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새벽이었어요. 인플루언서, 브랜드 채널 매니저, 광고대행사 SNS 담당자가 평소처럼 대시보드를 열었습니다. 숫자가 줄어 있었거든요. 그것도 한두 자릿수가 아니라 수십, 수백만 단위로요.
며칠 지나고 보니 한 명의 사고도, 한 브랜드의 사고도 아니었습니다. 글로벌에서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고, 손실 1위는 셀럽도 글로벌 브랜드도 아니었어요. 인스타그램 본인이 자기 계정에서 1,520만 명을 지운 겁니다.

1️⃣ 5월 6일, 인스타가 자기 손으로 1,520만을 지운 그 새벽
메타가 새로 도입한 ‘AI 단속 시스템’이 본격 가동된 새벽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두 가지를 봐요. 하나는 사용자 나이대를 예측하는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계정이 짜고 만든 가짜 활동을 잡아내는 기능입니다. 봇과 오래 비활동인 계정, 그리고 제3자 성장 서비스(흔히 ‘클릭팜’이라고 부르는, 돈을 받고 가짜 팔로우를 찍어주는 그런 곳들이에요)에 연결된 계정이 동시에 정리됐죠.
수치는 단단했어요. 손실 1위가 셀럽도 글로벌 브랜드도 아니라 인스타그램 본 계정이라는 사실. 이게 사건의 핵심을 한 줄로 말해줍니다.
Instagram 공식
1,520만
Cristiano Ronaldo
919만
Kim Kardashian
724만
Kylie Jenner
720만
Taylor Swift
590만
Nike (글로벌)
427만
마케팅을 가르치는 플랫폼이 자기 성과 지표를 자기 손으로 폐기한 셈이거든요.
K-팝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BLACKPINK 공식 계정이 1,000만, 멤버 개인 계정도 큰 자릿수를 잃었어요. 리사 110만, 로제·제니 각각 70만 안팎, 지수 60만. 평범하게 운영하던 중소 크리에이터 계정도 평균 2~5% 빠졌고요. 예외 없이 휘말린 거죠.

2️⃣ 그 후 6일, 메타가 한 말
이틀 뒤인 5월 8일, 인스타그램 헤드 Adam Mosseri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자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Q&A를 띄우고 세 문장을 남겼어요.

사라진 계정들은 아주 오랜 시간 활동이 없었거나 실제로 봇이었습니다. 잃은 건 진짜 팔로워가 아닙니다. 불안해하시는 거 압니다. 다만 도달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 Adam Mosseri, Instagram 헤드. 2026.05.08 Instagram Stories Q&A
다음 문장이 좀 더 흥미로워요. Mosseri는 메타가 이번 정리 작업을 “잘못 처리했다(bumbled)”고 직접 인정했거든요. 결과적 혼란을 “불필요한 소동(unnecessary thrash)”이라고 표현했고, 다음엔 사전 공지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과는 했지만 정정은 안 한 셈이죠.
5/6 (수) 새벽
글로벌 동시 발생. 사용자가 대시보드에서 자력으로 발견.
5/7 (목)
Yahoo, Inc, Ain.ua 등 영문 1차 보도.
5/8 (금)
Mosseri Q&A로 첫 공식 해명. “bumbled” 인정. 정정은 없음.
5/9~10 (주말)
“Great Purge of 2026” 명명. 셀럽 손실 순위 큐레이션.
5/11 (월)
후속 매체 정리 보도, 일반 사용자 영향 분석.
5/12 (화, 오늘)
메타 추가 입장 없음. 한국 종합지·마케팅 매체 본격 분석 없음.
그래서 6일이 지난 지금까지, 메타가 한 말은 “도달률에 영향 없다”이고, 안 한 말은 “실제로 활동하던 진짜 사용자까지 휩쓸렸느냐”예요. 끊겨 본 친구 계정이나 진심으로 댓글 달던 팔로워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다수 올라왔는데, 메타는 이 부분에 정정도, 다시 살려주겠다는 약속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한국 매체의 침묵도 또 다른 지점이에요. 인사이트·위키트리·디스패치 같은 종합지가 안 다뤘고, 한국 마케팅 매체도 사건 자체를 정리한 글이 거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마케터가 임원 보고에 쓸 정리된 자료가 없는 채로 6일이 지나간 거죠.
3️⃣ 한국 마케터가 6일 만에 바꿔야 할 KPI 매뉴얼
이번 사건의 진짜 의미는 한 줄입니다. 팔로워 수는 자산이 아니라는 명제가, 메타 본인의 행위로 증명됐다는 점이에요.
업계는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었어요.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보고서에 따르면 마케터 73%가 크리에이터 선정 시 팔로워 수보다 인게이지먼트(좋아요·댓글·저장·공유 같은 반응) 품질을 먼저 본다고 합니다. 50만 팔로워에 0.5% 인게이지먼트보다 5만 팔로워에 8% 인게이지먼트가 실제 효과가 높다는 공식이 자리잡은 지 2년이고요.
문제는 한국 브랜드 KPI 시트가 이 흐름을 못 따라잡은 곳이 아직 많다는 데 있습니다. 분기 보고서나 임원 보고에 ‘팔로워 수 증감’이 그대로 들어가 있고, 인플루언서 섭외 단가도 팔로워 수가 변수의 첫 줄이거든요. 5월 6일 새벽은, 이 시트를 폐기할 결정적 근거를 메타가 직접 만들어 준 셈입니다.
대안 단위는 이미 정해져 있어요.
저장(save)·공유(share)
알고리즘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반응 신호예요. 댓글·좋아요보다 가치가 큽니다.
DM 수신·발신
1:1 대화로 이어진 콘텐츠는 전환 가능성이 다른 단위입니다.
외부 트래픽 클릭
인스타 안에 머무른 시간이 아니라, 자사 사이트·랜딩 페이지로 옮긴 수치예요.
Watch Time (시청 지속 시간)
2026 알고리즘이 단순 조회수 대신 측정하는 단위입니다. 머무른 시간이 진짜 신호거든요.
댓글 대 좋아요 비율
1:10 이상이면 좋은 반응으로 봅니다.

운영에서 하나 더 점검할 게 있어요. 멀쩡한 우리 팔로워까지 봇으로 잘못 휩쓸리는 일을 피하려면, 메타의 AI가 ‘짜고 만든 가짜 활동’으로 분류할 만한 패턴은 자체적으로 막아두는 게 답입니다. 여러 계정을 동시에 운영하거나, 같은 시간대에 일제히 좋아요·팔로우를 누르거나, 외부 성장 서비스에 연결해두는 것 같은 행위요. 마케팅 효율을 끌어올리던 편법들이, 이제 채널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된 거죠.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팔로워 수 KPI는 끝났어요. 인스타그램이 자기 본 계정에서 1,520만을 지운 시점부터, 팔로워 수는 자산이 아닙니다. KPI 시트의 첫 줄을 저장·DM·외부 클릭으로 다시 짤 때예요.
6일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메타는 사과는 했지만 정정은 안 했어요. 한국 매체도 본격 분석 없이 지나갔고요. 이번이 일회성 청소가 아니라, AI가 인스타그램을 늘 단속하는 상태가 됐다는 신호거든요.
운영 원칙 한 가지. 다중 계정·일제 좋아요 패턴·외부 성장 서비스. 마케팅 효율을 끌어올리던 편법이 이제 채널 자체를 위협합니다. 정상적인 사용자 패턴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안전한 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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