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동료와 저는 같은 챗GPT 계정을 씁니다. 같은 사내 교육도 들었고요. 그런데 신제품 인스타 광고 카피를 뽑는 자리에서, 동료는 30분 만에 톤별 후보 15개를 정리해 왔습니다. 저는요? 아직 창을 열어 둔 채 “좋은 카피 써줘”를 세 번째 고쳐 치고 있었어요.
도구가 문제였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같은 도구를 줬는데 성과가 갈리는 건, 거의 다 ‘무엇을 어떻게 입력하느냐’에서 벌어져요. 그리고 이 격차는 그냥 두면 저절로 좁혀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벌어져요 — 잘 쓰는 사람의 절차가 팀에 공유되지 않는 한은요. 앤트로픽이 클로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경제지수 보고서에서도, AI의 이득은 이미 잘 쓰는 숙련 사용자 쪽으로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그래서 팀에 AI를 도입할 때 진짜 승부처는 계정 발급이나 기능 교육이 아닙니다. 온보딩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예요. AI 온보딩을 ‘버튼 위치 알려주기’ 정도로 잡으면, 몇 주가 지나도 잘 쓰는 사람만 잘 쓰는 팀이 됩니다.
1. 격차는 ‘기능’이 아니라 ‘맥락을 얹는 습관’에서 벌어져요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프롬프트를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래는 실제 팀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을 재구성한 가상의 예시예요.)
못 쓰는 쪽은 이렇게 칩니다.
“우리 신제품 인스타 광고 카피 써줘”
결과는 뻔하죠. “지금, 새로움을 경험하세요 ✨” 같은 카피가 나옵니다. 어느 브랜드에 갖다 붙여도 되는, 무색무취한 문장이요. 그럼 “별로네” 하고 도구를 탓하게 됩니다.
잘 쓰는 쪽은 같은 작업을 이렇게 시켜요.
“20~30대 여성 타깃 저자극 선크림 신제품 인스타 피드 광고 카피를 써 줘. 핵심 소구점은 ‘유기농 인증’과 ‘끈적임 없음’ 둘. 톤은 친구가 추천하듯 가볍게, 이모지는 최대 1개. 금지어: ‘최고’, ‘완벽’. 지난달 반응 좋았던 카피는 ‘아침에 바르고 잊었어요’였어. 이 결을 유지하되 서로 다른 후크로 8개, 각 20자 이내로.”
결과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차이는 챗GPT를 다루는 손재주가 아닙니다. 타깃·소구점·톤·금지어·참고 자산을 프롬프트에 얹는 습관이에요. 이건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그냥 아직 아무도 안 알려준 절차입니다. 온보딩이 채워 줘야 할 자리가 바로 여기고요.
2. 온보딩을 ‘기능 교육’에서 ‘레시피 공유’로 바꿔요
기능 교육은 “이런 것도 돼요”를 보여 주고 끝납니다. 정작 내일 광고 소재를 만들 때 어디서부터 쳐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하죠. 그래서 저는 온보딩의 중심을 재사용 가능한 ‘레시피’로 옮기길 권합니다. 마케터가 실제로 반복하는 업무 단위로요.
레시피 카드 한 장에 담을 것
– 언제 쓰는가 (예: 인스타 피드 광고 카피 뽑을 때) – 붙여 쓰는 프롬프트 뼈대 (타깃·소구점·톤·금지어·참고 자산·출력 형식 칸이 비워진 채로) – 좋은 결과 예시 1개 + 나쁜 결과 예시 1개
실제로는 어렵지 않아요. 팀에서 AI를 제일 잘 쓰는 사람의 프롬프트를 그대로 받아, 위 칸만 채워 넣으면 초안이 됩니다. ‘광고 카피’, ‘블로그 소제목’, ‘성과 리포트 요약’, ‘고객 리뷰 3줄 요약’. 이렇게 반복 업무 5~6개만 카드로 만들어도 팀의 하한선이 확 올라가요. 잘 쓰는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던 절차가, 이제 함께 쓰는 자산이 되는 거죠. 실제로 고객 지원 상담사 5,000여 명을 분석한 브린욜프슨·리·레이먼드의 2023년 연구에서도, 생성형 AI가 잘하는 상담사의 노하우를 퍼뜨리자 초보·저숙련 직원의 생산성이 34% 뛰었습니다.
3. before / after를 같이 보여 줘야 이유가 남아요
레시피만 덜렁 주면, 사람들은 칸을 대충 채웁니다. 왜 이 칸이 필요한지 몸으로 모르니까요. 그래서 카드마다 같은 작업을 대충 시킨 결과와 제대로 시킨 결과를 나란히 붙여 두세요.
예를 들어 성과 리포트 요약 카드라면 이렇게요. 한쪽엔 “이 표 요약해줘”로 나온 밋밋한 세 줄. 다른 한쪽엔 “이번 주 유입 대비 전환 흐름을 대표님 보고용으로 3줄 요약하되 전주 대비 변화와 원인 가설을 포함해”로 나온 세 줄. 왜 맥락을 얹어야 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결과 두 개가 알아서 설득합니다. 온보딩 문서가 강의가 아니라 견본첩이 되는 거예요.
4. 격차가 줄고 있는지 ‘리뷰 루틴’으로 확인해요
온보딩은 한 번 하고 끝이 아닙니다. 격차가 실제로 좁혀지고 있는지 지켜봐야 하거든요. 거창한 지표는 필요 없어요. 2주에 한 번, 팀원 각자가 그 주에 제일 잘 뽑힌 프롬프트-결과 한 쌍을 슬랙 채널이나 공용 문서에 올리게 해 보세요.
잘한 사례가 쌓이면 그게 곧 레시피 업데이트가 됩니다. 아직 헤매는 사람은 남의 실제 입력을 보고 따라 하게 되고요. 누가 잘 쓰는지 감시하는 게 아니라, 잘 쓴 입력을 팀 자산으로 회수하는 루틴이라는 게 핵심이에요.
같은 도구를 줬는데 성과가 다른 건, 상당 부분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가 공유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한 델아쿠아 연구진의 2023년 실험에서도, AI의 힘을 빌리자 원래 성과가 낮던 사람이 43%, 잘하던 사람이 17% 오르며 격차가 되레 좁혀졌어요. 온보딩을 기능 소개가 아니라 레시피·견본·리뷰 루틴으로 다시 짜면, 팀의 하한선이 올라가면서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져요. 오늘 당장 할 일은 간단합니다. 우리 팀에서 제일 잘 쓰는 사람의 프롬프트 몇 개를 빌려 오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돼요.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같은 도구로 성과가 갈리는 건 손재주가 아니라 타깃·소구점·톤·금지어·참고 자산을 얹는 입력 습관의 차이다.
AI 온보딩의 중심을 기능 교육에서 ‘반복 업무별 레시피 카드’로 옮기면 팀의 하한선이 올라간다.
카드마다 대충 시킨 결과와 제대로 시킨 결과를 나란히 붙이면, 설명 없이도 이유가 전달된다.
2주에 한 번 잘 뽑힌 프롬프트-결과 한 쌍을 공유하는 리뷰 루틴이 격차를 계속 좁혀 준다.
참고 자료 3건
- Anthropic (2025). Anthropic Economic Index: 지리적으로 불균등한 AI 도입과 이득의 집중. https://www.anthropic.com/research/economic-index-geography
- Erik Brynjolfsson, Danielle Li, Lindsey Raymond (2023). Generative AI at Work. NBER Working Paper No. 31161. https://www.nber.org/papers/w31161
- Fabrizio Dell’Acqua 외 (2023).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Field Experimental Evidence of the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Knowledge Worker Productivity and Quality.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457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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