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채용 설명회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빽빽하게 들어찬 강당과 쏟아지는 졸음, 그리고 정형화된 질문만 반복되는 풍경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지난 3월 13일,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정장 대신 활동복 차림의 지원자들이 ‘경찰과 도둑’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물류 대기업 CJ대한통운이 채용 현장에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경도’ 게임을 가져온 것입니다. 그것도 이색 채용 설명회로는 처음으로요. 단순한 재미 그 이상의 전략이 숨어 있지 않을까요? 그 이면을 낱낱이 해부해봤습니다.

1️⃣ 운동장이 된 채용 행사장, Z세대를 사로잡은 ‘경도’의 현장
게임형 프로그램 도입
오후 2시,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게임 사전 안내가 진행됩니다. 이어지는 1시간 30분, 마포 문화비축기지는 순식간에 운동장으로 변합니다. 경찰에게 체포되어 ‘감옥존’에 갇히면 CJ의 비전·핵심가치·사업구조·조직문화에 관한 스피드 퀴즈를 풀어야만 탈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라운드 종료 시 최종 생존자 수가 많은 팀이 승리하며 선물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들의 승부욕과 몰입도를 극대화했습니다. 게임 속 퀴즈를 회사 사업과 채용 정보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통로로 활용한 것이 이번 행사의 핵심 설계 원리였습니다. 야외 공간에는 간식차·포토존·이벤트존도 함께 마련됐습니다. 브랜드 경험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세심한 설계입니다.
쌍방향 소통, 로테이션 설명회
게임이 끝나면 현직자와의 ‘로테이션 설명회’가 이어집니다. 지원자들은 20분씩 각 직무 테이블을 순회하며 SCM, TES(기술·엔지니어링), 글로벌, 안전·보건, 재무·회계 등 각 분야 실무자들과 소그룹 질의응답을 진행합니다. 동일 사업군 내에서도 영업·운영·기획 등 다양한 커리어 트랙을 밟아온 실무자들을 배치해, 지원자 각자의 강점에 최적화된 커리어 로드맵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Z세대 채널로 열린 참가 신청
채용설명회 신청 창구도 주목할 만합니다. 채용 홈페이지와 함께 인스타그램 계정을 신청 채널로 운영한 것은, 타겟 세대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여기에 전국 주요 9개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포스텍 등)을 직접 찾아가는 캠퍼스 박람회까지 병행하며, 브랜드가 지원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아웃바운드 채용 브랜딩’의 전형을 완성했습니다.
직무 트랙의 확대
모집 전형은 △SCM △로보틱스 △AI·빅데이터 △IT개발 △재무회계 △안전·보건 등의 일반전형과, △글로벌SCM △글로벌 사업관리의 글로벌 트랙 전형으로 구성됩니다. 특히 ‘안전·보건’ 직무는 이번 공채에서 처음으로 신설됐습니다.
이처럼 CJ대한통운은 게임·로테이션 설명회·디지털 채널·직무 확대라는 네 가지 축으로 채용 설명회의 문법 자체를 새로 썼습니다.

2️⃣ 왜 ‘경찰과 도둑’이었을까?
이번 채용 실험에는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의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물류의 본질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경험 설계
물류 산업을 단 한 마디로 정의하면 ‘속도·정확성·팀워크의 종합 게임’입니다. ‘경찰과 도둑’은 추격과 도망이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팀원 간 전략적 협업을 자연스럽게 요구합니다. 여기에 ‘감옥 탈출 = 브랜드 지식 습득’ 이라는 메커니즘을 결합한 것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물류 산업이 ‘기술과 안전이 결합된 종합 운영 산업’으로 진화했음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쇼케이스입니다.
‘자기주도형 인재(하고잡이)’ 검증 메커니즘
CJ그룹이 내세우는 인재상 ‘하고잡이’는 나이·성별·연차와 관계없이 스스로 과제를 찾아 실행하는 인재를 뜻합니다. 이재현 회장은 미래 혁신 성장의 핵심으로 인재를 꼽으며, 하고잡이 인재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강의실 문답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실행력과 돌발 상황 대처 능력, 이것을 게임이라는 압축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찰하는 것이 이번 설명회의 진짜 목적입니다. 구직자의 스펙이 아닌 본연의 ‘기질’을 확인하는 영리한 장치입니다.
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적 리포지셔닝
‘안전·보건’ 직무 신설은 단순한 채용 확대가 아닙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관리 역량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급부상한 흐름을, CJ대한통운은 정부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강화 기조에 발맞춰 전문가 육성 트랙 구축이라는 형태로 선제적으로 포착했습니다.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회적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혁신 기업으로의 전환을 채용 현장에서 직접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채용 실험은 단순히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기업인가’를 세상에 증명하는 과정이었습니다.

3️⃣ 채용은 이제 가장 강력한 ‘브랜드 마케팅’입니다
이번 CJ대한통운의 사례는 마케팅 업계와 채용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선발을 넘어 팬덤 구축으로
구직자는 잠재적 고객이기도 합니다. 채용 과정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한 이들은 설령 불합격하더라도 해당 브랜드의 강력한 서포터가 됩니다. 1시간 30분의 몰입형 게임, 간식차와 포토존, 20분 순환 설명회로 이어지는 이 경험은 단순한 행사가 아닌 브랜드 팬덤을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경험의 밀도가 경쟁력
Z세대는 텍스트보다 경험에 반응합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경험적 언어’로 번역해낸 CJ대한통운의 방식은 게임, 스피드 퀴즈, 간식차, 포토존, 20분 순환 설명회와 같이 단순 이벤트가 아닌 정교하게 설계된 경험 생태계입니다.
AI 전형과 경험 전형의 결합
이번 채용의 또 다른 혁신은 전형 자체에 AI를 도입해 능력 중심 평가를 실현한 것입니다. ‘경험으로 기질을 보고, AI로 역량을 검증하는’ 이중 구조는 채용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관된 브랜드 보이스
‘혁신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비전을 채용 현장의 역동성으로 연결시킨 점은 브랜드 정체성 구축의 정석입니다. 김정태 CJ대한통운 인사담당이 강조했듯, 이번 설명회는 미래 물류 산업을 이끌 MZ세대 인재들이 회사의 문화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습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 캠페인이었습니다.

결국 이번 채용설명회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스펙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우리와 결이 맞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CJ대한통운은 ‘경찰과 도둑’이라는 의외의 카드를 통해 자신들이 설계한 새로운 물류의 판을 증명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판은 이제 그룹 전체의 30% 확대된 채용 규모와 AI 기반 전형, 그리고 전국 캠퍼스 박람회라는 입체적인 구조 위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4월 1일까지 이어지는 서류 접수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하고잡이’ 인재들이 이 역동적인 게임에 합류할지 주목됩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채용을 단순한 인원 선발이 아닌, 기업의 혁신성을 체험시키는 강력한 브랜드 마케팅 접점으로 활용했습니다. CJ그룹 차원의 30% 채용 확대 기조가 더해지며 전략의 무게감이 배가됩니다.
Z세대의 특성에 맞춰 인스타그램 신청 채널 운영, 1시간 30분 몰입형 경도 게임, 20분 순환 설명회로 이어지는 정교한 경험 생태계를 설계했습니다. 전형 전반에 AI 역량 분석 도구를 도입한 것도 주목할 변화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 대응해 ‘안전·보건’ 직무를 최초 신설하고, ‘하고잡이’ 인재상을 채용 현장 설계에 직접 구현한 전략적 민첩성은 타 산업군이 벤치마킹할 만한 레퍼런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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