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알바에 시급 100만원짜리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업무는 롯데월드에서 메이플스토리 NPC로 하루 일하기. 5명 뽑겠다고 했더니 약 4만 명이 지원했고요. 경쟁률 약 8,000대 1.
공고 하나가 뉴스 9개 매체를 탔고, SNS에서 알아서 퍼졌습니다. 같은 이벤트를 ‘메이플 코스프레 체험자 모집’이라고 올렸으면 이렇게 됐을까요. 이 롯데월드 메이플스토리 알바 캠페인, 숫자 한 줄과 채널 하나가 만든 구조를 뜯어봤습니다.

1️⃣ 롯데월드 메이플스토리 알바, 당근에 뜬 ‘급구 100만원’ 공고
롯데월드가 올해 4월 문을 연 메이플 아일랜드존(약 600평, 상설) 홍보를 위해 꺼낸 카드입니다. ‘메이플스토리 인 롯데월드’ 축제(3월 14일~6월 14일) 기간 중 NPC 알바를 모집한 건데, 공고 제목부터 당근알바 특유의 포맷을 빌렸습니다. “롯데월드 메이플NPC 알바 @@급구100만원@@”.
실제 업무는 6월 5일 하루, 약 1시간 동안 NPC 코스튬을 입고 방문객에게 QR코드 팻말로 퀘스트를 안내하고, 미션 완료를 확인한 뒤 현장 경품을 건네는 것이 전부입니다. 선발된 5명에게는 100만원 외에 핑크빈 LED 팝콘통과 주황버섯 인형 모자 등 콜라보 굿즈 패키지(약 5만원 상당)도 주어지고, 메이플 어트랙션 3종 우선 탑승권도 딸려옵니다.
근로계약서도 없고 4대보험도 미적용. 법적으로는 체험형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100만원짜리 ‘알바’가 아니라, 100만원짜리 ‘체험’을 채용 공고 포맷으로 포장한 겁니다.
모집 기간은 5월 18일부터 29일까지 약 2주. 파이낸셜뉴스·인사이트·머니투데이 등이 공고 올라간 당일 바로 기사를 냈고, 마감 후 서울경제·뉴스퀘스트가 “4만 명 몰렸다”는 결과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관계자는 “게임 IP와 테마파크 체험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이라고 밝혔고요.
그런데 이 캠페인이 뉴스가 된 이유는 ‘메이플스토리 콜라보’가 아니었습니다. 진짜 뉴스 밸류를 만든 건 ‘시급 100만원’이라는 숫자 한 줄이었습니다.
2️⃣ 같은 이벤트인데 4만 명이 몰린 구조
숫자가 뉴스를 만들었습니다. 보도된 기사 9건 중 8건이 제목에 ‘100만원’을 넣었습니다. 기자 입장에서도 “시급 100만원 알바”는 제목에 안 쓸 수가 없는 숫자입니다. 실체는 1시간짜리 체험 이벤트인데, ‘시급’이라는 프레이밍 하나가 뉴스룸·SNS·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퍼지는 구조를 만든 겁니다. 같은 이벤트를 ‘메이플 코스프레 체험자 모집’으로 걸었으면 과연 4만 명이 왔을까요.

채널이 맥락을 바꿨습니다. 사람인이나 잡코리아에 ‘시급 100만원’을 올렸으면 어땠을까요. 높은 확률로 사기 의심을 받았을 겁니다. 당근알바는 다릅니다. 동네 기반 커뮤니티라서 “이거 봤어?” 하고 이웃에게 공유하는 구조가 내장돼 있거든요. 채용 플랫폼에서는 이상한 공고가, 당근에서는 동네 화젯거리가 됩니다. 플랫폼이 메시지의 맥락을 결정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되어보기’가 두 관문을 열었습니다. 단순 굿즈 증정이나 포토존이 아니라 “NPC가 되어본다”는 참여형 설계가 핵심입니다. 롯데월드가 4월에 연 메이플 아일랜드존(약 600평 상설)에는 스톤익스프레스 롤러코스터를 비롯해 어트랙션 4종, 헤네시스·아르카나 등 게임 맵을 재현한 테마 구역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NPC 알바에 선발되면 이 공간에서 코스튬을 입고 방문객과 직접 인터랙션하는 겁니다.
메이플스토리 팬에게는 게임 속 판타지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경험이고, 비팬에게는 “시급 100만원”이라는 숫자가 호기심을 끌어당깁니다. 팬덤용 관문(NPC 체험)과 대중용 관문(시급 100만원)을 공고 한 장에 겹쳐 놓은 이중 설계입니다.
3️⃣ ‘채용 공고 = 콘텐츠’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구조, 롯데월드만의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채용 공고를 마케팅 도구로 쓰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는 2024년 로블록스에 가상 매장을 열고 10명에게 실제 급여를 지급하는 ‘가상 직원’을 모집했습니다. 결과는 17만 8,000명 지원. 캠페인 이후 실제 이케아 채용 지원이 50% 늘었고, 응답자의 72%가 “이케아에서 일하고 싶다는 인식이 바뀌었다”고 답했습니다. 호주에서는 가구 패키지 안에 채용공고를 동봉하는 실험을 했는데, 조립하다 발견한 사람들이 4,285건의 지원서를 보냈고요. 버거킹은 (M)arketing (M)anager 공고에서 맥도날드 상징 ‘M’을 의도적으로 빼는 위트 하나로 바이럴을 탔습니다.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HD현대는 배우 김동준·유지태를 내세운 ‘오일 전사’ 채용 브랜디드 영상으로 조회수 1,000만을 넘겼고, 돌고래유괴단은 ‘2023 공개처형’이라는 채용공고 영상으로 23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당근마켓 자체도 “함께”라는 가치를 강조한 전직군 공개채용 영상으로 “트렌디하다”는 반응을 끌어낸 바 있고요.
공통점이 있습니다. 채용 공고를 ‘정보 전달’이 아니라 ‘콘텐츠’로 설계하면, 지원 행위 자체가 바이럴 참여가 됩니다. 이번 롯데월드 메이플스토리 알바 캠페인은 그 공식의 한국형 완성판입니다 — 뉴스가 되는 숫자(100만원) × 바이럴이 내장된 채널(당근) × 팬덤과 대중을 동시에 여는 체험(NPC).
캠페인을 기획할 때 “뉴스가 되는 숫자 하나”와 “그 숫자가 자연스러운 채널”을 함께 설계하면, 채용 공고 한 줄이 언론·SNS·지원자를 동시에 움직이는 콘텐츠가 됩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채용 공고가 마케팅 채널이 된다 — 포맷 자체가 콘텐츠. 지원 행위가 곧 바이럴 참여.
같은 이벤트도 채널이 바뀌면 맥락이 바뀐다 — 사람인에서는 이상한 공고, 당근에서는 동네 화젯거리.
캠페인에 “뉴스가 되는 숫자” 하나를 심어라 — 100만원이라는 숫자 없이 이 캠페인은 성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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