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5일은 테슬라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팬이라면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다. 테슬라의 차세대 전기 스포츠카인 로드스터가 처음 공개된 것은 2017년 11월이다. 그 후로 9년이 흐른 2026년 10월 15일, 테슬라 로드스터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공개된 모습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했다. 모두가 AI 영상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법도 한 모습이었다.

미국 텍사스의 스페이스X 시험장에서 로드스터는 뒤집힌 채 경사로를 달리다 공중으로 떨어졌고, 차체의 추진기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바퀴로 착지했다. 또 다른 시연에서는 차량 다섯 대를 뛰어넘으며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차’라기보다 압축공기를 순간적으로 분사해 ‘강하게 뛰어오른 차’에 가깝다. 차가 공중에 머문 시간은 고작 몇 초였다. 하지만 밈은 내려올 생각이 없다.
1. 하룻밤 사이에 쏟아진 상상력
이날 공개된 로드스터 영상을 보고 정말 많은 패러디와 밈이 만들어질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기상천외한 영상들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는 밈 확산 중인 테슬라 로드스터 근황 (483만 회), 누가 더 잘 만드나 대회가 되어버린 밈(84만 회) 같은 영상이 며칠 만에 수백만 조회수를 쌓고 있다. (조회수는 10월 20일 기준)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무엇을 상상했느냐다. 밈 속의 로드스터는 제로백 0.81초를 자랑하지 않는다. 교통경찰이 면허증을 달라고 하자 그대로 날아가 버리고, 마지막 남은 주차 자리를 공중제비로 가로채고, 톨게이트를 날아서 통과한다. 교차로를 뛰어넘는 순간 차 안에는 커피가 쏟아지고, 보험사 직원은 사고 위험을 계산하다 머리를 싸맨다. 사람들은 신기술을 보며 ‘얼마나 빠른가’보다 ‘내 출근길에 오면 무슨 일이 생길까’를 먼저 떠올렸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속도다. 하룻밤 사이에 엄청난 영상들이 제작되어 유통되기 시작했다. 생성형 AI 덕분에 누구나 몇 분 만에 영상 한 편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 상상이 한 걸음 더 들어왔다. “테슬라 로드스터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같은 영상이 쏟아졌고, 한 방송사는 이 흐름을 “포터야, 아직 빗자루 타냐”라는 제목으로 정리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상력은 기발하다. 그리고 빠르다.
2. 패러디판에 등판한 브랜드들
이 패러디판에 등판한 것은 개인들만이 아니다. 굴지의 브랜드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도미노피자는 커다란 피자 한 판이 경사로를 타고 솟구쳐 공중에서 회전한 뒤 사뿐히 착지하는 영상을 공식 SNS에 올렸다. 맥도날드는 차들이 공중을 날아 드라이브스루로 들어가는 장면을 만들었다. 이케아는 수건과 장난감 차로 시연 장면을 재현했고, 로드스터 발사대에서 증기를 뿜으며 날아오르는 밥솥에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누가 알겠느냐’는 문구를 붙였다.
세 브랜드는 같은 장면을 빌렸지만 착지한 곳은 모두 달랐다. 피자, 드라이브스루, 생활용품. 남의 화제로 날아올라 결국 자기 제품 위에 내려앉은 것이다.
3. 실수에도 올라탄 테슬라

이런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테슬라 사이버트럭 공개 행사에서 ‘방탄’이라던 유리창이 쇠구슬 한 방에 깨졌다. 그러자 레고는 블록 하나에 바퀴를 단 ‘절대 깨지지 않는 트럭’을, 펩시는 종이 공이 콜라 캔을 맞히는 사진에 ‘데모 데이’라는 한 줄을 올렸다. 그리고 테슬라 스스로도 깨진 유리 무늬를 새긴 티셔츠를 45달러에 팔았다. 다음 날 주가는 5% 넘게 떨어졌지만, 머스크는 며칠 뒤 주문이 20만 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테슬라 자체도 자신들의 실수에 올라탄 것을 보면 역시 밈은 확실한 효과가 있음에 틀림없다.

멀리는 2013년 슈퍼볼 정전 때 오레오가 ‘어둠 속에서도 덩크할 수 있어’라는 이미지 한 장으로 한 시간 만에 1만 5천 회 넘는 리트윗을 받은 일도 있다. 비싼 광고보다 몇 분 만에 만든 이미지 한 장이 더 오래 회자됐다.
4. 우리 브랜드가 밈에 올라타려면
이런 밈이 유행하면 우리도 한번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이 굴뚝같아진다. 이런 영상은 어떻게 만드는지 검색해보고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런 밈에 올라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 속도: 밈의 수명은 길어야 며칠이다. 기획안을 올리고 승인을 받는 데 일주일이 걸리는 조직이라면 밈은 이미 지나간 뒤다. 오레오의 비결은 브랜드 팀과 대행사가 그날 밤 같은 방에 모여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리 조직이라면 이렇게 물어보자. 화제가 터졌을 때 하루 안에 게시물 하나를 올릴 수 있는가? 누가 결정하고, 누가 만들고, 누가 최종 승인하는지 미리 정해져 있는가? 아예 “이 범위 안에서는 담당자가 바로 올려도 된다”는 기준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둘째, 착지: 장면은 빌려도 결론은 내 제품이어야 한다. 도미노의 피자, 이케아의 밥솥처럼 화제의 장면이 끝나는 자리에 내 제품이 있어야 사람들은 웃고 난 뒤 브랜드를 기억한다. 웃기기만 하고 무슨 브랜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남의 화제만 키워준 셈이다. 연습 삼아 지금 화제가 되는 장면 하나를 골라 “이 장면의 마지막 컷에 우리 제품이 들어간다면?”을 한 문장으로 적어보자. 그 문장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 밈은 우리 것이 아니다.
셋째, 형식: 원본 대신 ‘구도’를 빌린다. 원본 영상을 그대로 쓸 필요는 없다. 경사로, 공중회전, 착지라는 구도만 가져와도 사람들은 무엇을 패러디했는지 단번에 알아본다. 레고는 사이버트럭 대신 블록 하나로 충분했다. 화제의 장면을 세 단계로 쪼개 보고, 그중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동작이나 구도 하나만 우리 제품으로 바꿔 보자. 원본을 쓰지 않으니 저작권 걱정도 줄어든다.
넷째, 톤: 깎아내리기보다 함께 즐긴다. 남의 화제에 올라탈 때 조롱으로 흐르기 쉽다. 하지만 원작을 깎아내리기보다 함께 즐기는 유머일 때, 원작의 팬들까지 웃으며 공유한다. 게시 전에 “원작 브랜드의 팬이 이걸 보면 웃을까, 불쾌할까?”를 한 번만 물어보자. 사고나 피해가 있었던 사건이라면 아무리 화제여도 올라타지 않는 것이 맞다.
다섯째, 표기와 권리: 웃자고 만든 영상이 진짜가 되면 안 된다. 이번 밈의 상당수는 생성형 AI로 만든 영상이고, 실제 시연보다 AI로 만든 가짜 영상이 더 퍼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브랜드가 밈을 만든다면 ‘AI로 만든 패러디’라는 표기를 분명히 하고, 남의 로고나 원본 영상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 웃자고 만든 영상이 진짜로 오해받거나 권리 문제로 번지면, 올라탄 무대에서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5. 남의 무대에서 내 제품이 박수받는 법
세상에는 매일 남의 무대가 열린다. 신제품 발표, 스포츠 경기, 예상치 못한 사고까지. 그 무대를 우리 돈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그 위에 잠깐 올라설 수는 있다. 필요한 건 큰 예산이 아니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어떤 장면이든 내 제품으로 착지시킬 수 있는 감각이다.
밈에 올라타는 것은 가장 빠른 주목 전략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지 못한다면 잠깐의 웃음으로 그치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 제품이 내려앉을 자리가 어디인지 미리 생각해 둔다면, 다음 밈이 터졌을 때 우리는 누구보다 빠르게 그 무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저런 영상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진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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