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 한 명이 자기 몸통만 한 과자 봉지를 두 팔로 꼭 끌어안고 있습니다. 노란 봉지에 익숙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아이는 누가 뺏을까 봐 몸을 뒤로 젖힙니다. 브랜드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을 준 것도 아닙니다. 그냥 어느 집의 평범한 저녁 풍경을 부모가 웃으며 찍어 올린 것뿐입니다. 사실 이런 영상은 우리 브랜드 계정에도 한 달에 몇 개씩 올라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좋아요’만 누르고 지나쳐 버립니다. 오늘은 그렇게 지나칠 뻔한 영상 한 편이 검색량을 어디까지 밀어 올렸는지, 옆자리에 앉아 같이 들여다보겠습니다.
1. 좋아요만 누르고 지나쳤을 그 영상이, 사실은 자산이었습니다
어느 부모가 아이가 과자를 좋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습니다. 농심 스낵마케팅팀의 오영주 주임은 출근길에 SNS에서 농심 제품을 검색하다 그 영상을 보고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바나나킥을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이 꾸밈없이 보였어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 출처 : 오영주 농심 스낵마케팅팀 주임 (한국경제, 2026)
농심은 그 아이에게 답장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과자 몇 상자가 아니라, 아이 키(약 80㎝)보다 큰 초대형 봉지를 새로 만들어서요. 봉지 안에는 시중에서 파는 제품 약 20봉지 분량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초대형 봉지를 받은 아기의 반응을 다시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이 첫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2,670만 회를 넘겼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바이럴 한 번 잘 터졌네’ 정도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마케터가 진짜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조회수가 아닙니다. 이 캠페인이 도는 동안 관련 온라인 검색량이 평소보다 최대 325%까지 뛰었습니다.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웃고 끝난 게 아니라, 실제로 검색창에 제품 이름을 쳐 넣었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영상을 본 뒤 바나나킥을 한 번이라도 더 검색하고 찾아봤다는 점은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 출처 : 오영주 농심 스낵마케팅팀 주임 (한국경제, 2026)
이 사례에서 광고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한번 생각해 봅니다. 출발점이 된 원본 영상은 소비자가 공짜로, 그것도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브랜드가 쓴 돈은 초대형 봉지 하나를 제작해 보낸 비용이 거의 전부입니다. 매체를 사서 도달을 산 게 아닙니다.
2. UGC의 진짜 비용은 ‘발견’이 아니라 ‘답장’에 있습니다
UGC(user-generated content), 즉 소비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가 좋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롭지 않습니다. 후기 사진, 리뷰 영상, 블로그 글까지 — 브랜드가 만든 광고보다 이런 콘텐츠를 소비자가 더 믿는다는 것도 다들 압니다.
“광고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직접 만든 영상보다 실제 사용자의 경험담을 더 신뢰합니다.”
– 출처 : UGC란? 사용자 생성 콘텐츠 마케팅 전략 (배트크루, 2026)
실제로 배트크루가 인용한 Meta 수치를 보면, UGC를 기반으로 한 광고의 평균 클릭률(CTR)이 브랜드가 직접 만든 콘텐츠의 2.4배로 나타났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UGC 전략은 딱 여기서 멈춥니다. 우리는 소비자 콘텐츠를 ‘모니터링’합니다. 브랜드 언급을 모으고, 좋은 후기를 캡처해 리포트에 붙이고, ‘이번 달 자발적 언급 몇 건’ 같은 줄을 채웁니다. 발견까지는 잘합니다. 그런데 그다음이 없습니다.
농심이 남들과 갈린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소비자 콘텐츠는 발견하는 순간이 아니라, 브랜드가 그 소비자에게 답장을 보내는 순간에 비로소 자산이 됩니다. 아이의 영상을 봤을 때 ‘좋은 후기 하나 건졌다’로 끝냈다면, 검색량 325%는 없었을 겁니다. 그 아이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봉지를 만들어 보낸 ‘답장’이, 원래 있던 영상 한 편을 수천만 조회의 캠페인으로 키운 것입니다.
그래서 UGC의 진짜 비용은 콘텐츠를 찾는 데 있지 않습니다. 찾은 다음에 무엇으로 답할지를 기획하는 손품에 있습니다. 이건 매체비가 아니라 마케터의 시간과 안목입니다.
3. 답장에는 돈이 아니라 ‘기억’을 담습니다
그럼 어떻게 답장해야 할까요. 여기에도 힌트가 있습니다. 담당자는 그냥 과자를 많이 보내는 쪽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과자 몇 상자만 보내는 것보다 아이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 출처 : 오영주 농심 스낵마케팅팀 주임 (한국경제, 2026)
이 한 문장이 실무에서 제일 써먹을 대목입니다. 답장의 재료를 ‘물량’으로 잡으면, 그건 그냥 증정 이벤트가 됩니다. 소비자는 받고 고마워하지만, 굳이 다시 찍어 올리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답장의 재료를 ‘그 사람만의 기억’으로 잡으면, 소비자가 스스로 다시 콘텐츠를 만듭니다. 아이보다 큰 봉지는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찍어 올릴 수밖에 없는 장면입니다.
즉 답장을 설계할 때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를 줄까’가 아닙니다. 이 사람이 받으면 자기 손으로 한 번 더 찍고 싶어질까, 바로 이것입니다. 리뷰어에게 신제품을 또 보내는 대신, 그 사람이 지난번 영상에서 했던 말을 제품에 새겨 보내는 식입니다. 팔로워가 수천 명뿐인 소소한 후기여도 상관없습니다. 답장이 그 사람의 이야기에 정확히 붙으면, 그 사람은 다시 콘텐츠를 만들어 줍니다. 기존 콘텐츠에 기억을 보태어 새로운 콘텐츠가 되도록 하는 셀프서비스 방식입니다.
4. 반응을 숫자로 걸어야 리포트에서 살아남습니다
아무리 좋은 답장을 보내도, 성과 회의에서 ‘참 따뜻한 캠페인이었습니다’로는 다음 예산을 받지 못합니다. 농심 사례가 단단했던 이유는 감동이 아니라 검색량이라는 숫자로 결과를 잡아냈기 때문입니다. 조회수는 ‘얼마나 많이 닿았나’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검색량은 소비자가 직접 움직였다는 행동을 보여 줍니다. 리포트에서 버텨 내는 힘이 완전히 다릅니다.
브랜드가 소비자 콘텐츠에 직접 반응하며 채널을 키운 흐름은 다른 업계에서도 숫자로 확인됩니다. 패션 기업 LF는 홍보팀이 보도자료만 쓰던 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직접 굴렸습니다. 그 결과 유튜브 ‘LF랑놀자’의 신규 구독자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 늘었고, 신규 방문자가 구독으로 이어지는 전환율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 높아졌습니다. 콘텐츠에 반응하고 그 반응을 쌓는 일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지표의 문제라는 걸 보여 줍니다.
그러니 답장 캠페인을 세팅할 때는 처음부터 측정을 걸어 두는 게 좋습니다. 적어도 세 가지는 잡을 수 있습니다. 답장 전후의 브랜드명 검색량, 소비자가 새로 올린 2차 콘텐츠의 수, 그리고 그 콘텐츠에서 넘어온 유입입니다. 감동은 회의가 끝나면 흘러가 버리지만, 이 세 줄은 남습니다.
5. 내일 아침에 바로 해볼 것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순서만 잡아 두면 됩니다.
첫째, 지난 한 달 우리 브랜드가 언급된 소비자 콘텐츠를 쭉 훑어봅니다. 그리고 ‘브랜드가 답장하면 이 사람이 다시 찍고 싶어질’ 후보를 딱 한 편만 고릅니다. 조회수가 큰 것 말고, 마음이 꾸밈없이 드러난 것으로 고르는 게 핵심입니다.
둘째, 그 사람에게 보낼 답장을 ‘물량 말고 기억’으로 한 줄 기획합니다. 그 사람이 영상에서 했던 행동이나 말에 딱 붙는 답장이어야 합니다.
셋째, 실행 버튼을 누르기 전에 오늘 날짜의 브랜드명 검색량을 먼저 기록해 둡니다. 사전 숫자가 없으면, 사후에 아무리 뛰어도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소비자가 만든 콘텐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계정에 쌓이고 있습니다. 그걸 자산으로 바꾸는 건 더 많은 광고비가 아닙니다. 발견한 영상 한 편에 브랜드가 먼저 답장을 보내고, 그 반응을 숫자로 붙잡는 마케터의 손입니다. 농심 바나나킥의 검색량 325%는 바로 그 손이 만든 결과입니다.
[에필로그]
이 글을 편집하며 마케터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늘 숫자로 이야기합니다. 검색량, 유입량, 클릭 수, 전환율까지, 모든 것이 숫자로 측정되고 숫자로 보고됩니다. 고객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애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회의실에 들어서면 이내 다시 숫자로 돌아갑니다. 숫자로 말하지 못하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예산을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나나킥 아기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면 순서가 조금 다릅니다. 담당자가 출근길에 그 영상을 멈춰 본 이유는 조회수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꾸밈없이 보여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과자 몇 상자 대신 초대형 봉지를 만든 것도 효율을 계산해서가 아닙니다. 아이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주고 싶어서였습니다. 검색량 325%는 그 마음이 먼저 움직인 뒤에 따라온 결과였습니다.
만약 숫자에서 출발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조회수가 가장 큰 영상을 골랐을 것이고, 가장 싼 방법으로 답했을 것입니다. 숫자는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려 주지만, 사람이 기억할 만한 순간을 설계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 일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먼저 읽어 내는 사람의 몫입니다.
물론 숫자는 반드시 측정해야 합니다. 본문에서 말했듯, 숫자로 붙잡지 못한 감동은 회의가 끝나면 흘러가 버립니다. 다만 숫자가 출발점이 되는 순간, 우리는 고객 대신 지표를 보게 됩니다. 마음이 먼저고 숫자는 그 마음이 맞았는지 확인하는 도구라는 순서를 잃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마케터의 역할을 정의하는 첫 문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고객의 마음을 읽고 있나요? 한번쯤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소비자 콘텐츠는 발견하는 순간이 아니라 브랜드가 답장을 보내는 순간에 자산이 된다.
답장의 재료는 물량이 아니라 그 사람이 다시 찍고 싶어질 ‘기억’으로 잡는다.
조회수 말고 검색량·2차 콘텐츠 수·유입을 걸어야 리포트에서 살아남는다.
실행 전에 오늘의 브랜드명 검색량을 먼저 기록해 둔다 — 사전 숫자가 없으면 사후에 증명할 수 없다.
참고 자료 3건
- 한국경제 (2026). 농심 막내 ‘바나나킥 아기’ 아이디어에…46년 장수과자 역주행.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070853i
- 배트크루 (2026). UGC 마케팅 전략의 모든 것: 정의부터 설계 가이드, 퍼포먼스 확장까지. https://batcrew.co.kr/ko/blog-insight-ugc-user-generated-content-marketing/
- 파이낸셜뉴스 (2026). 보도자료 쓰던 홍보팀이 유튜브·인스타까지…콘텐츠 역량 키우는 유통업계. https://www.fnnews.com/news/20260909141148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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