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기업의 이름을 바꾸고 있다.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가 테슬라(Tesla)가 되고, 애플 컴퓨터(Apple Computer)도 애플(Apple)이 되었다. 최근에는 더 과감하다. 2021년 페이스북은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바꿨고, 한 달 뒤 결제 기업 스퀘어(Square)도 블록(Block)이 되었다.
굳이 외국 기업이 아니라도 우리 기업들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다. 새마을금고는 MG새마을금고가 되고, 럭키금성은 LG가 되었다. 기아자동차는 ‘자동차’를 떼고 기아가 되었고, 2023년에는 롯데제과가 롯데웰푸드로, 쌍용자동차가 KG모빌리티로, 삼양식품그룹이 삼양라운드스퀘어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에만 상장사 66곳이 사명을 바꿨는데, 1년 전보다 28.4% 늘어난 숫자다.
우리가 이렇게 회사의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사업이 커져서 지금 이름이 좁게 느껴지거나, 해외 시장에 맞는 이름이 필요하거나, 오래된 이미지를 털어내고 새 출발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이유는 모두 그럴듯하다. 회의실에서는 새 이름이 회사의 다음 단계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지고, 로고 시안이 화면에 뜬다. 그런데 이름을 바꾼 지 몇 년이 지나도 고객이 여전히 옛 이름으로 부르는 회사들이 있다.
이름을 바꾼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과연 우리는 어떤 길을 따를 것인가에 대한 참고로 삼아볼 수 있는 인사이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가 트위터에서 X로의 변화이다. 그리고 지주회사에만 새 이름을 붙인 구글의 알파벳, 이름을 버렸다가 되찾은 HBO Max, 고객이 부르던 이름으로 갈아탄 던킨이 있다.
1. X: 이름과 함께 버린 것들

2023년 7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이름을 X로 바꾸고 파랑새 로고와 ‘트윗’ 같은 관련 단어들까지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가 X가 되면서 분석가와 브랜드 에이전시들의 추산으로 40억에서 200억 달러에 이르는 브랜드 가치의 손실이 생겼다고 한다. 숫자의 폭이 넓은 건 브랜드 가치 계산이 원래 어렵기 때문이지만, 어느 쪽이든 작은 돈은 아니다. 게다가 트위터가 잃은 건 이름 하나가 아니었다. ‘트윗하다’, ‘리트윗하다’는 이미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동사였다. 회사가 상표를 바꿀 수는 있어도, 수억 명의 말버릇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그런데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수 이후 쌓인 논란 속에서 사람들이 지금의 서비스를 예전의 트위터와 계속 비교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함께 없애는, 일종의 단절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도 있다. 머스크가 오래전부터 그려온 ‘모든 것을 하는 앱’이라는 구상을 담을 새 그릇이 필요했다는 점도 있다. 항상 양면을 잘 가려볼 수 있어야 한다.
2. 알파벳: 고객이 볼 일 없는 곳에 붙인 새 이름

구글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2015년 구글은 회사 구조를 바꾸면서 ‘알파벳’이라는 새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검색, 유튜브, 안드로이드는 구글 아래에 두고, 자율주행이나 생명과학 같은 새 사업은 알파벳 아래 별도 회사로 나눴다. 새 이름이 필요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구글이라는 이름 하나로는 검색과 전혀 다른 사업들을 담기 어려웠다.
그런데 알파벳은 고객이 매일 쓰는 서비스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구글에서 검색하고, 구글 지도를 켠다. 새 이름이 필요한 곳은 투자자와 조직 관리의 영역이었고, 구글은 정확히 그 자리에만 새 이름을 붙였다. 고객이 아는 이름은 한 글자도 건드리지 않았다.
3. HBO Max: 2년 만에 되찾은 이름

HBO Max의 경우는 더 극적이다. 2020년 HBO Max로 출발한 이 스트리밍 서비스는 2023년 ‘HBO’를 떼고 ‘Max’가 됐다.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쳐지면서 HBO의 드라마뿐 아니라 리얼리티, 요리, 인테리어 프로그램까지 한곳에 담게 되자, HBO라는 이름이 서비스를 좁게 보이게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논리는 있었다. 하지만 2025년 7월, 서비스는 다시 HBO Max로 돌아갔다. 회사는 HBO가 최고 품질을 상징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년 만에 스스로 버린 이름의 가치를 다시 인정한 셈이다. 발표 직후 사람들의 반응은 더 솔직했다. 애초에 아무도 그 서비스를 Max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4. 던킨: 고객이 부르던 이름을 따라가다

던킨은 반대 방향에서 성공한 사례다. 2019년 1월, 던킨 도너츠는 이름에서 ‘도너츠’를 뺐다. 회사가 내세운 이유는 단순했다. 고객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던킨’이라고 불러왔다는 것이다. ‘America Runs on Dunkin”이라는 광고 문구도 그 호칭을 따라간 것이었다. 커피와 음료의 비중이 커진 지금의 사업에도 도넛에 묶인 이름보다 짧은 이름이 더 맞았다.
물론 반론도 있었다.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도너츠’가 빠지면 젊은 세대나 해외 고객에게 던킨이 무엇을 파는 곳인지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던킨의 리네이밍이 큰 저항 없이 자리 잡은 건, 회사가 새 이름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고객이 이미 쓰던 이름을 공식 이름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5. 결국, 이름은 고객이 부르는 것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보면 과연 우리는 어떤 길을 따라야 할지 아리송해진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객이 실제로 부르는 이름을 존중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X와 HBO Max는 고객이 매일 부르던 이름을 회사의 논리로 바꾸려 했고, 구글은 고객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두었으며, 던킨은 고객이 부르던 이름을 따라갔다.
결국 우리 브랜드의 가치는 고객이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고객이 부르는 이름이 바로 우리 브랜드의 이름이 된다. 그래서 리네이밍을 고민한다면 우리 브랜드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6. 리네이밍 전에 던질 세 가지 질문
고객의 관점에서 본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새 이름 후보를 고르기 전에 세 가지를 먼저 물어보자.
첫째, 우리 고객은 지금 우리를 실제로 뭐라고 부르는가? 공식 이름과 고객의 호칭이 다르다면, 자산은 고객의 호칭 쪽에 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던킨이 바로 그 자산을 공식 이름으로 끌어올렸다.
둘째, 새 이름이 꼭 필요한 곳은 고객 접점인가, 아니면 투자자나 조직 내부인가? 확장을 담을 이름이 필요하다면, 알파벳처럼 고객이 볼 일 없는 자리에 새 이름을 두는 방법도 있다.
셋째, 이름과 함께 사라지는 고객의 말은 없는가? 동사, 별명, 줄임말처럼 고객이 그 이름으로 만들어 쓰던 말이 있다면, 그것까지 함께 버리는 것이다. 트위터가 ‘트윗’을 잃은 것처럼.
가장 안전한 새 이름은 고객이 이미 부르고 있는 이름이고, 가장 위험한 새 이름은 회사 안에서만 설득력 있는 이름이다.
7. 이름 너머의 이야기
오늘의 이야기는 단순히 리네이밍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검토할 때에도 ‘고객’이라는 렌즈를 반드시 전면에 배치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고객’이라는 그 렌즈를 앞에 두고 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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