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 “싼데 ○○도 있네”를 만든 회사들 | 다이소·코스트코·이마트로 본 저가 전략

이마트가 와우샵으로 노린 건 다이소를 이기는 게 아니라 '이마트 간 김에' 사게 만드는 방문 이유다. 다이소·코스트코와 비교해 저가 전략의 세 인사이트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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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초저가 생활용품 시장에 진출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10월 22일 스타필드 마켓 월계점과 이마트 은평점에 100평 규모의 ‘와우샵’을 열고, 연내 5곳까지 늘린다고 한다. 1천 원부터 1만 원까지 균일가로 팔고, 전체 상품의 60%를 2천 원 이하로 맞췄다.

이마트 와우샵

얼마 전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 속에 37개 점포를 정리하고, 문을 닫았던 67개 점포를 다시 열었다는 뉴스를 들은 터라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이 줄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사실 요즘은 웬만한 물품을 자정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도착하는 세상이다. 이러니 굳이 차를 끌고 나가 복잡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카트에 물건을 잔뜩 담아 돌아오는 수고를 하려는 사람이 줄어든 것은 기정사실일 것이다.

숫자도 이를 말해준다. 산업통상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6.3%였지만, 올해 4월에는 7.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 대형마트 매출은 1년 전보다 11.2% 줄며 5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고, 같은 달 온라인 비중은 60.8%까지 올라섰다. 과연 이마트는 왜 이 시점에 초저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일까? 다른 저가 전략 사례와 비교해 보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같은 ‘저가’, 다른 계산

비교해 볼 곳은 다이소, 코스트코, 그리고 이마트다. 세 회사는 모두 싸게 판다. 하지만 저가가 하는 역할은 제각각이다. 다이소에게 저가는 브랜드 그 자체다. 코스트코에게 저가는 고객과의 약속을 보여주는 상징이고, 진짜 돈은 다른 곳에서 번다. 그리고 이마트에게 저가는 매장에 올 이유이자, 그 자체로 새로운 매출원이다. 같은 낮은 가격표 뒤에 서로 다른 계산이 숨어 있다.

2. 다이소: 가면 다 있는 곳

다이소

저가 상품 하면 생각나는 곳은 단연 다이소다. 일상 속에서 뭔가 필요한 것이 생각나면 그것이 문구든 철물이든 주방용품이든 간에 다이소에 가면 다 있다. 소비자들에게 오랜 시간 각인된 이런 인식이 발길을 다이소로 이끌고 있다.

그 바탕에는 1997년부터 지켜온 여섯 가지 가격이 있다. 500원, 1천 원, 1천500원, 2천 원, 3천 원, 5천 원. 취급 상품은 3만여 종이지만 가격은 이 여섯 칸 안에 들어간다. 회사는 이 균일가를 초창기부터 지켜온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부른다. 가격을 먼저 정하고 상품을 거기에 맞추다 보니, 제조사와 협의해 용량을 줄인 다이소 전용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광고는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가면 다 있고, 다 싸다”는 경험이 광고를 대신한다. 그래서 다이소는 지난해 4조 5,36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3. 코스트코: 많이 사도 아깝지 않은 곳

코스트코

창고에 쟁여둘 물품을 저렴하게 사러 갈 때는 단연 코스트코다. 큰 덩어리 상품인 덕분에 단가가 다른 곳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하게 느껴진다. 사놓고 다 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좋은 품질이라는 믿음에 한번 방문하면 카트 가득 물건이 쌓이고 수십만 원을 결제하는 것은 예사다.

이 믿음은 구조에서 나온다. 코스트코는 매장마다 4천 개 남짓한 품목만 두고, 대신 한 품목을 대량으로 사들여 납품 단가를 낮춘다. 그리고 스스로 마진에 상한선을 걸었다. 외부 브랜드 상품은 원가의 14%, 자체 브랜드 커클랜드 상품은 15%를 넘겨 붙이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일반 소매점이 25~50%를 붙이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이렇게 얇게 남기고도 버틸 수 있는 건 연간 40억 달러가 넘는 회원비 덕분이다. 상품으로는 적게 남기고, 회원비로 돈을 버는 셈이다.

이 원칙을 상징하는 것이 푸드코트의 핫도그 세트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1.5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경영진이 손해가 크다며 가격 인상을 건의하자 공동창업자 짐 시니걸은 “핫도그 값을 올리면 죽여버리겠다, 방법을 찾아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코스트코는 결국 핫도그 공장을 직접 지었다. 대용량 포장과 낮은 마진, 그리고 1.5달러 핫도그가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이곳은 가격을 배신하지 않는다.

4. 이마트 와우샵: “이마트 간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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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마트의 와우샵은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아마도 하나는 생활용품이라는 새로운 매출원이고, 둘은 사람들이 이마트에 와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일 테다. 그동안 대형마트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매장 안에 다이소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이제 그 역할을 직접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내와 해외 상품을 절반씩 구성하고 단독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것도 다이소와는 다른 이유를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런데 와우샵이 꼭 다이소를 이기려고 해야 할까? 업계에서는 ‘초저가 생활용품은 다이소’라는 인식을 바꾸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굳이 다이소를 이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장을 보러 이마트에 가는 김에 품질 좋은 초저가 생활용품까지 함께 살 수 있다면, ‘둘 다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른바 ‘이마트 간 김에…’ 전략이다. 사람들은 결국 모든 것에서 효율이 높은 쪽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한 번의 주차로 장보기와 생활용품 쇼핑을 함께 끝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방문 이유가 된다.

5. 저가 전략에서 얻는 세 가지 인사이트

세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저가는 가격표가 아니라 약속이라는 점이다. 다이소의 여섯 가지 가격, 코스트코의 14%와 15%, 그리고 1.5달러는 모두 먼저 정해진 원칙이었다. 그리고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용량과 원가, 심지어 공장까지 거꾸로 설계했다. 이 공통점에서 저가 전략을 고민하는 브랜드가 챙겨야 할 세 가지를 뽑아볼 수 있다.

첫째, 지킬 가격을 먼저 정하고, 그 가격을 기억하기 쉽게 만든다. 모든 상품을 싸게 할 필요는 없다. 코스트코는 수많은 상품 가운데 핫도그 하나의 가격을 40년 동안 지켰고, 그 하나가 회사 전체의 가격 신뢰를 대표하게 됐다. 다이소의 여섯 가지 가격, 코스트코의 1.5달러는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숫자라는 공통점도 있다. 소비자가 가격을 외우고 있다는 것은 그 가격이 이미 브랜드의 일부가 됐다는 뜻이다. 복잡한 쿠폰과 조건부 할인은 당장의 매출을 올릴 수는 있어도 ‘싼 곳’이라는 인식을 남기기는 어렵다. 우리 브랜드에도 ‘이것만큼은 절대 올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상징 상품과 숫자가 있는지 먼저 찾아보자. 할인은 언젠가 끝나지만, 약속은 쌓인다.

둘째, 가격에서 거꾸로 설계하되, 싼 것이 ‘싸구려’가 되지 않게 지킨다. 보통은 원가에 마진을 더해 가격을 정한다. 저가 전략에 성공한 회사들은 반대로 간다. 가격을 먼저 못 박고, 그 가격에 맞춰 원가를 깎는다. 다이소는 용량을 조정한 전용 상품을 만들었고, 코스트코는 마진 상한을 걸고 공장까지 지었다. 의지로 버틴 저가는 원자재 값이 오르는 순간 무너지지만, 구조로 만든 저가는 버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품질에 대한 의심이다. 다이소조차 식품이 시중보다 싸게 팔리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라거나 원재료를 바꾼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가격이 낮을수록 왜 싼지에 대한 설명은 더 분명해야 한다. 이마트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함께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셋째, 저가로 얻을 것을 하나로 분명히 한다. 매출인가, 방문인가, 신뢰인가. 다이소는 저가 자체로 돈을 벌고, 코스트코는 저가로 신뢰를 얻어 회원비로 돈을 번다. 이마트는 저가로 매출과 방문을 함께 얻으려 한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기보다, 저가로 무엇을 얻으려는지가 분명할수록 전략이 단단해진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남는 문장은 하나다. 다이소는 ‘가면 다 있다’를, 코스트코는 ‘가격을 배신하지 않는다’를 택했다. 와우샵이 ‘이마트 간 김에’라는 문장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가 이 도전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6. 싼 게 비지떡?

우리 옛말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표현이 있다. 값이 싸면 품질도 그만큼 떨어진다는 인식을 말한다. 저가 전략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은 경쟁사의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 머릿속의 이 말이다.

그래서 저가 전략의 핵심은 “싼데 ○○도 있네”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다이소는 그 자리에 ‘다 있네’를, 코스트코는 ‘품질도 좋네’를 채워 넣었다. 이마트 와우샵은 ‘장도 한 번에 보네’를 채우려 하는 것 같다. 과연 이마트의 초저가 생활용품 시장 진출이 어떤 성과를 거둘 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 우리 브랜드가 그 ○○에 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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