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 장바구니를 채울 때, 브랜드가 살아남는 법

AI 쇼핑 에이전트를 네이버·카카오·신세계가 동시에 깔았습니다. 이름은 달라도 하는 일은 하나, 갈린 건 둘. AI가 대신 고르는 시대 마케팅 대응을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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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볼 때를 떠올려 볼까요. 예전엔 쇼핑몰 앱을 켜고 검색창에 ‘수분크림’을 쳤죠. 그런데 요즘은 AI한테 “나한테 맞는 거 좀 골라줘”라고 말로 시키는 장면이 늘고 있어요. 신기한 건, 이 ‘AI 쇼핑 에이전트’를 커머스마다 약속이나 한 듯 다 붙이고 있다는 겁니다. 네이버, 카카오, 신세계까지요. 여기서 마케터라면 슬쩍 불안해지는 질문 하나가 떠오릅니다. 손님이 쇼핑몰을 직접 안 둘러보면, 우리 광고랑 상품은 대체 누구한테 보여주나요?

실제로 이 변화를 두고 마케터·셀러 커뮤니티가 술렁였어요. “스토어가 통째로 사라지는 거냐”는 분석 영상이 돌고, “그럼 우리가 그동안 쌓은 SEO랑 광고 노출은 어떻게 되는 거냐”는 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불안의 정체를 알려면 먼저 커머스들이 정확히 뭘 깔았는지부터 봐야겠죠. 하나씩 모아봤습니다.

1. 쇼핑몰마다 ‘AI 쇼핑 에이전트’를 깔았다, 한자리에 모아보니

네이버부터 볼게요. 네이버는 2025년 3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내놓은 데 이어, 2026년 2월 ‘쇼핑 AI 에이전트’ 베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상품을 요약해 보여주는 가이드 수준이었는데, 출시 몇 달 만에 먼저 말을 거는 단계로 넘어갔어요. 밀키트를 자주 찾아본 1인 가구에게 “혼자 드시기 좋은 거 찾아드릴까요?”, 장바구니에 수분크림을 담은 사람에게 “같이 쓰기 좋은 제품도 볼래요?” 하고 선제안하는 식이죠. 클릭·찜·장바구니 이력에 트렌드를 더해, 탐색부터 비교·추천까지 단계별로 작은 에이전트들이 이어 붙는 구조입니다. 다만 결제는 기존 네이버페이 흐름 그대로예요. 즉 네이버는 추천·비교까지 대신해 줍니다.

AI가 대신 장바구니를 채울 때, 브랜드가 살아남는 법
상세페이지 내 AI 에이전트 / 메인 페이지 하단 AI 에이전트

카카오는 결이 조금 더 깊습니다. 2023년 9월부터 ‘선물하기’에 ‘AI 선물탐험’을 넣어 받는 사람과 상황을 읽어 선물을 추천해 왔고요. 여기에 독립 앱으로 실험중인 AI 서비스 ‘카나나’의 기술을 향후 카카오톡에 본격적으로 얹어, 대화 맥락에서 의도를 파악한 뒤 일정·장소·상품을 제안하고, 추가 대화로 검색·예약·구매까지 잇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회사 설명으로는 “대화 맥락에서 의도를 파악해 상품 추천부터 결제까지 채팅방 안 하나의 흐름으로” 묶겠다는 겁니다. 검색에서 결제까지 한 번에 도는 ‘풀루프(Full-Loop)’를 지향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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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한 칸 더 나갑니다. 2026년 4월 신세계가 OpenAI와 손잡고 ‘AI 퍼스트’를 내걸며 진입했다가, 글로벌 커머스 시장에서의 실효성 의문(월마트의 챗GPT 쇼핑 중단 등)과 유통 데이터 확보 한계를 고려해 단 열흘 만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현재는 국내 AI 스타트업(리플렉션AI)과 손잡고 이마트 앱 내 자체 에이전트 탑재를 준비 중이에요. 대화창에 “주말 저녁 식사 준비” 같은 요청을 넣으면 필요한 상품을 알아서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배송까지 연결하는 방향입니다. 연내 이마트 앱에 ‘AI 쇼핑 에이전트’를 태운다는 계획이고요. 클릭을 거의 거치지 않고 결과로 직행하는 흐름이라, 사람이 지나치던 비교·탐색 화면 자체가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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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세계그룹

이게 한국만의 일은 아니에요. 글로벌에선 이미 ‘주문·결제까지’ 끝점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OpenAI는 2025년 9월 ‘Instant Checkout’으로 챗에서 바로 결제하는 길을 열었으나, 월마트 등과의 실험에서 낮은 전환율과 정보 부정확성이라는 벽에 부딪혀 리테일러 앱과 직접 잇는 방식으로 판을 다시 짜는 중이고요. Perplexity는 미국에서 에이전트형 쇼핑을 무료로 풀었고, 아마존의 ‘Rufus’ 역시 최근 ‘Alexa for Shopping’으로 진화하며 대화로 상품을 좁혀 구매로 잇고 있습니다. 국내 흐름은 이 큰 파도의 한 자락인 셈이죠. 규모로 봐도 잠깐 스쳐 갈 흐름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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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boutamazon
AI를 거쳐 들어오는 손님, 빠르게 늘고 있다

  • 생성형 AI를 거친 쇼핑몰 유입 트래픽: 2025년 홀리데이 시즌 전년 대비 +693%, 2024년 7월 이후 2~3개월마다 2배씩 증가
  • AI를 거쳐 들어온 손님은 그냥 들어온 손님보다 전환율 +42%, 방문당 매출 +37%
  • 모건스탠리: 2030년까지 미국 이커머스 약 3,850억 달러가 에이전트 채널로 이동 전망

출처: Adobe·Morgan Stanley (수치는 집계 기준에 따라 차이)

이름은 ‘쇼핑 에이전트’, ‘카나나’, ‘AI 퍼스트’로 다 다른데,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묘하게 닮아 있죠. 모아 놓고 보니 그제야 공통점과 차이가 또렷해집니다.

2. 모아 보니 이렇게 달라요

먼저 똑같은 것 하나. 세 곳 다 구매 결정의 ‘주체’를 사람에서 알고리즘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예전엔 사람이 검색하고, 비교하고, 골랐어요. 이제는 그 좁혀가는 일을 AI가 대신합니다. 네이버가 먼저 말을 걸든, 카카오가 채팅에서 추천하든, 신세계가 장바구니를 알아서 채우든 결국 같은 한 가지예요. 사람이 고르던 자리를 알고리즘이 대신 좁혀준다는 것. 마케팅 입장에서 보면 설득해야 할 대상이 ‘사람’에서 ‘에이전트’로 바뀐다는 뜻이라, 이 한 줄이 가장 묵직합니다.

그럼 갈리는 건 뭘까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어디까지 대신해 주나’, 곧 대행의 깊이예요.

추천까지 대행

고르는 건 AI, 결제는 사람, 네이버

  • 대화로 의도를 받아 상품을 비교·추천하는 데까지
  • 결제는 기존 네이버페이 흐름 그대로
  • 마케팅 과제: AI가 추려주는 ‘추천 후보’에 드는 싸움
주문·결제까지 대행

담고 사는 것까지 AI, 신세계·글로벌

  • 대화 한마디로 장바구니·결제·배송까지 연결
  • 카카오는 채팅 안 결제 연동, OpenAI·아마존은 결제 실험
  • 마케팅 과제: 사람 눈에 안 띄어도 ‘선택’되는 단계

추천까지만 대신해 주면, 사람이 마지막엔 화면을 보고 누릅니다. 그래서 마케팅은 ‘AI가 추려준 후보 안에 드는’ 싸움이에요. 반면 결제까지 대신해 주면 사람이 후보를 일일이 안 봐요. 추천 목록에 드는 걸 넘어, AI가 ‘이거다’ 하고 집어 드는 그 한 칸을 잡아야 하죠. 깊이가 한 칸 깊어질 때마다 마케터가 할 일도 달라집니다.

둘째 차이는 ‘무엇을 보고 고르나’, 데이터의 출처예요.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자사 플랫폼 안 리뷰·구매 이력을 주로 보는 폐쇄형이 있고, OpenAI나 Perplexity처럼 웹과 LLM의 지식을 끌어다 쓰는 개방형이 있습니다. 우리 상품이 어느 쪽 눈에 들어야 하느냐가 여기서 갈려요. 폐쇄형이면 그 플랫폼 안 내 상품 정보와 리뷰를 다듬는 일이고, 개방형이면 웹 곳곳에 흩어진 내 브랜드 정보가 AI가 읽기 좋게 정리돼 있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정리하면 공통점은 하나(결정 주체가 사람→알고리즘), 차이는 둘(대행 깊이, 데이터 출처)이에요. 그리고 이 둘이 바로 우리가 무엇을 손봐야 할지를 정해줍니다.

3. 그래서 브랜드는 ‘설득’이 아니라 ‘선택받기’를 준비한다

여기까지 오면 마케팅의 목표가 한 칸 옮겨갑니다. 지금까지는 사람 눈에 띄는 게 일이었어요. 좋은 자리에 광고를 걸고, 검색 상단에 노출되는 것. 그런데 고르는 쪽이 AI라면, 사람 눈에 띄는 것보다 ‘AI의 후보군에 드는 것’이 먼저가 됩니다. 키워드 중심의 검색 최적화(SEO)가, AI가 잘 읽고 추천하게 만드는 쪽(흔히 GEO라 부르죠)으로 넓어지는 거예요. 광고 지면을 사는 싸움에서, 추천될 이유를 갖추는 싸움으로 무게가 옮겨갑니다.

[관련 글 : 다가올 GEO 시대, 마케터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럼 AI는 무엇을 보고 고를까요. 광고를 많이 쓴 곳이 아니라, 정보가 깨끗하고 잘 맞는 곳을 집어 들기 쉽습니다. 상품 정보가 구조화돼 있고, 리뷰와 실제 상품이 어긋나지 않고, 재고·가격이 믿을 만하고, “이건 이런 상황에 좋아요” 하는 맥락 설명이 또렷한 쪽이요. 그래서 광고비로 눌러왔던 우위는 조금씩 약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정보 정비에 성실한 신생·저예산 브랜드에도 틈이 열립니다. 물론 자본이 큰 쪽이 여전히 유리한 건 맞아요. 다만 같은 정보라도 AI가 읽기 좋게 정리해 둔 브랜드가 작아도 한 번 더 추천될 여지가 생긴다는 정도로 보면 됩니다.

너무 겁먹을 일은 아니에요. 한 가지만 짚고 가면 됩니다. 지금 우리 상품 정보가 ‘AI가 읽고 골라줄 수 있게’ 정리돼 있는지요. 사실 네이버·카카오·신세계도 이제 막 깔기 시작한 단계고, AI가 대신 고르는 흐름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는 이번이 출발선입니다.

[관련 글 : 제로클릭 검색 시대, 마케터의 대응법]

남들도 막 시작한 지금, 상품 정보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두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출발입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커머스들이 붙인 ‘AI 쇼핑’은 이름만 다를 뿐 결국 한 가지를 합니다. 구매 결정을 사람 대신 알고리즘이 좁혀주죠.

갈리는 건 ‘어디까지 대행하나'(추천까지 vs 결제까지)와 ‘무엇으로 고르나'(자사 데이터 vs 웹·LLM). 우리가 뭘 손볼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마케팅은 ‘사람 설득’에서 ‘AI에게 선택받기’로 옮겨갑니다. 광고비보다 깨끗한 데이터·리뷰·맥락이 유리해지는 판이라, 지금 정보부터 정리하면 신생 브랜드에도 틈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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