그대로 드러났어요. 이케아가 27년 만에 처음으로 핫도그 값을 5크로나에서 7크로나로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여론이 완전히 뒤집혔거든요. 결국 이케아는 인상을 철회하고 5크로나를 유지하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죠.

소시지는 어떤 형태든 소시지다.

A sausage is a sausage, no matter its form.

– 출처 : IKEA, 핫도그 가격 인상 철회를 발표하며 (The Local Sweden, 2022)

2크로나, 우리 돈 200원 남짓한 인상을 왜 그렇게까지 막아섰을까요? 그 핫도그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쇼핑 경험 전체의 ‘엔드’를 책임지는 장치였던 거예요. 마지막 인상이 무너지면, 앞의 모든 게 ‘비싸고 피곤한 곳’으로 다시 해석되어 버립니다.

마케터가 가져갈 것. 그렇다면 당신의 캠페인에서 ‘엔드’는 어디입니까? 사실 대부분은 이 질문에 답을 못 해요. 이메일 시퀀스를 떠올려 보죠. 우리는 보통 첫 번째 웰컴 메일에 가장 공을 들이고,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집니다. 마지막 메일은 ‘이제 끝났으니 대충 마무리 인사’ 수준으로 나가기 쉬워요. 그런데 구독자가 그 시리즈 전체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바로 그 마지막 메일이 결정합니다. 랜딩페이지도 똑같아요. 히어로 영역은 열 번을 다듬으면서, 정작 결제 완료 후 뜨는 ‘감사합니다’ 페이지는 기본 템플릿 그대로 방치합니다. 그 thank-you 페이지가 바로 이케아의 핫도그 자리예요. 전환이 끝난 그 순간이야말로 자원을 몰아야 할 ‘엔드’입니다.

(저부터 반성합니다. ^^)

2. 애플은 왜 상자 여는 데 돈을 쓰는가 — ‘피크’를 설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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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 극단에는 애플이 있습니다. 애플은 ‘가장 강한 순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냅니다. 바로 언박싱이에요. 조너선 아이브는 포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무언가를 개봉하는 과정을 사랑한다. 제품이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개봉의 의식’을 설계한다. 포장은 하나의 연극이 될 수 있다.

I love the process of unpacking something. You design a ritual of unpacking to make the product feel special. Packaging can be theater.

– 출처 : Jony Ive (2차 출처, Read Trung 「The Psychology of Apple’s Packaging」 재인용)

애플의 상자는 뚜껑을 들어 올릴 때 공기가 서서히 빠지도록, 그래서 은근한 저항이 걸리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천천히 열리는 그 ‘저항의 몇 초’가 긴장을 만들어요. 그리고 뚜껑이 마침내 열리는 순간의 ‘슉’ 하는 감각이 절정을 찍습니다. 제품을 켜기도 전에, 이미 감정의 피크가 한 번 지나가 버리는 거예요. 지금까지 팔린 아이폰이 30억 대를 넘는데, 그 수많은 첫 만남이 이렇게 설계된 한 순간을 통과해 온 겁니다.

애플 언박싱은 뚜껑을 열 때 공기가 서서히 빠지며 저항이 걸리고 '슉' 하는 순간 절정을 찍도록 설계된 피크다. 지금까지 팔린 30억 대 넘는 아이폰의 첫 만남이 모두 이 3초를 통과했으며, 상자는 오히려 미니멀하다 — 화려함이 아니라 한 순간의 절정에 자원을 몰았다.
애플이 설계한 3초의 피크

여기서 핵심은, 애플이 상자 전체를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상자는 오히려 미니멀하고 밋밋합니다. 화려함이 아니라 ‘한 순간의 절정’에 자원을 몰았습니다. 뚜껑이 열리는 그 3초를 위해 나머지를 전부 덜어낸 거예요.

뒤집어 보면

애플이 상자에 온갖 장식을 다 넣었다면 어땠을까요? 화려한 인쇄에, 요란한 색에, 사은품 스티커까지. 그랬다면 ‘슉’ 하는 그 한 순간은 오히려 파묻혔을 겁니다. 피크는 주변이 조용할 때만 피크로 느껴지거든요. 다 힘주는 건, 결국 아무 데도 힘 안 준 것과 같습니다.

마케터가 가져갈 것. 당신의 콘텐츠에는 ‘피크’가 설계돼 있나요? 60초짜리 브랜드 영상을 만든다고 해보죠. 대부분은 60초 내내 정보를 촘촘히 채웁니다. 그런데 시청자가 실제로 기억하는 건 딱 한 장면이에요. 그렇다면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기억시킬 그 한 장면’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 55초는 그 한 순간을 돋보이게 하는 여백으로 쓰는 거예요. 웨비나도 그래요. 90분을 균등하게 알차게 채우려 하지 말고, ‘오늘 이거 하나는 무조건 건졌다’ 싶은 절정의 5분을 어디에 박을지부터 설계하세요. 광고 소재의 첫 3초, 인스타 릴스의 훅, 세일즈 데크의 한 슬라이드 — 전부 피크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자리입니다. 평평하게 좋은 콘텐츠는 평평하게 잊힙니다.

(또 반성합니다. ^^)

사람은 경험을 총합이 아니라 가장 강한 순간(피크)과 마지막 순간(엔드)의 평균으로 기억하며, 그 사이 고르게 힘준 구간은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케아 핫도그는 엔드, 애플 언박싱은 피크, 디즈니 불꽃놀이는 엔드를 설계한 사례다.
피크와 엔드, 두 지점의 평균

3. 그래서 내일, 리포트를 다르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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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는 하루 종일의 긴 줄과 비싼 음식값, 땀에 젖은 피로를 밤하늘의 불꽃놀이 하나로 덮습니다. 사람들은 그 피로가 아니라 마지막 불꽃을 기억하며 ‘또 오고 싶다’고 말해요. 이케아의 핫도그, 애플의 언박싱, 디즈니의 불꽃놀이 — 이 셋은 모두 경험의 총합을 고르게 끌어올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강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 두 지점에만 자원을 몰아넣었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뭘 다르게 해야 할까요? 성과 리포트를 열 때, 평균 지표를 제일 먼저 보지 마세요. 대신 딱 두 가지만 물으세요. 하나, 이 캠페인에서 고객이 ‘와’ 하고 감정이 튀는 피크 지점이 어디인지. 다른 하나, 고객이 우리와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엔드 지점이 어디인지. 이 두 곳을 형광펜으로 딱 짚고, 나머지 구간에서 예산과 공수를 덜어 그 둘에 몰아넣으세요.

캠페인 자원을 4주·12편에 균등 배분하면 대부분이 기억되지 않을 구간에 버려진다. 대신 피크 한 지점과 엔드 한 지점에 자원을 몰아넣어야 한다. 리포트를 열 때 평균 지표보다 '감정이 튀는 피크는 어디인가', '고객과 헤어지는 엔드는 어디인가' 두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이 피크엔드 법칙의 실천법이다.
균등 배분 대신, 두 지점에 몰기

4주 캠페인이라면 4주에 균등 배분하지 마세요. 임팩트를 몰아칠 ‘피크 주간’ 하나와, 강하게 닫을 ‘마지막 주’에 자원을 집중하는 겁니다. 이메일이 10통이면 첫 통과 마지막 통에 가장 좋은 카피와 오퍼를 배치하세요. 랜딩페이지라면 히어로(피크)와 완료 페이지(엔드)를 한 세트로 묶어 다듬으세요. 대부분의 캠페인은 자원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기억되지 않을 구간에 자원을 흘리고 있는 거예요.

재미있는 건, 다 잘하려고 애쓰는 걸 멈추는 순간 오히려 더 잘 기억된다는 점입니다. 피크엔드 법칙이 마케터에게 주는 허락은 이거예요. 나머지는 좀 평범해도 괜찮다고. 대신 두 지점만은 절대 평범하지 말라고.

[에필로그] 이 글을 편집하면서 이 글에서 다룬 피그앤드 법칙이 강의를 자주 하는 제가 알고 있는 5%의 법칙과 정확히 동일함에 깜짝 놀랐습니다. 강의를 할 때에는 청중은 시작 5%와 마지막 5%를 기억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시작과 마지막을 설계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새로운 과제를 맡게 되면 중간 부분을 설계하는 데에 시간을 대부분 할애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시작과 마지막을 다듬겠다 다짐하지만 치이는 일정에 결국 대충 마무리하고 말죠. 그리고 깨닫습니다. 알면서도 왜 시작과 끝에 시간을 더 투자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시작과 마지막부터 설계를 마치고 중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일의 순서를 바꾸어보는 겁니다. 오늘은 어떤 시작으로 우리 고객의 마음을 얻고, 어떤 마무리로 실행에 옮기게 해볼까요? ^^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사람은 경험을 총합이 아니라 ‘가장 강한 순간(피크)’과 ‘마지막 순간(엔드)’의 평균으로 기억한다 — 이것이 피크엔드 법칙이다.

이케아 핫도그는 쇼핑의 ‘엔드’를, 애플 언박싱은 ‘피크’를 설계한 장치다. 둘 다 전체를 화려하게 만드는 대신 두 지점에만 자원을 몰았다.

캠페인·이메일·랜딩페이지·영상 어디든, 피크 한 곳과 엔드 한 곳을 지정하고 나머지에서 뺀 자원을 그 둘에 몰아넣는다.

평평하게 좋은 콘텐츠는 평평하게 잊힌다. 나머지가 평범해도 두 지점만은 평범하지 않게 만든다.

참고 자료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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