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를 사면 설명서가 함께 옵니다. 온도와 용량을 고르고 출수 버튼을 누르는 순서가 그림과 함께 차례로 적혀 있죠.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버튼을 누르지 않고 말로 물을 받습니다. 화면의 글자 대신 음성안내를 듣고, 버튼 위치를 손끝의 촉각 표시로 찾는 사람도 있고요.
이런 사용법은 특별한 몇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제품도 몸의 조건과 생활 방식에 따라 쓰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장애인 고객과 시니어 고객을 따로 떼어 보기 어렵고, 같은 가전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쓰는 사람도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용법은 대개 설명서에 실리지 않습니다. 쓰는 사람의 손과 습관 안에 머물기 쉽죠. LG전자가 2026년 10월 2일부터 31일까지 운영하는 접근성 경험 공유 프로젝트 「쓰는 대로 쓰다」는 바로 이 사용법을 모으는 프로젝트입니다. 장애인과 시니어 고객이 LG 가전과 서비스를 쓰는 자기만의 방법을 사진, 그림, 영상으로 직접, 또는 도움을 받아 남기는 방식이에요.
제품을 가장 잘 아는 건 만든 회사일 텐데, LG전자는 왜 설명에 더해 고객의 사용법을 모으기로 했을까요?

1. 설명서는 하나였지만 쓰는 방법은 사람 수만큼 있었다
설명서는 가장 많은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는 한 가지 순서를 적은 문서입니다. 하지만 설명서는 출발점일 뿐, 일반적인 조작 방식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설명서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를 비켜 가는 방법은 LG전자의 접근성 액세서리 ‘LG 컴포트 키트’에서 잘 드러나요. 손등으로 세탁기, 건조기의 세제함을 여닫게 돕는 ‘이지핸들’, 다이얼을 쉽게 돌리게 하는 ‘이지볼’, 점자와 촉각 표식을 더하는 실리콘 패드 등이 들어 있습니다(아주경제, 2026). 기능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기능에 닿는 길을 하나 더 낸 셈이죠.
이런 개선이 책상 위에서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LG전자는 고객 참여형 접근성 커뮤니티 ‘볼드 무브(Bold Move)’를 운영하며 고객 의견을 제품에 반영해 왔어요. 장애인 고객 중심으로 진행한 시즌1에서 개선 아이디어 200여 건이 나왔고, 저시력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컴포트 키트 정수기용 실리콘 커버의 촉각 표시를 점자에서 아이콘 방식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글로벌이코노믹, 2026). 점자를 기준으로 한 표시가 모든 고객에게 맞는 답은 아니었던 셈이에요.
| 기준 | 가장 많은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는 순서 |
| 전제 | 손으로 누르고, 눈으로 읽고, 귀로 듣는다 |
| 내용 | 기능 이름과 조작 순서 |
| 기준 | 내 몸과 생활에 맞춘 순서 |
| 전제 | 말로, 손등으로, 손끝으로도 쓴다 |
| 내용 | 상황별 요령과 시행착오 |
소마코 편집팀 정리
접근성 기능의 가치는 실제 사용 장면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기능은 회사가 만들지만, 그 기능을 생활에 맞춰 쓰는 경험은 사용자에게서 나오니까요.
2. LG전자는 설명에 더해 고객의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LG전자는 2026년 1월 ‘모두를 위한 모두의 LG’ 캠페인 영상 「문제는 문제없어」 편을 공개했습니다. 1분 40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수어 상담사와 영상통화로 제품 문의를 해결하는 청각장애 학생들, 정수기 음성인식으로 물을 받는 시각장애 학생들, 씽큐(ThinQ) 앱으로 광파오븐 조리 시간을 맞추는 어르신이 나와요. 이 영상은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0만 회에 가까워졌고, 2022년부터 만든 캠페인 영상은 올해 1월 기준 모두 23편에 이릅니다(아시아경제, 2026).

영상 속 장면은 LG전자가 고객의 하루를 찍어 보여주는 방식이었죠. 「쓰는 대로 쓰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야기하는 자리를 고객에게 넘깁니다. 프로젝트 사이트는 이 프로젝트를 ‘모두를 위한 모두의 LG’의 세 번째 프로젝트로 소개하고, 운영사무국이 기관에 보낸 프로젝트 안내문은 기획 배경을 이렇게 적고 있어요.
“그동안 접근성 관련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이 제품의 기능과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고객이 일상 속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공유될 때, 다른 고객들에게 더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안내문은 프로젝트의 의미도 밝힙니다. 장애인과 시니어를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경험 공유의 주체로 조명”하겠다는 것이죠. 설명을 듣던 고객이 설명을 하는 사람이 되는 구조입니다. 기업이 기능을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이 서로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3. 모으는 것은 제품 후기가 아니라 나만의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보내면 될까요? 「쓰는 대로 쓰다」는 참여자가 먼저 자기 경험에 맞는 장면 카드를 고르게 합니다. 카드는 네 장입니다.

- 새롭게 만나는 법 ‘At Shop’
LG를 처음 만나고 알아갈 때는 베스트동행케어서비스, 상담, 웹사이트, 체험존, 키오스크 등 - 편하게 사용하는 법 ‘At Home’
집에서 제품을 쓸 때는 가전 실사용, 컴포트 키트, 음성안내, 촉각스티커 등 - 든든하게 이용하는 법 ‘At Service’
자신에게 맞는 지원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수어상담, 느린말 ARS, 케어, 구독, 모두를 위한 쉬운 사용법 등 - 이롭게 연결하는 법 ‘At Connected’
디지털 기술로 제품을 연결하고 관리할 때는 ThinQ 앱, ThinQ ON, IoT 연동, AI 기능, 원격제어 등
의 경험을 다룹니다. 제품 하나가 아니라 알아보고, 쓰고, 도움받고, 연결하는 과정 전체가 이야기의 무대가 될 수 있죠.
카드를 고른 다음에는 ‘나는 ○○ ○○ 합니다’ 문장의 빈칸을 채웁니다. 사이트에 예시로 올라온 카드를 보면 감이 와요. ‘나는 말로 물을 따릅니다’, ‘나는 손으로 궁금한걸 물어봅니다’, ‘나는 휠체어를 타고 쇼핑을 합니다’, ‘나는 ThinQ로 요리를 합니다’ 같은 문장입니다. 정수기에 말만 하면 원하는 만큼 물을 따라주는 이야기, 수어 상담 서비스로 궁금한 것을 묻는 이야기, ThinQ 앱으로 QR을 찍어 조리를 시작하는 이야기가 한 문장으로 정리되죠.

이 빈칸 문장은 꽤 영리한 장치입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에게 첫 문장을 대신 열어 주고, 모인 문장은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건넬 사용법의 첫 줄이 될 수 있거든요. 글이 부담스러우면 사진이나 그림, 영상으로 보내도 됩니다. 그럼 흔한 사용 후기 이벤트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후기는 제품이 좋은지를 묻지만, 이 프로젝트는 제품을 어떻게 쓰는지를 묻습니다.
참여 문턱을 낮추는 장치는 형식에서 끝나지 않아요. 가족이나 활동 지원자가 대신 보낼 수 있고, 운영사무국의 검토와 승인을 거치면 직접 보내기와 도움받아 보내기 모두 똑같이 참여로 인정됩니다. 다만 사이트 FAQ는 대신 보내는 경우라도 “접수할 때도 참여자 본인의 의사를 먼저 확인합니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콘텐츠 공개와 2차 활용도 참여자가 동의한 범위에서만 이뤄지고, 참여가 어려우면 이메일, 카카오채널,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문턱은 낮추되, 결정은 참여자에게 맡기는 설계예요.
다시 설명서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쓰는 대로 쓰다」가 모으는 건 설명서에 아직 담기지 않은 이야기들입니다. 프로젝트 안내문에 따르면 참여 콘텐츠는 후속 콘텐츠를 만들고 알리는 데에도 쓰입니다. 물론 앞서 본 대로 참여자가 동의한 범위 안에서입니다. 한 사람이 찾은 요령이 다른 사람의 첫 사용법이 되는 구조죠. 참여 콘텐츠 건수와 연계해 가전 기부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적립 현황과 전달 소식도 공개됩니다.

장애인이나 시니어 당사자라면 직접 참여해 보세요. 가족이나 동료, 기관 이용자 가운데 함께하면 좋을 분이 있다면 이 프로젝트를 전해 주셔도 좋습니다. 당사자를 포함한 학교, 기관, 가족 단위로도 참여할 수 있고, 참여를 원하는 분의 작성과 접수를 곁에서 도와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제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만든 사람일지 몰라도, 제품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은 매일 쓰는 사람이 압니다. 지금 물어야 할 것은 ‘이 기능을 어떻게 알릴까’가 아니라 ‘이 기능을 이미 잘 쓰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일지도 모릅니다.

| 기간 | 2026년 10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
| 대상 | 장애인, 시니어 고객(당사자를 포함한 학교, 기관, 가족 등 단체 참여 가능) |
| 방법 | 장면 카드 선택 → ‘나는 ○○ ○○ 합니다’ 문장 완성 → 사진, 그림, 영상 등으로 경험 공유 |
| 참여 수 | 1인 최대 10개(운영사무국 검토 후 승인 시 참여 인정) |
| 참여 혜택 | 참여작 중 추첨으로 온라인 배달 상품권(5만 원, 3명), 아이스크림 브랜드 쿠폰(3만 원, 5명), 커피 브랜드 쿠폰(1만 원, 20명) |
| 우수 콘텐츠 | SNS 공유 콘텐츠 중 이미지, 영상 부문별 최우수 1편 200만 원, 우수 1편 100만 원 상당 LG전자 가전(총 600만 원 상당, 좋아요와 심사위원 점수 합산, 제세공과금 LG전자 부담) |
| 수상 발표 | 11월 5일 |
| 기부 연계 | 참여 콘텐츠 건수와 연계한 가전 기부 프로그램 운영 |
| 문의 | 운영사무국 이메일 lgforall@goldenax.co.kr, 카카오채널 @lgforall, 전화 02-2038-2514(평일 9:30~18:00) |
쓰는 대로 쓰다 프로젝트 사이트, 소마코 편집팀 정리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제품 설명서는 가장 많은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는 한 가지 순서다. 말로, 손등으로, 손끝으로 쓰는 사람에게 또 하나의 설명서는 자기만의 사용법이다.
LG전자 ‘쓰는 대로 쓰다’는 기업이 기능을 설명하던 접근성 커뮤니케이션의 화자를 고객으로 넓히려는 시도다. 운영사무국 안내문은 장애인과 시니어를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경험 공유의 주체’로 조명한다고 밝힌다.
빈칸 문장, 도움받아 보내기, 동의한 범위의 공개처럼 참여자의 방식과 속도에 맞춘 장치가 경험을 모은다. 우리 고객이 이미 알고 있는 사용법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 내일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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